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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타격감에세이 Chapter3. '격하다.'의 이미지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3. 11.

‘격하다.’의 이미지

 

글쓴이: 박세은

 

격함이라는 언어를 키워드로 하여 글을 쓰기로 했을 때 막막함이 몰려왔다. ‘격하다.’라는 말을 평소에 잘 쓰지도 않을뿐더러 요즘 들어 격하게 무언가를 할 정도로 마음에 가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의 탓인지 내 주변, 사회도 격함과 어울리지 않게 위축된 분위기라 더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나는 격하다.’를 파헤치기보다 내 속에서 떠오른 격하다.’의 이미지들을 차근차근 작성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의미의 격함을 찾아보고 타격감 스터디그룹이 지향하는 격함을 내 안에서 다시 정의해보려고 한다.

 

격하다.’는 어떤 이미지일까?

지금은 타격감 스터디 활동을 통해 격하다.’의 이미지가 긍정적인 쪽으로 변했지만, 타격감 스터디 활동 전까지만 해도 격하다.’는 나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격하다.’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미지는 - 마치 평온하고 잔잔하던 분위기가 갑... 그것도 매우 심.... 변화한다. - 였다. 내가 빠르게 극에서 극으로 변화하는 것들을 부담스러워하는 탓일까? 그래서 격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예를 들어 격하게 말하는 모습을 떠올려도 긍정적인 모습보다 부정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모습이 떠오른달까? 자신이 될 수도 있고 주변에서 이렇게 격하게 말하는 모습을 한 번쯤을 보았을 텐데 다들 좋은 이미지로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격하다.’를 보았을 때 격함은 갑자기, 빠르게, 극에서 극, 변화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긍정적인 이미지의 격하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역시나 춤을 추는 사람이어서 격하게 움직이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움직임에 있어서 격함은 멋이다. 내가 좋아하는 춤 장르인 크럼프(KRUMP)는 스트릿 댄스로 격하게 움직이는 것이 두드러져 보이는 춤이다. 크럼프(KRUMP)의 느낌으로 춤을 출 때 나의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려서 격하게 폭발시키면 어떤 희열감이 오기도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이 크럼프(KRUMP)를 추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박자에 맞춰 몸짓을 터트릴 때 시원하고 통쾌한 느낌도 받는다.

무용 공연에서 격함은 의도된 연출로 표현되기도 한다. 내가 무용 공연에서 격함을 연출할 때는 보통 인간의 한계를 공연에서 끌어올려 관객에게 다른 공간에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움직임이 격함으로 넘어가면 무용수의 에너지, 공간의 분위기, 관객의 몰입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격하다.’는 긍정적인 이미지에서 멋, 에너지, 희열감, 통쾌함, 몰입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생각을 해보기 위해 격하다.’를 부정적인 이미지, 긍정적인 이미지로 나누어 떠올려 봤지만 돌이켜보면 격하다.’는 앞뒤로 어떤 단어를 붙이는지에 따라 의미와 분위기가 변하는 언어 일지로 모른다고 생각했다.

 

광장에서 격하게 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하게 춤춘다.

열정적인 격함이 타오른다.

격하게 문제를 일으킨다.

 

이처럼 여러 가지의 언어를 앞뒤에 덧붙여 격하다.’의 다른 의미를 찾다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타격감의

타격감에서 말하는 은 무슨 의미일까? 타격감 팀원들이 다 같은 생각일 수도 있고 다 다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타격감의 은 변화와 에너지의 의미를 내포한다.

최근 몇 년을 되짚어보면 예술의 장르도 다양해지고, 발표되는 작품도 많아지고, 예술인도 늘어나서 예술이 범람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범람하는 예술 안에서 소외되는 예술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02112월만 해도 보고 싶은 전시, 공연이 넘쳤지만 많은 작품을 전부 보기에는 시간 때문에, 비용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놓치는 작품들이 많았다. 기껏 준비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닿지 못한 작품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타격감 스터디그룹은 그런 예술을 찾아 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범람하는 예술 안에서 소외되는 작품이 없이 예술 문화에 격한 변화를 만들고, 예술가들이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격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일 말이다.

 

글을 작성하다 보니 막막했던 격하다.’의 언어가 타격감의 을 만나 다시 정의되었다.

 

새로운 발견을 찾을 수 있는 격한 변화의 에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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