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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현장인터뷰 <격한 공감이 주는 따뜻한 마찰, 타격감> ✍ 강지희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3. 11.

격한 공감이 주는 따뜻한 마찰, 타격감

 

Interviewer _ 강지희 [ 공연예술가 _ 현장인터뷰 ]

Interviewee _ 최지규 [ 시각예술가 _ 타격감 ]

 

Prolog: 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홈페이지에서 듣는다의 카테고리 안에 있던 현장인터뷰, 타격감스터디그룹에 흥미가 많았고, 잠시 두 스터디그룹을 병행하게 되었다. 타격감감각하는 공감을 통해 창작자와 감상자 사이의 따뜻한 공감을 만들어 내며, 짧은 기간이지만 무척 인상 깊은 스터디 활동으로 남아있었다.

타격감의 리뉴얼을 계획할 무렵, 나는 부족한 동력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타격감을 응원하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의 한 구성원으로 남게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타격감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스터디그룹안에서 바라보던 때와 달리,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타격감의 이야기를 타격감의 최지규 님을 통해 이번에는 밖에서 들어본다.

***

G 최지규

# 강지희

 

# 타격감

G | 타격감은 느슨한 연대와 묵직한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스터디그룹입니다.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의 줄임말로 작품을 통해 소통하는 모임이에요. 청년예술인의 예술작업이 의미 있는 행위로 돌아오는 경험이 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모임이죠. 타격감을 기획하신 장일수 님은 타격감, 일종의 청년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격하게 공감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가치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하신 것 같아요.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하다 보면 왠지 허공에 대고 주먹질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잖아요? 그 순간이 어느 정도 마찰이 되고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이 되는 순간을 바라는 마음에서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으로 만들어진 모임입니다.

곽혜은 님, 김선 님, 박세은 님, 그리고 저, 최지규. 총 네 명이 바통을 이어받아 타격감스터디 활동을 지속하는 중이에요. 네 명이 머리를 맞대고 보다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시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이자 2년 차 직장인입니다. 사실 예술인과 직장인 모두 스스로 말하기에 부족하고 어색하지만, 둘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청년입니다.

 

# 청년예술인회의와 타격감에 참여하게 된 계기

G  미술대학 재학시절부터 전시 활동을 통해 예술인으로 자연스럽게 활동했던 케이스여서 , 예술인이 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지는 않은, 자연스럽게 예술 활동을 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그러다가 20202월 코로나 직전, 대학을 졸업하면서 운이 좋게도 프랑스에서 전시회도 하면서, 예술인 활동을 한 번 본격적으로 해볼까 하는 상황이었어요. 프랑스의 교통파업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파리에 작품을 보내는 것조차 매우 힘들어졌어요. 예술인으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니 막상 한계도 많이 느끼고, 내가 예술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좋은 경험들이었지만 힘든 순간들이기도 했어요. 졸업 후 얼마 되지 않아 예술과 관련된 직장을 얻어서 현재까지 직장인 생활도 하면서 조금씩 예술 활동을 하고 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 할수록 예술 활동에 대한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계속 예술에 관련된 이런 소식도 찾아보고, 그러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도 알게 되었어요. 다시 예술 활동을 시작해보자는 의미로 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 들어오게 되었죠. 나의 작업 활동을 다시 의미가 있고 더 가치 있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 최근의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

G  조금 의외일 수 있는데, 전 노래예요.

말하기가 조금 쑥스러운데, 아이유의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의 한 구절에 엄청나게 공감했어요. 저한테는 올해의 가장 격한 공감이었거든요. 여기서 [가사] 일부분에 오히려 기꺼이 헤매고픈 밤이야, 너와 길 잃을 수 있다면”. 사랑 노래에서 이런 문구가 인상적이었어요. 기꺼이 헤맨다는 게 제게는 엄청난 선언처럼 와 닿았거든요. 그리고 너와 함께라면 길을 잃어도 괜찮고 헤매도 좋다는 말에 상당히 공감하고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예술이든 사랑이든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업할 때면 10시간을 앉아 있어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변화도 전혀 없고 진도가 전혀 안 나가는 과정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은 것 같거든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걷다 보면 실제로 길을 많이 잃게 되지요. 계속 똑같은 곳 빙빙 돌면서요. 그러다 쉽게 새벽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게 좀 관찰자의 시점에서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으로 보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여서 좋은 예술도 나오고 좋은 관계도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이라는 시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오히려 기꺼이 헤매고픈 밤가지 않은 길의 조화가, 장면은 다르지만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격하게 공감됐던 것 같아요.

 

# 서울청년예술인 활동으로 인한 변화

G  저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 덕분에 많이 변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기꺼이 헤매고픈 밤이야.’ 이 글귀가 인상적이라고 했지만 사실 저는 극도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람인 것 같거든요. 지금도 일상생활에서는 비효율을 별로 안 좋아하고 게을러서 더욱더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예술이나 좋아하는 일만큼은 그 효율성을 버려두고 그 순간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대학 시절부터 예술 활동을 했지만, 예술인의 삶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해요. 과연 예술인의 생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하고, 지레 먼저 겁먹었던 것도 같아요.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좌절과 우여곡절을 보면서, 특히 정말 좋아하던 선배가 미술가로 활동하면서 너무 힘들어하는 걸 옆에서 봤거든요. “전시하는 것도 좋고 그림 그리는 것도 너무 좋은데, 예술 활동 너무 어려워, 힘들어, 적당히 선만 지키자.” 약간 이런 오만한 편견이 있었는데 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서 만난 많은 분이 정말 치열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작품 활동이나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려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예술인분들이 강하게 무언가를 말하진 않지만, 그 특유의 온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동료 예술인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그 특유의 온기와 미세한 패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으로부터 많은 동기부여를 얻었고 예술인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직장생활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저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 덕분에 더 안 해도 되는 일까지 받아서 하고 있어요. 퇴근 후에 삽화 작업 같은 것도, 예전 같았으면 안 했을 테지만 하고 있고, 미술 관련 에디터 활동도 1년 가까이 했었죠. 그래서 저한테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가 효율과 생산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상당히 가치 있는 활동이에요. 제게 충분한 동기를 준 것 같습니다.

 

# 2022, 타격감

G  2022년의 타격감은 에세이 작업과 오프라인 모임에 게임 요소를 추가하는 것을 계획 중이에요.

우선 타격감에세이는 타인·격함·공감순으로 예술인들의 일상과 영감이 담긴 글을 수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우선 타격감멤버인 네 명이 시작하고 내년에는 다른 예술인분들에게도 원고를 요청하고자 해요. 받은 원고를 재편집하여 책의 형태로 출판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고요. 기회가 된다면 크라우드 펀딩에도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오프라인 모임에는 게임 요소인 카드놀이역할놀이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카드놀이는 감각하는 방법이 기재된 카드를 뽑아 그 카드에 나온 설명대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거예요. ‘역할놀이는 다양한 관점으로 예술작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게임이에요. 아직 기획단계이기 때문에 2022년에는 조금 더 치열하게 회의하고, 시스템으로 만들면서 계속 실험해볼 것 같아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예술은 놀이이자 게임이고, 예술인은 직업이 아니라 종족(tribe)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모든 어린이는 예술가다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모두가 예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 퇴사 후 예술인이 되는 경우도 많고, 감상자 입장에서 예술 관련 책도 꾸준히 출판되고 있잖아요. 누구나 예술이라는 게임의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다고 믿어요.

 

# 예술인에게 타격감은 어떤 의미일까

G  타격감구성원들이 느슨한 연대와 묵직한 소통이라는 하나의 슬로건을 만들었어요.

타격감에 참여하는 예술인이나 예술 실행자, 혹은 감상자가 여기에 왔을 때는 연대는 느슨하게 되지만 소통은 묵직하게 한 번 해보자. 격하게 한 번 공감을 해보자, 격하게 위로받고 가자, 하는 생각으로요.

많은 예술인이 타격감을 통해서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나 작업하길 너무 잘했다, 이런 걸 말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힘을 받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그 온기라는 게, 사실 격한 공감이지만 타오르는 듯한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은, 따뜻한 마찰 같은 것 같아요. 타격감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의 작품을 온당하게 바라볼 수 있고, 서로의 작품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하고,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이것이 타격감이 예술인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궁극적인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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