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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미니포럼|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 만들기 공론장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1. 1. 29.

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 만들기 공론장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예술대학의 위치는 어디쯤이고, 위상은 어떻게 되며, 역할은 어떤 것일까?

202010월 문체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예술인 활동 증명의 수는 95,706명이다. 반면, 교육부 교육개발원의 통계에 의하면 매년 예술대학을 졸업하는 인력은 약 33,000명이다. 2019년 서울시의 청년예술 정책 관련 실태조사에서 82.9%의 인원은 예술대학 이상의 전문 예술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예술 현장에 있는 다수가 예술대학을 경유했다는 것이다. 예술대학에서 수학했던 예술가들이라면 재학 중이던, 졸업 이후이던 한 번 정도는, 예술대학에 대한 불만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 예술대학에서 수학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예술대학이 만들어 내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사실 예술대학과 관련된 문제들은 예술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주제이다. 그러나 당사자주의적 입장에서 학생이라는 신분이 유효기간을 가지기 때문일까, 이 문제들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담론으로나 정책으로 제대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상황에 대한 진단일 것이다.

길고 장황한 이름을 가진 이 공론장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관점에서 예술대학이 가진 문제를 학생·청년 예술가인 당사자들이 모여 스스로의 언어로 발화하는 장을 만들기 위한 기획이었다. 4번의 공론장을 진행했고 마지막 즈음에는 결과 공유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콜로키엄을 기획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참여자들의 글을 모은대학만 가면 된다매라는 소책자 발간으로 대체되었다.

공론장은 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이라는 대주제를 5개의 소주제로 나누고 주제별로 달마다 작은(Mini) 포럼을 여는 형태로 기획했다. 미니 포럼은 문제의식이 휘발되지 않고 쌓일 수 있도록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영단 2명과 별도의 세미나 팀 4인이 고정적으로 함께 만들어나가며 주제별로 발제를 준비하고 토론자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주제별로 토론 참여자 수는 다르지만 적게는 최소 5명 많게는 15명까지 공론장에 참여했다. (마지막 주제인 예술대학이 나아갈 방향은 결과 공유회로 합쳐 진행되었다)

 

■ 7월(주제1) : 예술대학의 고질적 문제

■ 8월(주제2) : 예술대학에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은 직업?작업?

■ 9월(주제3) : 예술대학이 아닌 곳에서 예술하기·배우기

■ 10월(주제4) : 예술대학생의 권리와 역할

■ 12월(주제5) : 예술대학이 나아갈 방향



올해 공론장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학생들이 문화예술 현장의 구성원이자 당사자로서 자신의 언어를 발화하는 공식적인 장이 예술현장에서 처음으로 열렸다는 것에 있다
. 참여자들인 예술대학생들은 예술현장의 타자가 아닌 주체로 자신들의 언어를 발화했다.

지속되는 당사자 운동의 형태로 학생-청년 예술가들의 운동이 이어진 지 4년째이지만, 여전히 예술대학()의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이는 이 문제가 문화예술 생태계 내에서 기인하고 작동하지만, 책임의 주체들은 대학·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지자체 등으로 나누어져 있고 당사자들이 가진 학생으로의 신분에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담론의 생성과 정책의 설계로 이어지는데 어려움이 된다. 그럼에도 학생·청년 예술가의 당사자 언어가 지속해서 발신되고 확산된다면 칸막이 구조의 책임 소재를 넘어 문화예술 생태계 관점에서 총체적인 접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돌이켜보건대 올해의 미니포럼의 참여자들은 공론장을 경험하며, 그동안 왜 이런 자리가 없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동료와 이야기 나누는 자리의 중요성을 감각한듯하다. 이들은 입을 모아 공론장 자리가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학생·청년 예술가 당사자들이 자신의 언어를 찾을 수 있고 발화할 수 있는 공론장이 더 많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당사자들은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외 계층을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바꿀 힘과 가능성이 있는 주체라는 인식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연쇄작용을 통해 점진적으로 문화예술 생태계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학이 예술현장의 문제가 재생산되는 곳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서 학생-청년 스스로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꿈꿀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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