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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읽는다

[읽는다] 연구스위치|(1차) 경계 : ANT와 청년예술(인) ✍김정엽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1. 11. 11.

ANT와 청년예술(인)
✍김정엽


1980년대 초반 프랑스의 과학기술 학자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미셸 칼롱(MichelCallon) 그리고, 영국의 과학기술 학자인 존 로(John Law) 의해 창안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을 통해 국내의 청년예술(인)의 전개과정을 살펴보고 동시에 이후 청년예술(인)을 정의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ANT가 유의미한 분석의 틀임을 밝혀보려고한다.


학제간 연구의 시도가 필요한 청년예술

하나의 학문 분야가 독자적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첫째, 명료한 연구문제 둘째, 그 연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고유한 이론 셋째, 이론 구축에 사용되는 연구방법론이 필수적이다. 사회학, 경제학, 철학, 문학 등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학문 분야들은 이러한 세 가지의 요소가 중심이 되어 발전했다. 모든 학문 분야는 사회의 변화를 반영함으로써 정태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진화 혹은 분화하는 유기체적 성격을 갖는다. 정치철학이 사회과학으로서의 정치학으로 진화하고, 정치학으로부터 실천학문으로서의 행정학 혹은 정책학으로 분화되면서 새로운 연구문제가 등장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응용 이론이 성립되고 새로운 연구방법론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진 것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 학문 혹은 연구문제를 이론적인 차원에서 조망할수록 전통적인 학문 분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론적 일반화, 보편성, 객관성이 중요한 가치가 되며 이론을 생성 및 적용하지 못하는 연구문제를 경시하게 된다. 그런데 인간의 활동과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새롭게 대두되는 연구문제들은 어느 하나의 학문 분야 혹은 하나의 이론과 특정한 연구방법론에만 의존해서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인간 활동의 역동성이 깊이 관련되어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융합학문 혹은 복합학문 분야가 새롭게 생성되고 다양한 이론과 방법론을 동원하여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드디어 학술적 연구를 시도하는 청년예술

국내 청년예술에 대한 여러 층위의 연구와 담론은 인문 및 사회과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과 그 학자들의 유의미한 이론들을 적용한 사례에서 좀처럼 목격하기가 쉽지 않다. 청년예술에 대한 정의 및 범위 등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적 실행이나 현장의 급격한 사업변화의 양상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바뀌어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한 개념으로 문화예술계에 자리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학문 분야로 정립된 이론이나 방법론에 국내에서 계속 불특정하게 합의되지 않고 있는 청년예술이라는 개념을 대입하여 살펴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또한, 청년예술이란 개념이 이렇게 복합적인 연구문제로 상정되어 형성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참고할만하거나 관련된 레퍼런스 또한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의 여러 연구자들이나 관련 종사자들이 쉽게 연구하거나 리서치하는 것이 비교적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는 정부기관인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연구원의 주도 아래 열린 ‘서울 청년예술인 정책포럼(2019)’을 포함하여 청년예술포럼(2017), 청년예술가 연-결포럼(2018), 서울청년예술인회의(2020-2021) 등에서 청년예술(인)의 실태와 정책 방향, 청년예술인이 생각하는 청년예술에 대한 의견들을 현장에서 말하고 들었다. 민간에서는 학생 및 청년예술가의 권리를 실천하기 위해 비영리적 목적으로 조직된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등에서 청년의 문화권에 입각한 문화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하여 청년예술에 대한 활동과 참여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청년예술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시간이 흐른 지금의 현재 시점에서는 생성되고 점차 구체화되어서 여러 포털사이트나 관련 네트워크 등에서는 꽤나 진지하게 심지어는 학술적인 내용의 문서와 이야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예시로, 청년예술의 활동과 관련한 담론 형성 및 정책 제안을 시도하는 플랫폼이자 서울문화재단의 협력파트너인 ‘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서 2020년에 발간한 내용 중 일부를 들 수 있다. <청년예술을 폐기하라>1)라고 주장한 문화사회학 연구자 성연주는 청년예술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청년예술이 담론화되지 못한 이유를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주장한 사회학의 기본개념 중 4가지 자본을 중심으로 청년예술과 비교 분석하였다. 전통적인 예술의 장에서 여겨지는 각각의 상징, 문화, 사회, 경제자본들이 청년예술정책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어떻게 설정되고 표상될 수 있는지를 청년예술정책의 대표적 사례라고 불리는 서울시의 서울청년예술단2) 사업과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사업3)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였다. 또한, 청년예술(인)의 사회적 정의와 효과4)를 분석한 글에서는 동일 학자의 장 이론(field theory)과 저임금 및 숙련되지 않은 불안정한 노동 계급을 가리키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 개념을 가지고 청년예술이 견고한 정의로의 개념화 혹은 유의미한 정책적 담론 및 제안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 분석의 근거 중 하나로, 각 청년예술지원사업에서 지원자격 조건으로 설정한 나이의 범위가 청년예술을 행위하는 청년의 대표적 상징으로서 부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적합성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청년예술이라는 또 하나의 독립적인 장을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한 당위성의 부족을 야기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연구자의 하나의 일관적인 관점을 통해 국내 청년예술이 담론화되지 못한 이유를 밝히는 것은 청년예술에 대한 다양한 층위로의 분석과 시각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흐름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자 이어지는 글에서는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에서 네트워크 건설과정으로 이야기하는 번역(translation)의 개념을 이용해 국내 청년예술이 그동안 공론화되면서 어떻게 네트워크를 건설해오며 변화된 과정을 보였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과 청년예술(인)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은 행위자 연결망 이론이라고도 불리며 과학기술사회학(STS) 분야에서 과학 및 기술의 혁신 프로세스와 사회적 확산의 이해 등에 빈번하게 활용되는 이론이다. 사회의 구성 과정을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가 결합하여 특정한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정의된 체계나 질서를 전제하지 않고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5)들의 행위를 추적하는 방법론으로써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ANT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더 이상 설명하기 어려운 쟁점이나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현상에 대해서 이전과는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특정한 현상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지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청년예술에 대한 개념은 정확히 개념화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현상들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론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기존의 사회학 분야에서 제공하는 이분법적 틀이나 이미 전제되어 있는 개념에서의 출발을 거부함으로써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기꺼이 포용하는 이론의 고유한 특징 또한 해당 이론을 대입해 분석해보고 싶은 이유라고할 수 있다. 특히, 필자가 해당 이론에서 더욱 관심을 두는 개념은 ‘번역’이라는 행위인데 번역은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의 이해와 목적을 임의로 조정하여 네트워크에 동원해가는 ANT의 핵심 개념이다. 현재 국내의 청년예술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과 담론은 청년을 위한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련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서울청년예술인회의가 그러하다. 번역은 일련의 문제를 체계화시키고 행위자를 결합하여 당사자들의 행위와 관계를 형성한다. 네트워크를 동원하는 순간에 발견되는 특정 행위자들 간의 연합을 맺는 매커니즘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해서 앞으로 청년예술을 둘러싼 여러 조직이나 네트워크가 독립된 유기체로 성장하는 동시에 주체자이자 행위자인 청년예술(인)의 개념을 더욱 확장하고 공론화하는 데에 유의미한 분석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는 이론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의 과정은 행위자-네트워크 건설의 전 프로세스를 (1)문제제기, (2)관심끌기, (3)등록하기, (4)동원하기의 4단계로 제시한다. 이러한 번역의 4가지 단계를 국내의 청년예술(인) 형성과 관련된 정책, 지원사업 등을 포함하여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살펴보고 분석해보려고 한다.


1) 성연주, 2020, 청년예술을 폐기하라, 웹진 숨은참조 읽는다 연구릴레이,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서울문화재단
2) 서울특별시에서 2017년 활동 경력이 적어 아직 전문 예술인으로 자립하지 못한 젊은 예술인들의 예술 창작 및 공공활동을 지원하고자 시행
3) 서울문화재단 2016년 비기너스(Beginners) 프로젝트의 세부사업으로 시작되어, 201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최초예술지원사업으로 독립되어 예술지원사업에 처음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신진예술가들의 순수창작활동을 지원
4) 성연주, 2020, 청년예술(인)의 사회적 정의와 효과-부르디외 장 이론(field theory)과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담론을 중심으로, 웹진 숨은참조 읽는다 연구릴레이,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서울문화재단
5) 여기서의 행위자는 텍스트, 기술, 사물 등의 비인간 행위자 즉 사물 등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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