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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미니포럼②|<예술대학에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은 직업? 작업?> ✍ 신민준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0. 10. 6.

 

<포스트 예술대학 미니 포럼 리뷰>
2차, 예술대학에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은 직업? 작업? 


 신민준

예술대학생네트워크 활동가, 시각 예술가
artimins92@gmail.com

 

 

문화예술 생태계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 만들기 공론장 소개


문화예술 생태계의 관점에서 "예술대학"이 가진 문제를 예술대학생과 청년 예술가 당사자들이 모여 발화하는 공론의 장을 만듭니다. 이를 통해 예술대학의 전환을 상상하고 문화예술 현장과 조응점을 모색합니다. 5회로 구성된 공론장은 예술대학의 내부에서 시작해 경계를 경유하고 외부로 나아갑니다. 마지막 즘에는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더 많이 확산하기 위해 모두에게 열린 자리를 만들 예정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자리, 예술대학에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은 직업? 작업?



첫 번째, 미니 포럼 <예술대학의 고질적 문제> 이후 이어진 2차 포럼은 예술대학에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이 직업에 대한 것인지, 작업에 대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다. 대다수의 예술대학생은 대학에서 예술로 먹고 사는 법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감과 불만이 있다. 

2004년 한 대학의 연구 결과¹에 따르면 해당 학교 예술대학생들이 예술대학 진학 이유 중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장래직업준비'였다. 꽤 오래 전 연구결과이지만, 지금의 예술대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시기를 생각해보면 '그때에도'라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예술뿐만 아니라 많은 학문에서 아직도 대학이 제공해야 하는 것이 직업교육인가, 기초학문교육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현실적 인식이 전자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인식에는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 조치(1995년) 이후 대학 정원이 급증하여 85년도에 36.4%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대학 진학률이 95년에는 51.4%에 이르렀고 05년도에는 82.1% 정도로 대학 진학이 보편화 된 상황이 기여했다.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 세계 경제 위기로 취업률이 급락한 상황은 대학에게 취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후 교육부의 주도하에 정책적으로 대학들이 취업률이 높은 학과 위주로 정원을 조정하는 구조개혁을 진행하게 되었다. 취업률이 낮은 예술대학은 2010년도를 전후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고 아직까지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예술대학들은 기초 학문 외에도 실용적인 학문을 교과 과정에 예전보다 늘려나가는 추세에 있다.

초등사회 개념 사전에서는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생계유지를 전제해야 하고, 둘째, 일정한 기간 계속 종사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직업'이 될 수 있을까?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의 가구의 총 수입은 4,683만 원이었던 반면, 예술인의 예술활동 수입은 1,281만 원에 불과했다. 통계적 지표는 대다수 예술인은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보다는 다른 활동을 통한 수입이 더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은 사전적 정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예술노동을 둘러싼 관점 중에서 '예술은 노동이 아니다'라는 관점은 현대사회에서 노동이 자본에 종속되어있기 때문에 '양극화', '차별'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예술은 노동의 타자로 남아 자본주의를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가는 직업이 아닐 것이며, 예술대학에서 배워야 할 것은 따로 있을 것이다.

포럼에서는 당사자들의 언어가 더 중요하기에 이러한 맥락을 곧바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게재되는 글에서는 덧붙여본다. 그렇다면 예술대학생과 청년 예술가들은 <예술대학에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은 직업? 작업?>이라는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들어보자.

 

 

1차 미니포럼 상세



일시
| 2020. 8. 19 (수) 14:00 ~ 17:00

참여 | 서울청년예술인회의 : 김재상, 신민준
참여자 : 고안철(기획자, 시각예술가), 박선아(대학생, 미술전공), 서지민(시각예술가), 라구(대학생, 문예창작전공), 이채홍(공연기획자), 장소현(대학생, 미술전공), 정인서(음악 관련 사회적기업 대표), 조유빈(대학생, 미술전공)

 

 

예술성과 직업의 사이에서, 한 마리 토끼도 잡지 못하는 예술대학



참가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한 것은 현재의 예술대학이 직업 교육, 예술 교육 어느 쪽도 제대로 잘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직업 교육은 예술에 대해서 현장성이 부재한 채로 너무 한정된 영역만을 가르치고 있으며 예술 교육은 지금의 방식이 수월성 위주로의 편중, 지원의 부족,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음, 방치 수준의 교육 등으로 예술이 가진 성격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위트를 담아 결국 예술대학의 교수님들도 예술로 먹고사는게 아니라, 교육이라는 부업으로 먹고사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말 예술로 먹고사는 길이 이것밖에 없어요? 


"저희학교도 취업진로센터가 있어요 그런데 거기 웹페이지를 보면 매번 기업소개만 엄청나게 올리더라고요. 예술대학임에도 취업이라고 정형화된 선 안에서만 제공하는 것 같아요." 

"대학교 4학년 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에는 오케스트라 못 들어가면 회사 취직해야지 해서 사실 사무직 회사에도 들어갔었는데...."

"등단부터 강요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소설이나 시를 내려면 등단이 기본 조건이어야 하는데 이런 등단 시스템 같은 게 공무원 시험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등단을 해도 직장을 구해야 하는 건 마찬가진데 만약에 내가 등단에서 아예 배제되고 정말 취직을 해야 한다 하면 주로 가게 되는 두 가지 갈래가 방송작가나 출판사가 있는데 학교에서는 출판사 취업에 대해서는 정말 가르쳐 주는 게 없거든요(...) 방송 작가 같은 경우에는 굳이 예술대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다 들어갈 수 있는 곳이고요"

"저희 과에 1년 만에 사라진 예술과 창업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교수님도 외부에서 오시기도 했는데 거기서 본격적으로 다뤘던 것이 크리스티 경매회사 등 예술 시장 분야였어요. 그래서 아, 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역시 작품을 팔아야 한다. 모름지기 작가는 작품을 어떻게든 팔아야 하는 거다 . 직무 능력을 그쪽으로만 생각을 하신다고 느꼈어요."

 

 

#예술과 맞지 않는 예술교육이라는 아이러니


"창작 관련 실질적 지원이 미약하다는 것은 예술대학에 대한 비판적 논지로 숱하게 제기되어 왔습니다. 예술대학의 등록금액 대비 적게 책정되는 실습비용, 열악한 작업공간, 사비로 부담해야 하는 전시나 공연 행사 등은 대학에서의 창작에서 언제나 큰 부담입니다."

"예술이란 게 단순히 테크닉 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 예술에 대한 자기 고민을 많이 하고 예술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걸 배제하고 스킬이나 테크닉 적인 거에만 갇힌 듯한 느낌이 들어요"

"예술 대학을 진학하고 나서 직업을 가지고 싶어서 학교에 왔는데 직업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고 그렇다고 예술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도 던져주지 않고 그냥 버려진 느낌인 거에요. 그래서 한 2~3학년 때는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서 방황했어요."

"(예술에 대한) 기초소양교육이 원래 어떤 시발점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런 게 없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 기준에 놓여 있지 않은 채로 평가를 받는 상황만 계속되다 보니까 당연히 기준이 없는 상태로 평가에 대한 공포나 자기검열만 생긴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교수도 부업 아니에요?


"결국에 예술을 전공해서 제일 잘된 케이스는 교수다. 이런 얘기를 한다든지 정형화된 직업들만 얘기를 (대학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금 한 이야기 중에 교수가 제일 잘 풀린 거라 그랬는데 교수도 예술가는 아니잖아요, 가르치는 직업이 본질이니까. 가장 예술가로 잘 풀렸다는 것마저도 사실은 부업인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이 말하는 예술 현장에 담기지 못하는 것들



또한 참여자 중 다수는 직업 교육이던 예술 교육이던 예술대학에서 알려주는 예술 생태계가 너무 협소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며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문화가 대학이 알려주는 협소한 시야에서 벗어나 존재하며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게 정말 예술 생태계의 전부인가요? 


"다른 강연에서 연사님이 말씀해주셨던 말씀이 학교라는 제도권 예술 안에서는 이상이 있는데 근데 그게 되게 모호하고 노력하면 다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거기에 들어가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고 꼭 그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모호한 이상을 향해서 계속 달려가기보다는 자기 개별성을 더 고민하고 자기가 관심 있는 문화예술기획이나 지역 문화나 사업이 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아갈 수 있는 지점들을 고민하는 게 많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 이야기에 공감해요"

 

 

#지역도 있는데요


"예술가들이나 예술대학생들은 지역을 본다기보다 예술대학 안에 갇히는 그럼 느낌도 있는 것 같거든요. 스스로 판로를 개척하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자기가 브랜딩을 하는 방법도 있고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을 먼저 살펴보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역과 대학의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최근에 인천 지역 영화 협회 선생님들이랑 따로 지역에서 예술 공간이 최근에 생겼어요. 거기에서 지금 인천에 남아계신 예술인분들이랑 최근에 대화 나눌 기회가 있어서 가봤는데 공통으로 나온 이야기는 지역 예술 생태계가 발전해야 하는데 인력 유출이 너무 심하다 이런 이야기였어요."

 

 

우리에겐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이들이 원하는 예술교육은 무엇이었을까? 참가자들 다수가 예술에 대한 다양한 시야를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전업 예술인은 불가능할지라도 졸업 이후에 예술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의 현장성 있는 직업 교육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이를 지역의 재단과 함께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예술 교육이 필요해


"중고등학생 때 내가 뭔가 되고 싶다고 하는 건 내가 여태까지 내 좁은 시야 안에서 봐왔던 중에서 내가 고른 거잖아요, 근데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인 만큼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음을 나한테 알려줘야 하는 그런 기관이어야 하고, 이제 열 몇 살이었던 때보다는 내가 훨씬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게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에선 일단 1차로는 수업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고 (...) 교수님들이 예술대학 안에서 맴도는 교수법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기관은 지역예술가 발굴에 힘을 쏟으면 좋을 것 같고..."

 

 

#실제 예술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직업 교육


"직업능력은 앞서 언급했듯이 예술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준비된 경험과 능력을 일컫습니다. 개인은 문화예술 현장과 산업계로의 진출을 위해 직업인으로서 자신을 정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책임감과 업무분담, 비용과 노동력 대가에 관련된 사회활동의 책무와 보상을 인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대학이 교육해야 할 예술인이 갖춰야 할 소양 안에서,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적 능력을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예술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예술적 태도가 있을 뿐?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자신의 유명한 저서 「서양미술사」 시작과 끝에서 "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가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한 번 더 비틀어서 사전적 의미에서 '직업'으로서 '예술가'가 존재하기 어렵다면, 예술가를 존재하게 하는 건 '예술적 태도'로 정의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예술대학의 교육에 갇히지 않고 당사자들 스스로 예술의 의미와 예술가로서 권리를 찾아내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포럼의 마지막 쯤에서는 이 내용이 쉽지 않지만 중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마무리되었다.

 

 당사자라는 자각


"예술대학생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순간이 어떤 때 발생하는 것 같으냐면 스스로가 문화예술계 당사자라고 느끼는 순간, 그러니까 내가 이걸 하면서 살 거다 라고 얘기하는 순간부터 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를 더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우선 우리가 모여야 한다, 모여서 우리가 계속 꾸준히 활성화하고 공유하는 작업들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든 기관이든 아 이런 게 문제구나 하고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예술가의 창작활동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지역에서도 의미가 있음에도 그걸 그냥 단순히 수단의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고 예술가들도 좀 더 시민의 권리처럼 요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는 활동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거라는 어필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을의 입장으로 포지셔닝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술대학생이 아닌 예술가로, 예술가를 넘어 예술적 태도로


"예술대학생들이 예술대학에서 배우는 게 전부라고 믿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요 예술가라는 게 타고나길 유연한 사고를 하고 능동적이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기질이 있는 거에요."

"저는 예술가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사회의 틈을 보는 거로 생각하는데 그 틈에 균열을 내서 사회를 좀 더 새롭게 바꿀 수 있게끔 하는 게 예술이 하는 일이자 다음 세대 예술가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가 예술인 거고 예술이 다른 일까지 확장되는 건 좋은데 순수하게 창작, 실연만 하면서 사는 게 과연 행복할까 하는 고민 해봤었던 것 같아요."

 


1) 2004학년도 용인대학교 예술대학생 의식조사에 관한 연구, 박미리, 용인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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