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현장인터뷰 ⑪ ✍ 나혜린, 옥민아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1. 9. 13.

현장인터뷰


20217월로서 꼭 넉 달입니다.

8명의 청년예술가들이 서울청년예술인회의 현장인터뷰, 스터디팀이라는 장황한 이름의 천막을 마련하여, 그 그늘아래서 잘 놀고 잘 쉬다 보니 넉 달이 훌쩍입니다. 상대를 경청하고 질문하길 좋아하는 청년예술인 여덟이 격주로 만나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의 목적은 인터뷰 방법론에 대한 스터디였는데, 서로가 궁금해져 질문을 던지느라 목적도 잊고 여름이 온 줄도 몰랐습니다. 분주한 왕래에 그늘이 오목해질 무렵, 현장인터뷰 스터디팀의 1기 활동이 막을 내린다 합니다. 언제나 익숙해 질라 치면 불쑥 이별입니다.

현장인터뷰, 스터디팀’ 1기의 자취를 기록하고자 팀원 각자, 자신이 평소 궁금해하던 청년예술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웹진 숨은참조위에 그 인터뷰를 순차적으로 공개합니다.


Title : 정책과 예술, 그 교차점에서

 

Prolog : 우리는 청년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혜원은 환경과 도시, 사회와 정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 청년으로서 다큐멘터리와 언론, 희곡의 언어로 자신과 세상 사이의 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때로는 세상이 정의하는 여러 갈림길에서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도, 환경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행보를 성큼성큼 나아가는 혜원의 이야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Interviewer : 나혜린 [ 기획자 / 이하, 혜린 ]

Interviewee : 이혜원 [ 다큐멘터리 제작자 / 이하, 혜원 ]

Interview 일시, 장소 : 2021 08 0521:00~23:00, 정릉집

 

*혜원은 학교를 중심으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중이다. 하나는 경쟁을 거부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20대 또래들의 혐오를 솔직하게 다루는 작품을, 또 다른 하나는 미장 작업을 하고 있는 여성 기술자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현재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문화재단 리빙랩 사업을 지원해 지역영화관을 활성화를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연구소 인턴으로서 공유도시 매거진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전에는 청소년 희곡을 써, 극을 올린 적이 있다.

 

혜린 | 자기 소개를 부탁해.

 

혜원 | 나는 지금 20대 후반이고, 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있고, 그리고 환경문제나 도시문제,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요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혜린 | 다큐멘터리, 언론, 영화관, 공유도시. 이것들이 지향하는 지점을 함축적으로 얘기하면 처음에 말한환경도시인 것 같아. 지금의 일, 혹은 이런 키워드까지 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왔어?

 

혜원 | 환경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 환경은 엄청나게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예전에 내가 고등학교 때, 처음 그 기숙사에 들어간 날 친구들끼리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어. 근데 그 싸움의 주제가 무엇이었냐 하면 통일의 찬반이었어. 의견이 어떻건 간에 이렇게 사회적인 일로 친구들이 싸울 수 있구나, 개인과 개인이! 입주 첫날 밤에 통일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애들이 싸우더라고. 되게 무서웠어. 그래서 나는 뭔가 지향을 한다면 되게 누구나, 누구에게도 좀 당연하게 절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걸 지향하고 싶다, 싸움이 나지 않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그게 나한테 환경이었던 거지. 굉장히 단순한 생각으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조금씩 키웠던 것 같아.

고등학교 얘기를 조금 더 하면, 그때 선생님이 환경에 대한 글을 써오라고 하신 적이 있었.  그 과제를 받고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했었어. 환경이라고 하는 게 꼭 숲, 나무, , 이런 게 환경이 아니라, 그냥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게 다 환경인 거다. 뭔가 이런 식의 얘기를 친구들이랑 나눴을 때, 처음에 입학할 당시 생각했던 그 환경이 또 내가 생각한 환경이 아니었던 거야. 그렇게 환경에 대한 개념이 넓어지게 된 고등학교 때의 경험이 있. 그리고 그 다음에 내가 사는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다 환경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사회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하지만 내 주위의 모든 것이 환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뜬구름 잡는 그런 느낌으로만 알고 있었, 정작 내 동네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런 사회적경제, 적정기술과 같은 키워드를 아서 어딘가에 갔는데 그게 실체가 없고 사실 그게 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환상만을 품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그럼 내 주위의 환경을 둘러보자, 해서 우리 동네, 부천시 블로그 기자단을 하게 됐지.

물론 실제로 이 활동이 정말 환경에 관련된 활동은 아니었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이해? 예를 들어 내가 취재를 하면서, 나는 신도시에 살았지만 구도심을 가볼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어떤 집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어떤 감각? 이런 것들이 환경과 도시에 계속 관심을 갖게 해준 것 같아. 도시 농업이라던가. 그 환경의 또 다른 카테고리로서 제철채소와 같은 음식에 관심이 생겨서 홍대 수카라라는 채식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된 거고, 그때부터 또 채식을 직접 해 보기 시작한 거고.

 

혜린 | 어떤 생각들이 계속해서 깨지고, 나름대로 디테일하게 파악을 해 보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너의 언어로 표현을 해 보는 그런 과정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지금도 그런 과정인 것 같고

 

혜원 | 어떤 직업적인 타이틀이나 사회적인 명성이나 이런 것도 사실은 너무 좇고 싶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 너무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또 경쟁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뭐 이런 상태인 것 같아. 래서 당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찾아보게 되었어. 무언가 너무 궁금해진다면 일단 한 번 배우러 가 본다 던지? 그런 도전들을 계속 했던 것 같아. 내가 직접 경험을 하고 싶어서 계속 노력했던 것 같고.

예전에는 언론인이 피디가 되거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언론인이나 피디가 되지 않아도 나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한 거야.

 

혜린 | 그럼 너는 지금 청년예술인 범주 안에 있다고 생각해?

 

혜원 | 청년예술인? 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나? (웃음)

 

혜린 | 사회적인 증거로는 사실은 너가 예술인이라고 말할 수는 있잖아.

왜냐하면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이름 안에 일단 예술이 들어가 있어. 그리고 지금 배우는 과목들도 사실은 일반적인 언론의 형태는 아닌 거 잖아. 그런 측면에서는 사실은 나는 네가 청년예술인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스스로는 예술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 그렇게 정의할 수 있을까?

 

혜원 |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사회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지향하다 보니까, 내가 막 아트를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아. 그렇지만 사회에 최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사회 참여를 한다 거나 정책을 제안한다 거나 이런 일을 능동적으로 하고 있다고는 생각해. 그러니까 내 세계 안에서도 예술이라는 게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보게 되네

그렇다면, 다각도로 보려고 하는 지점에서 나는 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어떤 사안을 가지고 하나의 줄기 안에서 글로도 써 보고, 영상으로도 만들어 보고, 가사로 써 보기도 하는 것들. 솔직히 말하면 같은 얘기를 변주해서 하는 거 거든. 결국에는 칼럼으로 쓰는 얘기도 그렇고, 아시아연구소에서 쓰는 논문도 결국에는청년성에 대해서 말할 때, 그 청년에 대한 건강한 이미지를 버려라, 그리고 청년은 모아 둔다고 다 커뮤니티가 되는 게 아니다. 커뮤니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실 전 생애가 걸린다라든가. 매체에 썼던 칼럼도 ‘MZ라는 건 없다’ (웃음) 뭐 이런 걸 썼어. 그러니까 나는 계속 하고 싶은 얘기가 분명히 있고, 그것을 논문으로도 써봤다가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었다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해보려고 한다는 지점에서, 그렇다면 청년예술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예술작품을 만들지 않아도 한번 그것에 깊게 관심을 가져본다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한 작업인 것 같아. 그런데 그게 꼭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무대 위 희곡을 보거나 하는 일반적인 예술작품이 아닐 수도 있지. 그저 놀이터를 조사해서, 놀이터 사진을 찍어서, 그걸 같이 공유하고 전시를 해도 만족한다는 거지. 물론 주류적인 담론에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겠지. 혼자서, 한 개인이 하니까.

때로는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을 이어 가다가 다른 길로 새기 때문에, 이를테면 내가 다큐를 만들 거야 하면 그것만 파면 되는데, 만들다가 보면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고 그래서 작업이 오래 걸리지. 때문에 난예술을 하고 있다라고 깔끔하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다큐를 만들어서 세상을 바꿀 거야 라고 하기보다는 내가 관심이 있는 문제가 있으면 그걸 어떻게든 바꾸기 위해서 공부를 하자, 라는 방식으로 생각이 바뀌었어. 왜냐하면 다큐 편을 만드는 자체가 너무 느리고 너무 외로워.

 

혜린 | 너 희곡도 쓰고 상도 받았잖아. 그런데 왜나는 청년예술인이다라고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기 힘든 거야?

 

혜원 | 그건 아마 내가 지향하는 삶을 고민하는 지점에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어떤 예술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어떤 직업인으로서 살 것인지에 대한 마음의 고민 때문에 선뜻 대답을 못한 것 같아.

 

혜린 | 그럼 지금은 갈림길 위라고 볼 수 있는 거야?

 

혜원 | 내가 진짜 이것저것 많이 하는 편 이잖아.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아도 살 것 같긴 하거든?

그런데 요즘은 취업을 안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 최근에 시아연구소를 통해서 청년들을 인터뷰했거든? 이게 사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품도 많이 들고 학위를 받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 나는 대가없이 이렇게 순수하게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즐거웠던 것 같아. 그래서 정말 기본소득만 보장된다면… (웃음) 이런 식으로 미래를 생각을 하는 거지.

하지만 그러기엔 아직 내가 전문적인 나만의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지금은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내가 어떤 직업인이 될 수 있을까, 어떤 직업으로 나를 담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진짜 많이 되는 거지. 학교에서 희곡도 쓰고, 가사도 쓰고, 인형도 만들고 별에 별 걸 다 해보고 다양한 매체를 시도해 봤어. 그러면서 나는 어떤 것과 더 잘 맞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 사실 요즘은 정당활동을 해볼까 싶어.

 

혜린 | 정당활동을 한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혜원 | 지금 내가 청년으로서 이제 미디어 매체에도 말을 하고, 논문도 보고 하니,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조금 뚜렷해지는 것 같아. 정말 구체적으로 정책을 제안할 있는, 예를 들어 기후위기같은 것에 대해서 오히려 구체적으로 얘기할 있지 않을까 싶어 졌어.

 

혜린 | 네가 사회와 정책과 환경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개인적인,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이 내 눈에는 특이한 것 같아. 사실 예술인 하면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들인 거잖아.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꼭 사회적이거나 정책적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데 이제 사회와 정책, 환경이라는 거대 담론을 너만의 언어로 풀겠다는 의지로 들리네. 그것은 다큐멘터리 언어일 수도 있고, 언론인의 언어일 수도 있고, 희곡의 언어일 수도 있겠지? 넌 이미 계속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잖아. 그것은 개인의 행보인 거잖아. 정책을 정책으로 풀지 않는 방식으로…(웃음) 난 사실 이 지점에서 청년예술인 혹은, 너와 같은 사람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 같아.

그럼 네가 할 수 있는 예술은 이미 많은데, 그 속에서 우선순위를 매겨볼 수 있어? 만약 비용도 지원받는다고 한다면?

 

혜원 | 난 다큐를 너무 하고 싶지.

 

혜린 | (웃음) 모든 것이 해결되면 다시 다큐로 오는 거야?

 

혜원 | 다큐멘터리가 가장 하고 싶지. 다큐멘터리가 너무 어려운 일인데도, 내가 그것에 미쳐 버리는 거네? 결국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해. 사람과 관계 맺기가 너무 어려운데 그러니까 더 사람과 관계 맺고 싶은 것 같고. 사회문제에 대한 나의 관점을 갖기가 너무 어려운데, 너무 어려운 세상이니까 오히려 더 다큐를 통해서 뭔가 더 해보고 싶은게 아닌가 싶어. 나는 이 매체를 정말 애정하지만 동시에 그래서 어려워. 그런데 이제 거기까지 어쨌든 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있어. 내가 4년간 배운 것으로 절대 일확천금을 노리면 안 된다. 사실은 너무 노렸어. (웃음)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야 겠다 는 생각을 하는 거지. 또 누군가를 불편하게, 그러니까 다큐멘터리의 출연자를 불편하게 해서까지 성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가 나의 어떤 사적인 관계를 해치면서까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다큐를 만드나 싶은 거지.

 

혜린 | 그럼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 것 같아? 상상해 본다면?

 

혜원 | 진짜 뭐가 하고 싶은 걸까 생각해봤는데, 카메라를 드는 건 아니야. 아니더라고.

정말 본질적으로 하고 싶은 건, 그러니까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이 있을 거 아니야? 그런데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더라도 그 안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것이 미디어에서 획일적으로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사람이라는 존재가 다채롭고 미묘한 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입체적으로 나타내 줄 수 있는 매체를, 방법을 사용해서 좀 호흡이 길더라도 르포르타주 성격의 매체를 하고 싶어. 그건 연극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겠지. 인터뷰에 계속 관심이 있는 것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듣는 연습을 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꼭 다큐가 아니더라도, 하지만 다큐의 성격은 띠는 작업을 하고 싶어.

물론 다큐멘터리 한 편을 만드는 건 너무 어렵고 관객도 없지만, 다큐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힘이 있다는 거? 나에게 힘을 줘. 그래서 너무 힘든 일이지만 빈틈이 무엇일 지, 지금 오가는 이야기의 빈틈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걸 발견해내서, 또 다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우는 작업을 하고 싶어.(웃음) 그게 어떤 직업인이 될 수도 있지 혹은 그런 직업이 될 수도 있고.

 

혜린 | 네가 생각하는 너의 이상이 있겠지?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까지,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미래의 너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

 

혜원 | 건강과 체력.

왜냐하면 진짜 다 체력인 것 같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일단 건강해야 하는 데, 건강이라는 게 멘탈도 있어야 되고 건강한 몸도 있어야 하니까. 밤 늦게 까지 작업하고 새벽에 자고 하는 식의 작업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성실하고, 자기 루틴이 있는, 미루지 않는 작업자가 되고 싶어.

그리고 이렇게 매번 되뇌어. 내가 하는 건 어차피 이 지구에서 밀알 만큼이니까, 그냥 밀알이니까, 막 누구를 이기려고 하지 말고, 누구를 이용하려고 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자. 그리고 그렇게 까지 할 것도 아니다. 난 지구의 밀알이기 때문에. 하지만 동시에 밀알만큼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웃음)

 

혜린 | 그러면 만약에, 원하던 이상향에 도달했어. 그럼 그때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니? 당부의 메시지랄까?

 

혜원 | 내가 만났던 좋은 어른이 누구였나 생각해보고 있어. 그 사람이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유머를 잃지 말아라? 나의 이상향에 근접한 때가 되면, 되게 많은 일을 겪었을 것 같아. 누군가의 죽음일 수도 있고. 그런데 내가 어떤 사람을 봤을 때 나이를 불문하고 천진하거나 유머가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어 보이더라고. 제때 제격인 유머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