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다] 현장인터뷰 <더 깊고 유연한 담론장을 위하여> ✍반주리

더 깊고 유연한 담론장을 위하여

 

Interviewer _ 주리 [ 기획자 _ 《현장인터뷰》 팀 ]

Interviewee _ 정엽 [ 연구자 _ 《연구릴레이》 팀 ]

 

Prolog: 지난 3월 퇴근길 버스 안에서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스터디그룹〉 신청 구글 폼을 작성하다 머뭇거린 기억이 있다. 동료 연구자들이 서로의 글을 읽고 이어 쓰는 《연구릴레이》, 청년 예술가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현장인터뷰》. 고민 끝에 나는 듣는 쪽을 택했지만 이어 쓰는 사람들의 작업이 늘 궁금했다.

정엽은 예술경영 연구를 수행하는 독립 연구자이다. 올해 《연구릴레이》 서막을 연 정엽은 ‘청년예술’에서 당장 의의를 끌어내는 것을 지양하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청년예술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 주목하며 다음 팀원에게 차분하고 다정하게 바통을 넘긴다. 기록에 대한 그의 고민이 더 듣고 싶어 인터뷰를 신청하게 되었다.

인터뷰는 12월 어느 금요일 밤 맑게 지친 얼굴을 맞대고 줌으로 진행했다. 글로 먼저 만나서인지 첫 만남이었지만 어색함보다 반가움이 컸던 인터뷰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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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리

Y 정엽

 

# 《연구릴레이》 팀

Y ｜ 예술경영 연구를 수행하는 독립 연구자이자 올해 청년예술 연구를 시도했던 김정엽입니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든 연구주제도 중요하지만, 그 주제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에도 관심이 많은 독립 연구자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연구릴레이》는 작년, 성연주 연구자가 「청년예술을 폐기하라」(2020)에서 청년예술에 관한 담론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론화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올해 제가 속한 《연구릴레이》에서는 그 내용을 이어받되 〈연구스위치〉라는 새로운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었어요. 청년예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보다 산발적이더라고요. 하나로 연결하기 어려운 점도 있고요. 《연구릴레이》 주제 선정 과정에서 각자가 연구주제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다면 이를 릴레이로 풀기보다는 각자 연구 스위치를 켜고, 켜진 스위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연구를 시도해보고자 〈연구스위치〉라는 코너를 두게 되었습니다.

 

# 〈연구스위치〉

Y ｜ 《연구릴레이》, 〈연구스위치〉는 올해 ‘경계’, ‘예술과 사회’, ‘예술지원사업’ 이 세 가지 카테고리로 연구를 진행했어요.

진행하면서 연구라는 틀 자체를 넓히려고 노력했어요. 기성적인 연구의 틀이 아니라, 우리 팀 안에서는 연구가 조금 더 다양할 수 없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고 〈연구스위치〉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점들을 조금 더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청년예술과 관련된 읽을거리를 많이 생산했다는 점에서 기쁘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연구를 한다’는 것의 의미는, 대학원과 같은 문화 자본 등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누구나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실제로 저희 팀에서는 청년예술에 관하여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어요. 꼭 어떤 ‘연구 실적’을 내지 않아도 함께 모여 서로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나누고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피드백하면서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이 프로젝트를 신나게 진행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 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 참여하게 된 계기

Y ｜ 동료 연구자를 만나고 싶었어요.

학식과 연륜이 다분하신 전문적인 연구자들 말고요. 저처럼 아무것도 잘 모르고, 그런데 연구는 해보고 싶은, 예술 분야 연구자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그런 연구자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싶었고, 기회가 되면 공동연구도 해보고 싶었고요. 제 또래 청년 연구자들을 만나고 싶어서 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학원 내에도 또래 연구자 네트워크가 있지만 사실 예술경영에서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학생을 찾기가 어려워요. 대부분 공연이나 전시를 기획하고요. 예술 경영이라는 분야 자체가 현장에서 예술을 창작하기 위한 매개 역할이 강하거든요. 연구를 전업으로 하고, 연구에 진심이고,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을 더 만나보고 싶었어요.

 

# 《연구릴레이》를 통한 바람, 아쉬움과 즐거움

Y ｜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참여 초기에는 공동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청년예술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관심사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고요. 그렇다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청년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하나의 주제를 두고 학술적인 토론을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들어와서 보니 《연구릴레이》 팀 구성원이 생각보다 훨씬 유연하고 열려 있어서 그에 맞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아쉬웠던 점부터 얘기할게요. 일단 코로나 상황이다 보니 지금까지 딱 한 번 만났어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잠시 감소했던 시기에 대면해서 처음으로 뵈었는데 모두 연예인 보는 기분이더라고요. 물론 비대면으로도 소통이 가능하지만 현장만의 스파크가 있고, 대면하여 나누는 피드백이 역시 더 날카롭고 효과적으로 전달된 것 같아요.

특히 좋았던 점으로는 연구 중간점검을 하면서 진행한 건설적인 비판과 피드백을 꼽으려고 해요. 피드백을 참고 정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연구에 어떻게 반영하는지도 알 수 있었고요. 연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간 역시 충분히 주어져서 좋았습니다. 또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획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희는 웹진 회차마다 기획할 사람을 뽑았고, 첫 회차는 저와 서윤 님이 기획했어요. 문장들도 함께 뽑고, 배치에 대해 고민도 했고요. 연구하는 동시에 기획도 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저희는 기성의 연구 틀을 고수하지 않고 팀원 개인이 포착한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라면 뭐든지 환영했어요. 편지, 에세이, 선언문, 인터뷰 등 모든 형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 2022년, 《연구릴레이》

Y ｜ 더 많은, 새로운 연구자들을 만나고 싶어요.

누군가 이 작업을 보고 용기를 내서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연구자, 새로운 연구 방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합니다. 또 내년에는 공동 학술 연구도 진행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최근 개인적인 관심사

Y ｜ 석사 논문을 청년예술 정책에 관해 썼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과연 청년예술 지원정책이 예술지원 정책으로서의 목적과 기능을 충분히 견지하고 있을까?’ ‘복지적 차원에서, 시혜적인 관점에서만 청년예술 지원정책이 설계 이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고민을 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앞으로도 이 문제의식을 이어나가면서 청년예술과 관련된 연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을 궁리하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리고 내년부터 구술사 연구방법론을 공부하면서 이 방법론을 예술 분야의 다양한 연구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머리로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실제 예술 작업을 중심으로 말이죠. 그게 연구여도, 기획이어도 좋고요. 다양하게 풀어 적용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습니다.

 

# 구술채록을 통한 청년예술 연구

Y ｜ 청년예술이라는 개념은 당사자주의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졌잖아요?

정책과 지원사업을 설계하는 데에 있어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으니까요. 저는 그런 점 때문이라도 청년예술인의 직접발화, 구술채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술채록에는 어떤 시급성이 존재해요. 지금 이 구술채록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남기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보통 원로예술인 구술채록을 할 때는 그 시급성에 대한 기준을 굉장히 중요하게 두거든요. 가령 예술사 구술채록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한국전쟁 전후, 근대화 시기에 예술 활동을 하셨던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예술사의 가려진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데에도 의의가 있고요. 저는 청년예술이라는 개념이 앞으로도 유효할까 의문을 가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청년예술인이 생각하는 청년예술을 구술채록으로 남기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년예술 개념 안에서도 구술 연구는 연구의 중요한 방법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