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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읽는다

[읽는다] 연구스위치|(3차) 예술지원사업 : 번역(translation)과 청년예술(인) ✍김정엽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6. 23.

번역(translation)과 청년예술(인)

김정엽

 

등록하기 단계(enrollment)에서는 행위자들 간의 연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행위자들에 게 분배된 관계가 정의되고 행위자들은 각자의 역할을 수용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등록하기  단계의 과정에서 행위자들의 역할은 때로는 저항되거나 무시되기도 하면서 비수용 혹은 폐기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재번역(retranslation)의 과정이 형성되거나 행위자-네트워크가 해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내의 청년예술에 대한 여러 담론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청년이자  예술인인 당사자들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이루어가는 하나의 연합을 설명하기 위해 본 글에 서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1])를 예로 들어 설명하려고 한다.

2019년에 서울시에서는 청년예술 지원제도에 대한 여러한 개선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투자출연기관인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청년예술인 실태 조사 및 지원혁신 방안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였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는 해당 연구에 참여하였던 청년예술인을 중심으로 청년예술정책과 관련한 협치 거버넌스 구조를 모색하고 활동을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서울청년예술인캠프준비위원회’라는 활동명으로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연구원 공동주관 아래 <서울 청년예술인 정책포럼>을 개최하여 관련 전문가들의 청년정책의 흐름과 방향, 청년예술(인) 개념과 정책 방향, 청년예술인의 실태와 정책방향에 대한 발제를 통해 국내의 청년 예술에 대한 개념과 관련된 정책에 대한 문제점 및 한계와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하였다. 이후에는 <제1회 서울청년예술인회의 :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개최하면서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 영단’으로 활동명을 변경하며 2020년에는 소수의 운영단을 중심으로 공식활동을 전개하였다.

발족한 서울청년예술인회의 공동운영단 1기 멤버는 총 7인으로 기존의 문화예술 민관거버넌 스의 대표적인 유형을 이어왔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기획하고 연구하며 창작활동을 영위하는  멤버들은 문화예술 현장의 청년예술인의 개별화된 목소리를 모아 청년예술의 현장과 여러 이슈를 다루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였다. 대표적으로 라운드테이블, 인터뷰, 포럼, 토크 프로그램들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면서 내부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외부의 시선과 의견을 담기위해 노력하 였다. 특히 ‘말한다’, ‘듣는다’, ‘읽는다’ 등의 현장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년예술과 관련된 활동과 연구들을 당사자적 관점에서 도출해내기 위해 힘썼으며 격월로 발행하는 웹진 ‘숨은참조’를 발행하며 끊임없이 청년예술이라는 개념을 함께 고민해보기 위한 시도들을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2021년의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기로 발족한 구성원의 형태와 과정이다. 많은 민관거버넌스들이 가지는 소수의 공동운영단의 체제가 아닌 더 많은  구성원들이 논의 테이블에서 그 역할과 목소리를 대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서울청년예술인 회의 1기 공동운영단은 2020년에 등록하기 단계를 통해 청년예술을 주된 이슈로 삼아 각자가  기획하고 운영한 일련의 프로그램 안에서 구성원들과 청년예술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담론과  연구를 남겼다. 구성원을 모집하는 과정은 각 운영단이 청년예술 키워드 안에서도 더욱 구체 적으로 주목한 현상과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졌지만 결국에는 소수로 대표되는 7인의 리더십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2021년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기 구성원[2])은 등록하기 과정에 있어서 공간과 장소를 중심으로 하는 특정 몇몇의  소수 공동운영단 체제가 아닌 30명 이상의 커뮤니티 중심으로 전체 구성원에게 공통의 권한 과 책임을 부여하는 형태의 넓고 유연한 운영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보통 등록하기 과정에서 구성된 행위자의 역할은 때때로 저항되거나 무시되어 수용되지 않거나 폐기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경우에는 다시 재번역의 과정을 밟거나 기존의 행위자-네트워크 연결망이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 1기의 공동운영단 운영방식이 2기로 넘어오면서 많은 구성원에게 공동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운영방식으로 변경된 것을 재번역되었다고 해석하여 ‘서울청년예술인회의’라는 행위자-네트워크가 존속되었음을 주목하였다. 더욱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운영방식의 변화는 1기 공동운영단의 제안과 지지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구성원 모두가 운영단이 된다는 열린구조를 선택하고 발전시킨 것은 바로 1기를 운영한 소수의 공동운영단의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적인 운영방식을 고려 했던 이유는 바로 청년예술 정책 및 담론은 기존의 문화예술계의 한계에 대한 고찰과 대안이라는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특성 때문에 ‘청년예술’ 거버넌스로서 서울청년예술 인회의가 기존의 문화예술계가 작동하는 방식들을 답습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3]

마지막 4단계 동원하기(Mobilization) 과정에서는 행위자 그룹들의 일정한 연합이 하나의 네 트워크로 대표되면서 그 자체가 중재자(intermediarise)를 통해 세상에 특정한 효과를 생산하게 된다. 네트워크를 번역 혹은 재번역한 행위자들 간의 일치된 여러 중요한 집단들을 대표하는 대변인이 배신당함 없이 제대로 대표하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게 된다.

 2021년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기 구성원들은 2020년 1기 공동운영단의 소그룹 스터디모임 5개를 그대로 이어받아 새로운 구성원의 모집과 함께 출발하였다. 1기 공동운영단 멤버들은 초기에 2기의 열린구조의 거버넌스를 기획할 때 운영방식에 있어서 여러명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권한과 책임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가? 혹은 그러한 수용이 가능하기는 한가? 등에 대한 여러 질문과 고민을 하였다. 실제로 2기 구성원들도 운영에 있어서는 효율성에 대한 부분을 가장 크게 고민하였는데 아무래도 여러명의 구성원에게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하여도 1년의 사업과 운영을 위해서 다수의 구성원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조율 하면서 헤쳐나가는 방식이 많은 행정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많아 과업의 진행에  있어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동원하기 과정에서 30명 이상의 구성원들은 3개의 일정한 연합을 통해 구성원의 대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였다. 전체회의 운영팀, 홈페이지-웹진 운영팀, 책자발행팀은 각 구성원들이 대표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서울 청년예술인회의의 공통사업 운영을 위해 조직된 연합이다. 2021년 서울청년예술인회의는  2020년 소그룹 스터디그룹을 계속 유지해오면서도 각 연합에서 여러 구성원들이 일련의 권한 과 책임을 가지고 구성원으로서 발언하고 참여하며 연대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의 행위자들을 연결망에 연계시켰다. 각 연합은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독립적인 질서를 유지하고 지켜가며 특 정 연결망으로 또다시 규정해주는 중재자의 역할을 스스로 수행하며 서울청년예술인회의가 더 욱 문화예술계와 연대할 수 있도록 자리매김질을 해오고 있다. 특히, 전체회의 운영팀은 한 달 에 2번 정기회의를 개최하여 각 연합과 5개 스터디그룹의 주요 상황과 이슈를 지속적으로 공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면서 서울청년예술인회의의 안건을 상정하고 서로 토의하며 협의하는 실질적인 거버넌스 테이블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물론, 이 3개의 연합 안에 30명 이상의 구성원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소그룹 스터디그룹에서만 활동하면서 스터디그룹과 연합 사이를 오가는 ‘메신저’라는 활동명을 부여받은 구성원들에게 전체회의의 안건과 결정 사항들을 전달받기도 한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기의 구성원은 참여와 몰입에 따라 그 권한과 책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다만 특정 인물에게 권한이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결정과 합의는 충분한 토의와 투표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스터디그룹에서 활 동하는 것만으로도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부여하고 이후에 언제든지 정기회의나 다른 연합에 가입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중간에 정기회의나 연합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열린구조의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1] 서울청년예술인회의는 청년예술(인)을 규정하는 제도의 안팎을 오가며 문화예술 현장의 개별화된 목소 리를 모으고 서울에서의 청년예술 활동과 관련한 담론 형성 및 정책 제안 플랫폼 역할을 시도하는 서 울문화재단과의 협력 파트너입니다. https://seoulartist.tistory.com 소개 참고.

[2]  2021년도 운영단 모집 단계에서는 ‘운영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2기 구성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 이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구성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3] 서울문화재단 서울청년예술인회의(2022), 「숨은참조 : 발신자추가」,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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