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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미니포럼③|<예술대학 아닌 곳에서 예술하기 · 배우기> ✍ 신민준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0. 10. 6.

 

<포스트 예술대학 포럼 리뷰> 
3차, 예술대학 아닌 곳에서 예술하기 · 배우기


 신민준

예술대학생네트워크 활동가, 시각 예술가
artimins92@gmail.com

 

 

문화예술 생태계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 만들기 공론장 소개


문화예술 생태계의 관점에서 "예술대학"이 가진 문제를 예술대학생과 청년 예술가 당사자들이 모여 발화하는 공론의 장을 만듭니다. 이를 통해 예술대학의 전환을 상상하고 문화예술 현장과 조응점을 모색합니다. 5회로 구성된 공론장은 예술대학의 내부에서 시작해 경계를 경유하고 외부로 나아갑니다. 마지막 즈음에는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더 많이 확산하기 위해 모두에게 열린 자리를 만들 예정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자리, 예술대학 아닌 곳에서 예술하기 · 배우기



2019년 서울연구원과 서울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한 <서울시 청년예술인 정책 방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66명의 예술전문교육경험은 '받은 적 없음'이 17.1%, '예술대학 졸업'이 67.0%, '예술계열 석사 과정'이 44.1%, '예술계열 박사 과정'이 5.1%로 나타났다. 이 값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건, 17.1%라는 꽤 높은 비율이 예술전문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예술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는 기술의 수련과 이론 혹은 사회·문화적 맥락의 총체적인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전문업종에 가깝다. 그러나 의사나 약사, 변호사 등처럼 전문 자격 시험의 통과여부로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심지어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꼭 이수할 필요도 없다. 사실 2차 포럼의 내용처럼 온전히 직업으로 정의하는 것도 그 특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예술을 하는데 예술 전공 여부는 무슨 의미일까? 또 예술을 전공하지 않고도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편, 2019년 예술대학생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예술대학 진로 및 현장성 관련 설문조사>에서 예술대학생들 2,193명 중 94.3%(2,035명)가 졸업 이후 문화예술과 관련된 직종을 희망한다라고 답했지만, 반면 문화예술을 하며 사는 삶에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에는 77.9%의 응답자가 두렵다라고 답했다. 이들에게 예술대학은 안정된 공간인 한 편 미래의 두려움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들에게 예술대학을 떠나서 예술을 계속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세 번째 이야기 자리는 예술대학의 외부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예술대학을 벗어나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마련하였다.

 

 

1차 미니포럼 상세



일시 | 2020. 9. 22 (화) 18:00 ~ 20:30
참여 | 서울청년예술인회의 : 김재상, 신민준
참여자 : 고안철(기획자, 시각예술가), 박선아(대학생, 미술전공), 미루(뮤지션), 서지민(시각예술가), 옥민아(기획자), 윤동주(문화예술행정), 엠케이(기획자, 뮤지션), 왱(예술계열대안학교 재학생, 디자인전공), 장소현(대학생, 미술전공), 홍조(기획자)

 

 

예술대학을 가고 싶었던 이유, 그런데...



참여자들은 예술가로서 예술대학에 가고 싶었던 이유를 배움의 이유도 있었지만, 예술대학을 나와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한편, 예술대학에서 겪었던 불편함과 폭력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것도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그리고 예술대학을 졸업 즈음에서 허무함을 느꼈으며 예술을 지속하기 위한 방식으로 지원사업을 택했지만, 대학에서는 알려주지 않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불안하니까,


"저는 중 고등학교 때 어마어마한 씨네키즈가 되고 싶었고 대학에서 영화가 하고 싶었어요 (...) 한동안 풍문처럼 류승완 감독 같은 사람들이 혼자 비디오카메라 들고 찍은 걸로 영화제 가서 유명해지고 그랬었는데 이제 그런 전설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혼자 한 작업으로 유명해지는 그런 풍문은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고요. 다들 어쩜 그렇게 학벌이 좋은지 저는 다른 방법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영화를 하고 싶은데 그러면 학교에 가야지.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예술대학에서 대학이 큰 학문인데 저는 큰 학문을 배웠다는 생각은 없지만 안전함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도 외부에서도 너의 정체성이 뭐야 하고 의심을 받은 적도 없고 학력사항에서도 최종학력이 아직도 있잖아요. 저는 그것도 무시 못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저 스스로도 예술가라는 게 너무 모호한 개념이지만 그래도 예술학교를 나왔으니까 예술가라고 해도 괜찮겠지 하는 안전함이 저한테 있었던 것 같고 그걸 누렸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테크닉이 좋거나 음색이 소울풀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너는 목소리가 청아하니까 옷을 보이시하게 입어라, 머리도 짧으니까 청아한 목소리를 살리는 곡을 선택을 하고 치밀하게 해보자라고 입시선생님이 전략을 짜주셨어요. 저는 거기서 짜게 식은 거죠. 저는 예술적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술대학이라고 하면 기대하는 게 있었는데, 짜게 식었지만 그래도 계속은 했어요. 저는 어차피 실력도 없고 이거에 반기를 들어도 저만 나가떨어질 테니까."

"사실 제 생각에는 대학을 다니고 안 다니고는 다 장단이 있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선택을 할 때 주변의 지지와 응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구조 속에서 쉽게 대학 안 가도 충분하다는 말은 못할 것 같아요."

 

 

#예술대학에서 느꼈던 불편함과 폭력


"합주를 담당한 교수님이 어떻게 하셨나 하면 학생들이 쭉 서 있는 앞에 앉아서 누가 에이스인지 누가 별론지를 티 나게 표현하세요. 그래서 애들이 바들바들 떨면서 했던 기억이 있어요(...) 묘하게 그 혹독한 방식을 학생들이 답습하게 되는 거예요. 학내 구성원들이 배척당한 학생들을 보고 쟤는 진짜 저 정도밖에 안 된다, 자퇴하는 애들이 있으면 쟤는 이제 예술 못한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위기였어요. (...) 축약해서 말하자면 교수님이 학생들한테 휘두르는 사소한 폭력을 견뎌야 이 바닥에서 쭉 돈을 벌 수 있는 거죠 이걸 책임지는 거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애초에 예술로 제가 돈을 벌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안 했었어요. 저도 노래를 작곡하고 부르는 걸 해왔고 좋아하는데 저는 그게 제가 생각한 예술에 알맞은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디자인은 모호한 거예요. 사람들 눈에 예뻐 보이고 잘 만들어졌다고 보여야지만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기가 많이 죽어있었던 것 같고 뭔가 더 배우기보단 계속 비교하게 됐던 것 같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란 곳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봤을 때는 되게 수많은 문제를 아주 당연하게 눈감고 있었는데 다들 동시에 눈감고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학교가 주는 달콤함들이 있고 구조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거에도 다들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졸업하고 예술대학의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던 것 같고 왜 그걸 문제라고 전혀 느끼지 못했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무한 졸업과 지원사업


"제가 작년에 졸업전시를 11월에 마치고, 전시를 되게 열심히 준비했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되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졸업전시 이후의 겨울을 아무것도 안 하면서 지내고 있다가 2019년이 되고 이렇게 있으면 아무것도 안하고 또 1년을 보내겠구나 해서 지원 사업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걸(영화를) 배우러 학교에 갔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진 않지만 연극 쪽에서 주로 일을 하고 있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1도 쓰지 않는 예술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과 희곡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졸업하고 공부하면서 썼었고 문화기획 일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알게 됐는데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지원 사업을 썼던 때가 저도 비슷한 이야기인데 되게 장르적으로 분명했던 것 같아요. 저는 영화 쪽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아시겠지만, 영화는 서울문화재단이 지원을 해주지 않아요. (...)그러니까 영화를 하는 제 친구들은 지원 사업에 대해서 까막눈인 거예요. 왜냐하면, 없기 때문에 알 필요가 없거든요. 저도 졸업하고 한참 지나서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예술대학, 커뮤니티와 카르텔의 경계에서



참여자 중 예술대학을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공통으로 예술대학에서 크게 배우는 것은 없지만, 커뮤니티가 남는것이 제일일 장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예술대학의 수업 방식이 커뮤니티를 해친다는 의견도 있었고 커뮤니티가 변질될 경우 학벌주의 카르텔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배운 것보다는, 커뮤니티가 남았다


"학교를 벗어나 보니까 서로 끌어주고 다들 어딘가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동료를 찾기도 쉬웠고 그것이 제가 지금 완전히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음에도 엄청난 메리트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예술대학의 수업방식이 커뮤니티를 해친다


"제가 순수예술을 전공을 하다 보니까 같이 토론하면서 작업의 방향성을 찾아 나간다든지 새로운 관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든지 하는 것들을 기대했었는데 지금 제가 다니는 예술 대학은 그런 것보다 테크닉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 제가 커뮤니티를 갈망했던 것은 결국에는 나의 주체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공동체 감각을 쌓아가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학교라는 커뮤니티는 사람들의 주체성을 하나로 갈아버리고 찍어낸다는 느낌이 있어서 학교에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커뮤니티를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어? 잘못하면 카르텔


"우리가 예술대학을 가서 교수님들의 눈에 띄어서 그들이 사회 곳곳에 학생들을 꽂아주는 것들이 대학이 학생을 책임지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굉장히 후지다고도 생각해요. 빠르고 나쁜 길 같은 거겠죠"

"학교에 90학번 선배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이런 플래래카드가 계속 붙어요. 어디 전시를 했다던가 이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다 선배님 이런 호칭을 붙이면서. 저는 그런 학연을 강조하는 카르텔 적인 분위기가 너무 싫었거든요."

 

 

예술대학을 다니지 않고 예술을 배우고 한다는 것



예술대학을 다니지 않고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는 참여자들은 예술대학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활동이 정형화된 예술로 한정되지 않는 장점도 있지만, 자유로움이 막연하게 느껴져 불안감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한편, 지원사업이 또다시 정형화된 예술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이 있고 대안으로 독립적인 예술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예술대학이 아무리 완벽한 체계를 갖추고 있을지라도 예술대학의 바깥은 대안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예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중요한 곳이라는 의견이 나와 참여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정형화되지 않아서 좋지만, 불안한 


"제가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즈음이 이명박 정부였어요. 굉장히 좋지 않고 암울한 시기였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는데 그때 즈음에 문화연대 활동도 알게 되고 여러 가지 사회 정치 이런 문제에 무관심하지 않은 예술 활동 주체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제일 먼저는 두물머리 활동을 시작했고 거기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함께하면서 처음에는 생계와 조금 동떨어졌지만 크게 봤을 땐 일종의 사회문화 운동 같은 거에 계속 함께 목소리를 냈고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보게 된 것 같아요. 그건 대학에서 가르쳐줄 수도 없었을 거고..."

"저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무명이에요. 그렇지만 스스로 느끼기엔 자퇴 이후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거는 제가 대학에 다녔으면 못 이뤘을 것들이 분명해요. 그런데 저는 저한테 맞는 선택을 한 경우라고 생각해요. 운도 따라줬었고 저는 대학에 다니면서 사실 실력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자퇴 후에는 음악으로 돈을 벌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졌어요."

 

 

#예술대학의 교수의 지원도, 외부의 지원사업도, 산업도 아닌 샛길로서 독립예술은 가능할까? 


"문제는 지원 사업들이 원하는 바가 굉장히 뚜렷하고 우리는 정규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더듬이가 굉장히 발달되어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 지원 사업을 쓰면서는 예술이 어떻게 공공성을 가지고 시민에게 가 닿을 수 있는가를 고민했었지만 내가 자란 지역에서 내가 가진 지역성을 강조하겠다 이런 것들이 사실 한편으로는 길들여지는 과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요 지원 사업들이 많이 생기는 건 좋은 발전이지만 그것이 시작하는 예술가들을 정책 결정권자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들도 해봐요"

"학교 밖에서 예술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게 지원사업과 자본의 차원, 지속가능성의 차원으로 접근하면 저는 무조건 실패할 것 같아요. 우리가 아까 산업의 차원에서 많이 실패하지 않았나 하는 얘기를 했고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의 차원으로 학교 밖에서 예술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상상할 수 있나 했을 때 학교가 가진 기능들이 개인을 성장시키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학교 밖에서 누군가가 성장하고 비슷한 동료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동시에 개인이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작업을 할 수 있는 그 판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같이 고민하면 발전적인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대학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예술대학 바깥의 필요성을 약화시키지 않을 거에요


"저는 예술대학이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그것이 예술대학 바깥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대학은 어차피 졸업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예술이 대학에 가야만 할 수 있는 분야가 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다면 예술대학이 경계에서 안팎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 나눈 건 무엇이었을까? 그건 예술대학이 가진 좋은 점 또한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장점을 살리고, 예술대학 바깥의 사람들도 문화예술 생태계 관점에서 같은 동료로서 접촉면을 늘리는 것, 그리고 창작, 연주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에 다양한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려줌으로 생태계적인 감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 등이 있었다. 또 대학과 재단 등의 기관은 각각의 목적과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연계하는 한편,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대학생과 청년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당사자들이 '우리 학교'에 한정되지 않고 '예술대학생과 청년 예술가'로서, 더 나아가 그냥 '예술을 하는 우리'로 공통 감각과 동료의식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 말이 참여자들에게 울리는 바가 컸다.

 

 

#예술대학이 가진 장점은 살리자


"저는 예술계랑 대학기관이 합심해야 된다기보다 예술교육이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예술교육이 조금 더 개선되고 아까 말씀하셨던 공동체성이라던가.. 그런데 예술대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분명히 있거든요 학교 밖에서는 얻기 어려운 것들이 분명히 있는데 그런 점이 뭔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더 특성화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게 예술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느꼈을 때는 대학이 여유가 있을 때 돈과 시간과 내 모든 것을 예술에 투자하기로 합의가 된 공간이잖아요. 그 공간이 잘 활용되면 사실 그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안전지대,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케어해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되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순수미술을 하면서도 사운드로 작업하는 작가들도 있고 음악 작업하시는 분들도 미술을 많이 응용하잖아요. 사회에 나가서 활동할 때는 그런 협업이 이루어지면서 예술 장르의 벽이 많이 허물어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음악과는 음악과 미술과는 미술과 서로 만날 기회가 없어요. 각자 전공 수업만 듣고 2~30명 되는 각자 전공 내에서만 교류가 이루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사회에 나가서는 다른 전공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신생아가 된 기분인 거에요. (...) 학교가 다른 전공과 서로 협업할 수 있는 장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양한 길과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는 걸 많이 알리는 게 필요해


"제가 졸업을 하고 나서 분명히 느꼈던 거는 예술대학생들이 스스로 재정립해야 하는 태도가 분명히 있다고는 많이 당사자로서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대학 간판 때문에 저의 학교에 진학을 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나서 보니까 창작물이든 작업물이든 평가하는 태도가 길러졌고 우리 학교 밖의 예술을 배제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길러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예술대학 밖의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대학 밖에서도 예술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고 수용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예술 대학 안에서 예술가를 육성하기 위한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많은 부분이 있는데 재단에서 일하는 방법도 있고 예술가가 활동하는 필드를 만드는 일도 있고 행사를 기획하는 일도 있고 수준 높은 테크니션을 만드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다양성이 대학 안에서 보장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요. (...) 교육이 가진 좋은 다양성을 예술대학이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 예술대학생들에게 선택지를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제가 학교 바깥에서 봤을 때도 그렇지 않은 것 같거든요. 그걸 줄 수 있게 된다면 대학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할 수 있을 일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다른 전공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국문학과 나와서 다른 분야에서 일한다고 자책하지 않는데 예술은 유독 그렇거든요 그렇다고 한다면 탈 예술 하는 걸 안전이별처럼, 좋은 탈 예술을 하는 게 조금 더 담론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는 게 슬픈 일이거든요..."

 

 

#대학과 재단이 각각 해야 할 일이 있다


"예술대학교가 잘 운영되는 한 퍈  정부나 다른 곳에서 보조적인 지원제도를 마련한다면 저는 예술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기반을 마련해주는 건 되게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대학 졸업 후 자리 잡지 못한 청년들한테는 어떻게 경제적인 문제에서 빨리 자립할 수 있을지, 활동을 이어나가고 경력을 빨리 쌓을 수 있는, 좀 더 여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빨리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 같은 경우에는 영화 진흥 위원회에서 만든 영화 학교가 있어요. (...) 요즘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는 과정으로 생각되고 있긴 하지만 저는 원래 목적대로 영화 관련 대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정말 영화를 찍고 싶어서 들어가는 공간으로 작용하기를 원했거든요. 이런 학교를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장을 시켜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닌, 예술대학생으로, 더 나아가 예술하는 우리로


"아예 우리만의 세력을 만들어서 여름 예술대안학교 이런 식으로 같이 합숙한다거나 하면서 각 장르에서 모여서 교류하고 창작하는 모임을 만들어야 하나, (...)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세력을 만드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예술인들도 보면 다 개별화되어 있고, 사실 공연 예술 쪽은 집합적인 예술을 하다 보니까 모일 수밖에 없지만, 그 이외에는 다 개별자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문제가 있을 때 그걸 얘기하는 창구나 방법 같은 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학교 밖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게 학교 바깥에서 우리의 세력을 만드는, 말씀하신 여름 예술 대안 학교 캠프 같은 것들. 엄청 괜찮은 모델인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우리 학교 바깥으로 시야가 조금 넓어지면 이제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라 예술대학생이 될 수도 있고, 사실 저는 그럴 필요까지도 없고 그냥 예술 하는 우리가 되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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