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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읽는다

[읽는다] 연구스위치|(2차) 예술과 사회 : 번역(translation)과 청년예술(인) ✍김정엽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3. 15.

번역(translation)과 청년예술(인)


김정엽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번역의 사회학’이라고 부를 정도로 ‘번역’이라는 개념은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안에서 이를 구성하고 있는 기술, 사회, 현상 등의 개념을 이해하고 연상하기에 아주 중요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와의 결합을 통하여 일련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과정(Law, 1992)으로 정의되는 번역이라는 개념은 특정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체계화하고 행위자들 간의 결합을 통해 일정한 행동과 관계를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행위자는 쓰임 받고 혹은 지배하는 등의 여러 영향을 받는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행위자는 스스로가 진정 누구인가에 대한 자기인식이나 다른 행위자와의 또 다른 상호작용의 잠재가능성이 드러나게 되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요소들이 서로 간에 협상으로 도달하면서 대체되기도 하며 일정한 수준에 한계도 설정하게 되는데(Callon, 1986; Latour, 1993) 이를 번역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초기에 번역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고 정의하는 데에 기여한 Callon(1986)은 연합(alliance)이 형성되는 데에 거치는 번역의 단계를 총 4단계로 제시하였다. 행위자들이 문제를 정의하고 다른 행위자들에게 특정한 해결책의 가능성이있을 수 있다는 설득의 문제제기의 단계(problematization), 서로 다른 이질적인 행위자들이각자가 상호작용과 이해관계 안에서 일련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 연결을 강화시켜 나가는 관심끌기 단계(interessement), 행위자들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참여를 완전히 결정짓게 하는 등록하기 단계(enrollment), 마지막으로 이와 같이 형성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참여 행위자들을 대변하는 대표자가 동기를 부여하는 등의 동원하기(mobilization) 단계이다(Callon,1908). 번역의 과정에서는 의무통과점(OPP, obligatory passage point)이라는 개념이 적용되는데 이는 번역의 과정에서 중심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반드시 거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행위자들이 하나의 의무통과점을 통과함으로써 연합하며 가치, 권위, 보편성 등을 획득하게 된다. 번역은 역할의 정의와 배분이며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을 연결시켜 통합(convergence)과 상동(homologies)을 만들어내는 과정(Callon, 1980)인 것이다.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론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용어와 그 설명을 아래의 표로 정리하였다.

용어 내용
행위자/행위소
(actor/actant)
인간 또는 비인간 행위자/행위소와 같은 어떤 물질
행위자-네트워크
(actor-network)
일치된 관심에 의한 이종적 네트워크에 속해 연관된 행위자들
매개자
(mediator)
행위자를 연결망에 연계시켜 일정한 질서를 부여하여 특정연결망으로 규정해주는 요소
번역
(translation)
행위자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과정으로서 한 행위자의 이해 및 의도를 다른 행위자의 이해 및 의도에 맞게 치환하는 프레임을 만드는 행위
치환
(displacement)
번역의 과정에서 기록의 결과물이나 다른 행위자를 이동시키는 과정으로 ‘번역의 전략’이라고 불림
의무통과점
(obligatory passage
point)
번역에서 중심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반드시 거쳐가게 하는 상황
결절
(punctualization)
이질적인 네트워크가 일시적으로 단순화되는 현상
블랙박스
(black box)
하나의 단일 유기체로 행위함으로써 네트워크가 사라지고 다시 하나의 행위자가 되는 것

본 글에서는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청년예술(인)에 대한 개념이 왜 탄생되었고 어떠한 방법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예술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혹은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앞서 말한 듯이 번역의 단계는 ①문제제기, ②관심끌기, ③등록하기, ④동원하기의 4단계의 과정을 순서대로 거친다. 아래의 표는 각각의 번역의 단계를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단계 내용 및 설명
문제제기
(Problematization)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나, 의견, 문제를 설명하여 행위자의 정체성을 설득하는 단계 / 네트워크에 의무통과점을 만들어서 참여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프로세스로 동기를 만들어줌
관심끌기
(Interessement)
번역에 성공하게 되어 해당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행위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전략을 실행 / 다른 행위자-네트워크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 방지차원으로 참여 행위자 간의 관계를 구체화하고 상호교환의 패턴을 형성함
등록하기
(Enrollment)
행위자들 간의 연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며 행위자들에게 분배된 관계가 정의되고 각자의 역할을 수용하는 단계 / 이 과정에서 역할은 저항되거나 무시되면서 비수용 혹은 폐기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에는 재번역의 과정이 형성되거나 행위자-네트워크가 해체될 가능성이 있음
동원하기
(Mobilization)
행위자 그룹들의 일정한 연합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대표되면서 그 자체가 중재자(intermediarise)를 통해 세상에 특정한 효과를 생산하게 됨 / 행위자들 간의 일치된 여러 중요한 집단들을 대표하는 대변인이 배신당함 없이 제대로 대표하도록 함

가장 첫 번째 과정인 문제제기는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에게 해당 관련된 문제를 설명하며 행위자의 정체성에 대해서 설명하는 단계이다. 국내 청년예술 정책은 2016 서울예술인 플랜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내세운 예술인 종합지원 체제 안에 속하여 청년예술인이라는 새로운 예술인 세대에 대한 명칭을 공식화하였다. 청년예술인을 겨냥한 계획들이 해당 기조로 세워지며 이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특정 정책과 여러 사업으로 파생되며 꾸며진 것이다. 그런데, 청년예술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에 관련된 물음이 현장에서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이 물음은 자신이 청년예술인인지 아닌지 혹은 청년예술인에게만 한정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하나의 지위 혹은 자격으로 이해되면서 그 문제가 점차 붉어졌다. 이 물음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추가 질문은 청년예술인에 대한 나이의 정의에서 시작되었다. 정부는 청년을 정의하기를 특정 물리적 나이에 한한 연령에 속하는 사람으로 칭하여 대상화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에는 이 연령을 정의하는 내용과 법률이 부재하거나 서로 상이하여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처럼 청년예술(인)에 대한 물음은 자체는 예술계에서 시작됬지만 그 전에 정의에 대한 것은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설정되었기 때문에 문제제기 과정에서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에게 무엇인가를 이해시키고 행위자의 정체성을 설득한다는 점에서 한 행위자를 정부 및 지차체, 다른 행위자를 전체 예술인으로 본다. 그리고, 행위자의 정체성에서 말하는 정체성을 청년예술인이라고 파악하였다.

이후에는 청년예술포럼(2017), 청년예술가 연-결포럼(2018), 서울 청년예술인 정책포럼(2019), 서울청년예술인회의(2020) 등의 청년예술인을 둘러싼 계속되는 공론장과 포럼, 그리고 거버넌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청년예술(인)에 대한 정체성을 계속 논의하였다. 문제제기 과정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정부 및 지자체가 다른 행위자로 표방되는 예술인 그룹에게 청년예술(인)에 대한 정체성을 공론화하고 앞으로의 관련 사업이나 정책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초기 정의에 대한 설정의 부재 혹은 애매모호함과는 달리 다른 행위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들을 반영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처음에 청년예술(인)에 대한 국가의 정책은 복지적 차원에서 예술인의 창작환경과 함께 논의되며 기존의 지원사업의 형식과 유사한 형태로 도입되어 초기 예술정책의 형태와 사업으로 비슷하게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점차 해당 안건에 대한 예술인의 목소리가 모이면서 이것이 자연스럽게 문제제기 과정에서 의무통과점으로 형성되었다고 본다. 사실, 의무통과점이란 중심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이나 발생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런데 관련 정책에 대한 기준을 처음으로 수립하고 계획한 중심 행위자인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예술(인)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에 예술인의 자율적인 참여와 자발적인 발화에 대한 요구를 수긍하여 ‘당사자성’ 이라는 요소를 하나의 의무통과점으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중심 행위자의 뚜렷한 의도라고는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논의와 함께 정책이 계속 시행되고 사업이 이행되는 동시적인 상황에서 예술인이 현장에서 피부로 직접 느끼는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사자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청년예술(인)의 논의는 오히려 청년예술(인)을 더욱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여러 이해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게하는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문제제기의 과정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예술인 전체에게 청년예술(인)에 대한 정의와 내용을 상정하고 관련 정책과 사업으로 설득하려고 하는 과정의 일방적인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인 그룹에서 다시 정부와 지자체에게 당사자성이라는 의무통과점을 제안하게 하고 쌍방향적인 문제제기가 오가는 형태의 모습으로 기존 행위자의 위치가
서로 바뀌면서 오묘한 번역의 과정을 힘겹게 성공시켰다. 두 번째 과정인 관심끌기에서는 행위자들이 문제제기 단계에서 스스로 설계한 당사자성이라는 의무통과점을 지나 청년예술(인)이라는 공동의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다. 이전에는 청년예술(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제는 특정 행위자가 상정한 청년예술(인)에 대해서 조금의 이해관계가 있거나 관련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당사자성이라는 의무통과점을 넘어 번역에 성공하여 네트워크에 입성한 행위자들이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전략들을 실행하게 되는 단계이다. 관심끌기 과정에서 보다 주목한 점은 번역에 성공한 행위자들 혹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번역을 성공할 수 있도록 조력한 행위자들이 형성된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지금의 행위자들을 이탈시키지 아니하고 지금의 행위자들 간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인지를 살펴봄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참여 행위자 간의 관계 구체화’와 ‘상호교환의 패턴 형성’이라는 두 요소를 각 공론장에서 이루어진 발화와 발제문을 중심으로 찾아 분석해보려고 한다.

공론장/요인 ①참여 행위자 간의 관계 구체화 ②상호교환의 패턴 형성
2017
청년예술포럼
1) “올해는 청년예술가 지원사업 덕분에 1년 내내 신진, 청년예술가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 “서울청년예술단은 20~35세, 3인 이상 청년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했고요...”

3) “서울.청년.예술.단 이 네 단어를 곱씹어보면 이 사업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1) “바람직한 최초예술지원은 곧 실패를 위한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2) “기성 예술계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으로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성과 자기주도성을 갖는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확인하고 있다.”

3)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비슷한 활동을 해온 예술가들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같이해 볼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4) “이 시대에서 예술의 역할은 계속 커질 텐데, 예술의 역할을 찾게하는 바탕은 실험이라고 생각해요. 실험은 지원사업 선정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지원사업은 정부가 판단하거나 이런 결과물을 내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죠. 그것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청년예술가입니다.”
2019
서울 청년예술인
정책포럼
1) “청년예술(인)이라는 용어나 개념을 미리 상정하고 그 실체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방식보다는, 왜 청년예술정책인가? 라는 질문으로 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2) “청년예술, 청년예술가라는 정책적 개념/범주가 가능하다면, 또는 필요하다면 그것은 불행하게도 예술적 성취에 의한 규정이 아니다. 오히려 예술과 예술가가 처한 이 위기적 상황을 지칭하는 것이 청년예술이고 이러한 상황을 온몸으로 체현하고 있는 이들이 청년예술가인 셈이다.”

3) “현재의 청년예술은 지자체별 행정이 제시한 연령대 안에서 시도된 창작활동 정도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현재 그 창작활동의 지원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청년예술인 스스로 말하고 있는가.”

4) “과연 우리는 청년예술인 스스로에게 발언의 기회를 충분히 주었는가. 정책적 변화에 따라 어느 순간부턴가 예술인 이전에 청년예술인이 된 사람들에게 현재의 삶이나 창작환경이 어떠한지 이야기를 듣고자 하였는가.”
1) “세계인권선언의 조항을 환기한 것은 예술정책에서 예술인정책, 즉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이 갖는 기본적인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리고 이를 기본 원칙으로 하여 서울시의 청년예술(인)정책이 예술인정책으로서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청년=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청년=미래세대에 권한을 부여하고, 그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예술가=시민으로서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가는 과정이자 그 과정의 토대로서 청년예술정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3) “지속의 맥락으로 정책을 설계할 경우, 예술계에 진입한 청년예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상시적 지원을 확대하고 일시적 지원(공모형 사업, 지원사업 등)에 있어서도 운영 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4) “청년예술은 교육, 시민활동, 디자인, 문화운동, 일상모임, 웹 퍼포밍, 독립출판, 창업, 웹툰, 유튜브, 1인 미디어, 콜렉티브, 대중문화 등과 연결되며 동시대성과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것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충분치 못함을 기성세대가 인정해야 한다.”

두 공론장에서 발화 혹은 발제된 내용을 바탕으로 관심끌기 과정에서 행위자의 이해관계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을 2가지 요소로 나누어 분류하였다. 첫 번째로 참여 행위자 간의 관계를 구체화하는 요소는 문제제기 과정에서 상정된 의무통과점에서 비롯되었다. 참여 행위자 간의 관계 구체화는 청년예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심 주제로 하여 네트워크에 참여한 행위자들의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상호교환의 패턴을 형성하는 것으로 청년예술(인)이 발효할 수 있는 여러 효용에 관한 내용과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파악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교환의 패턴은 행위자들이 서로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 행위할 때에 서로에게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청년예술(인)이 독자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함으로써 혹은 다른 행위자-네트워크와도 함께 존재함으로써 일으킬 수 있는 무언가를 고안해낼 수 있는 여러 미실현된 내용들도 포함된다. 발화와 발제문에서 확인한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내용이 서로 뚜렷한 경계에 있지 않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참여 행위자들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상호패턴을 형성하는 요인과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국내 청년예술(인)에 대한 여러 논의와 해석에서도 청년예술(인)이 누구인가를 먼저 묻기 전에 정책이 먼저 수립되었고, 사업이 계속 해당 정책을 기준으로 진행됨과 동시에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는 것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위의 두 요소가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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