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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현장인터뷰 <미래를 열었으면 좋겠어요> ✍ 자림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3. 11.

미래를 열었으면 좋겠어요

 

Interviewer _ 자림 [ 기획자, 작가 _ 현장인터뷰]

Interviewee _ 우희서 [ 작가, 기획자 _ 미래를 여는 예술문]

 

Prolog: 인터뷰 팀에서 활동하며 미래를 여는 예술문(이하 예술문 혹은 예술문 팀)이 궁금했던 나는, 그룹 활동 초기에 참관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청년예술청 회의실에 하나둘씩 모인 그들은, 자신이 몸담은 현장에서 맞닥뜨린 이슈에 관한 이야기로 한참 동안 열띤 토론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야기의 시작점에 불과했다. 스터디 활동의 중간 결과물로 예술가를 위한 낭만적인 계약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예술문 팀은, 오히려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님을 강조한다.

예술문 팀과 전체회의운영 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우희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H 우희서

# 자림

 

H | 시각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자 기획도 하는 우희서입니다.

 

# ‘청년예술인회의그리고 미래를 여는 예술문에 참여하게 된 계기

H  참여를 결정할 당시 제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서 쉬고 있던 때였어요.

4개월 갇혀 있었거든요. 원래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밖을 잘 못 다니니까 사람이 너무 고파져서 이참에 스터디에 참여해서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줌으로 하는 청년예술인회의 모집 설명회에 참여했어요. 전체 설명회 후, 스터디그룹별로 나누어 진행된 회의에서 두 개의 스터디그룹을 경험했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 사람들은 나랑 맞겠지하는 곳을 선택한 것뿐이었어요. 사실은.

스터디그룹별 주제들이 예술인이라면 다 혹할 내용이었잖아요? 예술문이 제일 추상적인 느낌이니까, 추상적인 걸 하나 골랐죠. 그다음에는 타격감.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두 곳의 줌 회의실을 들어갔는데 여기(예술문 팀) 사람들이 나랑 바이브가 맞네, 영혼이 맞는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든 것이 계기였어요. 주 동기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였는데, 실제로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좋아요.

 

# 예술문 스터디그룹활동을 통한 경험과 변화

H  처음에는 팀에 정확한 목적이 부여된 게 아니었으니까, 서로에게 특별한 사건을 하나씩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다들 현장에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장르가 다양하다 보니 이쪽 씬에는 이러이러한 애로사항이 있다는 얘기를 나누었죠. 다들 힘든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으니까요. 활동가처럼 우리가 예술계의 분위기를 바꾸겠어.‘’가 아니라 내가 이런 것을 체험했고, 느꼈고, 그때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 같은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거기서 오는 생동감이나 생생함을 많이 느꼈죠.

개인적으로는 전업 기획자로 일하고 계신 분과 만난 것이 의미 있었어요. 저도 기획을 하지만, 기획만 하시는 분이 제 주변에 많지는 않았거든요. 기획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그분에게서 많이 배웠고, 다른 장르의 예술을 하는 사람과도 그렇게까지 오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들의 예술세계는 이렇다고 하는 것을 느꼈죠. 제 안의 레이어를 많이 쌓을 수 있었던 느낌이에요.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 섬세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미래를 여는 예술문, 그 문을 연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

H  미래인?

예술문 팀에서도 웹진에 올릴 글을 쓰거나 할 때, 컨셉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때 제가 미래인에 대한 얘기를 했었어요. 우리는 아직 미래인이 아니다, 하면서요. 저는 이 스터디그룹자체가 그 미래인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 말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미래인이 누구냐?”고 하면,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요. 화가 없는 사람.

다들 공감하실 것 같은데, 이 일을 하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닐 때가 많고 학습되지 않은, 돌발인 지점이 많잖아요.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고 또한 예술이다 보니, 다들 트라우마 하나씩은 가지고 사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억울함이나 한이 되고 슬퍼지기도 하는 건데, 미래인은 그런 한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 그 예술문을 열면 노동, 또는 일과 보상, 혹은 조건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보여야 할까?

H  개인적인 거긴 한데, 저는 현실감각을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인 문제가 이상과 갭을 만들면서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의 예술은 다 이상적인 것이고, 그런데 현실적인 제도나 시스템 때문에 갭이 생기면서 트러블이 발생하죠. 그 현실감각을 맞춰가는 과정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미래를 여는 예술문 너머 가장 먼저 있을 것은 아무래도 땅바닥 아닐까요? 지금은 제가 붕 떠 있고 그러니까, 땅에 발붙이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우리의 끊임없는 논쟁 중의 하나잖아요. (예술 행위가) 노동이다, 노동이 아니다. 그런데 제가 봤을 때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예술의 노동 가치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에는 예외사항이 너무 많고 그 예외사항을 조금 더 현실로 맞춰가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서요. 물론 예술이 노동이냐 아니냐에 대한 주창을 먼저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문제는,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계약서를 건드렸던 것 같아요. 우리도 계약서라는 것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아, 이런 느낌이었죠.

 

# ‘낭만적인 계약서

H  중의적인 의미도 있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어요. 현실화가 안 될 거라서 낭만적인 걸까? 아니면 우리가 정말 낭만을 바라고 만든 계약서일까? 의미가 여러 가지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예술문 팀에서 계약서에 대해 따로 알아보기도 하고, 자문을 받기도 했는데 사실 저희가 하려고 하는 게 맞는 거래요. 이렇게 해야 한대요. 이렇게 해야 우리가 권리를 갖게 되고, 이렇게 해도 되는 게 사실은 계약서래요. 다만, 통과가 되지 않을 뿐이죠.

 

# 미래를 여는 예술문

H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 “현실이 싫어.”가 아니라, “현실은 이래하면서 담담하게 얘기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뭘 할 수 있을까, 라고 질문을 던지는데 거기에 더해서 굉장히 용기 있게 감정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저는 감정을 내어놓고 얘기하는 일에 용기를 잘 못 내는 사람이었는데, 이 팀에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에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그리고 그런 용기가 미래를 바꿀 수 있구나, 이것을 깨닫는 것 같아요.

어떤 사건이 있다고 해보면 그 사건에 대해 개인이 느끼는 것은 사건 더하기 감정이잖아요. 그 감정을 누군가와 서로 얘기하면 이 사건이 인간적인 어떤 것으로 변화하게 돼요. 공감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하는 거죠. 그랬을 때 그 사건은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시스템의 문제를 들여다본다거나, 전체의 모습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 거예요. 이것이 예술문 팀이지 않나 싶어요. 진심으로 얘기하는 사람들.

 

# 2022, 미래를 여는 예술문

H  계약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해서, 단순히 계약서라는 대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팀이 원한 방향은 아니었는데 살짝 그렇게 되는 것 같아, 제동을 걸었어요. 우리가 진정 던지고자 하는 질문들과 주변 환경에 대한 생각을 환기할 수 있는 장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생각하고자 해요. 그러면서 계약서도 공부하고, 우리가 정말 말하려고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대화도 많이 하고요.

이런 부분을 잘 정리해서 내년에 저희 팀의 정확한 의도가 전달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나오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계약서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질 거예요. 내년에 완성본이 나올 거고 저희가 코딩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받는 자리로, 전시도 열 수 있겠고요. 다양하게 많이 얘기하고 있어요. 오프라인으로는 어떻게 퍼뜨릴 것인가 하는 것도 포함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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