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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포스트예술대학 8월 공론장: 예술교육과 커뮤니티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3. 1. 9.

<포스트예술대학 8월 공론장: 예술교육과 커뮤니티>

 

사전/본공론장 발제자 : 이기화

스케치원고 : 정수인

 

예술교육과 커뮤니티

각자 시기만 상이할 뿐, 예술계에 입성하게 된 이후부터 그 안에서는 여러 성격의 커뮤니티가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주로 폐쇄적인 성격을 띄는 예술 커뮤니티에서 각자는 어떻게든 낄 수 있는 틈새를 찾아 나선다. 그 틈새를 조금이나마 찾아,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확장시켜 나가지만 그 안에서 또 새롭게 생겨나는 ‘끼리끼리’의 커뮤니티는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낄 수 없는 견고한 조건들로서 자리잡는다. 이로부터 각자의 방황은 시작된다. 주체성을 지닌 커뮤니티, 본인이 지향하는 성격의 커뮤니티를 찾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의 방황은 계속되고 특히나 경제적, 사회적으로 차별 받지 않는 평등한 커뮤니티에 소속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다수이다. 이렇게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는 시간 동안, 그리고 끼리끼리의 시간이 계속되는 동안 각자가 안주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커뮤니티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었다.

예술대학에 진학한 이유는 각자 다를 테지만, 그 안에서의 커뮤니티 형성을 목표로 하는 지인들을 많이 보았다. 예술교육과 예술현장의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예술대학생들은 ‘잘’ 살아가기 위해 각자의 커뮤니티를 갈구한다. 관계에 대한 인간의 본성 탓인지, 각자는 은연 중에라도 특정 커뮤니티 안에 소속이 되어 있으며, 소속에서의 만족감을 크게 느끼곤 한다. 그렇다면 예술계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커뮤니티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일까? 또한 작업을 위한 커뮤니티, 지향점을 공유하는 동료로서의 커뮤니티 등 각자가 정의하고 있는 커뮤니티는 무엇일까? 그리고 예술 교육에서의 위계와 카르텔 속,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커뮤니티는 가능한 것일까?

예술교육과 커뮤니티를 주제로 한 8월 공론장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을 토대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논의를 넓혀갔다. 나아가 예술계에서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그 안에서의 폐쇄성과 개방성, 안전한 커뮤니티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가 보며 각자의 커뮤니티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였다.

 

  • 일시: 2022. 08. 18 (목) 16:00 ~ 18:00
  • 참여: 서울청년예술인회의 김나예, 신민준, 이강선, 이기화, 이은, 장소현, 정수인

 

# 예술교육과 커뮤니티의 상관관계

“예술교육뿐만 아니라 예술현장에서도 불가피하게 여겨지는 커뮤니티란 단어는 반드시 밥을 벌어먹고 살기 위해, 예술현장에서의 일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주로 이러한 커뮤니티 문화는 예술 고등학교에서부터 이루어진다고 보는데요. 사회적으로, 경 제적으로 혹은 선생님에 따라 이루어지는 커뮤니티가 굉장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많 이 체감하였고 예고를 졸업한 이후에도 비밀스럽게 커뮤니티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 굉장히 회의적이었어요.”

“특히나 예술교육 중 도제식 교육이 주를 이루는 장르 같은 경우는 선생님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시 되었어요. ‘개인레슨을 담당할 특별반 선생님들의 제자 커뮤니티’가 생성이 되기도 하 였고, 이에 따라 수혜를 받는 학생, 그리고 선후배 관계 등도 달라지게 되었죠. 이렇게 여러 갈래로 학생들은 경제적 사정 등에 따라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 있고 없고가 나뉘어지고, 이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각자 정의하는 커뮤니티는 매우 다르겠지만, 대학에서 예술교육을 경험해 본 탓에 커뮤니티는 위계와도 관련이 깊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나 교수님 간의 라인, 카르텔 등의 단어가 떠 오릅니다. 미술계에서도 소위 ‘잘 팔리는’ 그림이나 제도권 안에, 혹은 이름 있는 상을 수여하기 위해서는 교수님들이 지시하는 대로 작업을 해야 한다던가 이러한 상황이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특정 교수님과의 커뮤니티를 잘 형성해야만 (날것으로 말해 라인을 잘 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아직도 만연하다 보니 예술교육과 커뮤니티만 따로 떼어 봤을 때는 문제가 많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는 부정적 면모를 많이 가지는 것 같아요. 특정학교 출신 이 아닌 학생에게 어떠한 교수가 순혈주의에 입각해 막말을 가해 그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공론화가 많이 되지 않았어요. 그 학교의 커뮤니티가 지닌 프라이드를 지키려고 사회적 공론화 자체를 아예 막아버리는 것이었고, 이러한 일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팽배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는 예술계뿐만 아니라 학벌주의에 민감한 계열에 서는 더욱 만연한 것 같아요.”

 

# 커뮤니티의 개방성 혹은 폐쇄성

“위계와 관련 지어 생각해 보면, 그렇다면 커뮤니티는 개방적이어야 하나? 라는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확실히 폐쇄적일수록 학연, 지연 등 위계나 카르텔에 조금 더 밀접하다는 생각을 하고, 폐쇄성을 가진 커뮤니티는 안전할 수 없을까?에 대한 고민 또한 존재합니다. 그런데 확실히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폐쇄성이 필요하다는 생각 또한 들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사람들과 각자의 니즈를 공유하다 보면 가치관이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한 충돌은 항상 존재했기 때문이죠.”

 “개방성과 폐쇄성을 적절히 갖추어 운영되는 커뮤니티 중에 굉장히 주체적이고, 안전하다고 느낀 커뮤니티가 있었어요, 개방적으로 공개 모집을 진행하고, 소수의 자격 요건만 충족되면 가입이 쉽게 되더라고요. 혹여나 해당 커뮤니티 가입이 불허되는 경우에도, 이는 운영진들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제약 사항이 있어서이지, 가입 불허에 대한 사항이 개인이 지닌 문제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안심을 시켜주는 안내 사항이 존재하는 것 도 좋았어요. 이처럼 커뮤니티의 폐쇄성이나 개방성의 정도는 커뮤니티를 이끌어가는 운영진 들의 몫이 크다고 생각해요. 이 단체의 방향성을 확실히 적립하고, 개방성과 폐쇄성을 적절히 조절해 갈 수 있다면 안전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인 거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끼리 구성되는 것이 커뮤니티이기에 폐쇄성을 없앨 순 없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인지 폐쇄적이지만 확장되는 개념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해 나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커뮤니티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구직 활동이나 정보 등의 소스를 제공하는 것이나, 커뮤니티 자체적으로 오픈 세미나 등을 운영한다거나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겠죠.”

“커뮤니티의 폐쇄성에 대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어찌됐든 자기가 원하는 것, 목적성이 맞는 사람과 끼리끼리 모여 만나게 되었다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말할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안에서 사회적, 경제적 차별 등 불평등이 이루어지면 폐쇄성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이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예술 교육, 예술 대학 안에서 안전한 커뮤니티를 찾지 못했던 것 같고, 자꾸만 외부에서의 커뮤니티를 갈구하게 되더라고요.”

 

# 예술교육을 넘어 각자가 생각하는 커뮤니티의 정의

“예술교육과 커뮤니티를 연관 지을 때는 위계나 폐쇄성 등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면이 많이 도드라지는 것 같지만 사실 제가 경험한 커뮤니티는 긍정적인 면이 컸던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해 더욱 깊게 정의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커뮤니티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자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모습들이 일치했을 때, 그리고 그 생각 교환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 안전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 요.”

“예술계 커뮤니티를 생각했을 때, 예술 작업만을 위한 커뮤니티는 크게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요. 커뮤니티는 친구와 동료 그 어디쯤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비슷한 사업이나, 그런 기회들이 있을 때 이 사업을 내가 속한 커뮤니티 일원들과 함께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이에 대해 토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조금 더 안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이 확보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떠한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계속 조건이 따라붙는 것에는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공동의 가치 이외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커뮤니티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계속 이 커뮤니티에서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고, 존재를 위해 존재하는 커뮤니티는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인지 더욱 반발감이 들더라고요. 내 가치가 배제되고, 안전하지 못한다고 느끼면 그 커뮤니티에 들어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내 돈벌이나 경력을 위한 단체 혹은 소속일 뿐이지 ‘커뮤니티’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진 않는 것 같아요. 이건 개인적인 성향 차이긴 하지만요,”

“저도 커뮤니티에서의 안전함을 추구하는 사람인지라...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게 되는 커뮤니티의 경우 ‘너무 교환 가치에 근거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각자 물질적인 것을 교환해야만 그 커뮤니티의 가치가 부여되고, 이게 되게 모순적이라는 생각이죠. 저는 물질 교환보다는, 커뮤니티 내부에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이 활동에서 위안을 얻고, 새로운 가치관을 인식하고, 재발견하는 과정들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 지속가능한, 안전한 커뮤니티를 위하여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커뮤니티는 불가피한 요소인가에 대한 고민도 드는 것 같은데, 예술인이든 비예술인이든 커뮤니티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그 관계에 대한 속성은 인 간의 본성이라는 생각을 해요, 한 마디로 커뮤니티라고 하는 속성 자체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 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를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것 같고 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이어나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합니다. 커뮤니티가 누군가에게 독점, 권력 관계로 이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 안에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커뮤니티가 해야 할 일이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요.”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구성원이 특정 사업에서 위계와 폭력성을 느낌을 공유했더니, 전면적인 사업을 모두 중지시키고 내부 돌봄으로 사업을 모두 재조명을 한 경우가 있었다고 해요. 돌봄이나 공동의 가치를 더욱 중요 시하는 운영진들이 커뮤니티 내부에 존재하는 것, 이러한 운영 방식 자체를 좋은 커뮤니티의 예시로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운영 방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래서인지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핫라인, 약속문 등은 중 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안전하다고 느끼는 커뮤니티는 모두 위계적으로, 폭력적으로 내 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들이 주어졌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첫 회의에서 모두가 함께 약속문을 작성하고, 읽어 나가면서 서로의 니즈를 맞추어 나가고 위계적인 부분을 다 함께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커뮤니티의 안전성은 물론, 지속가능성까지 함께 확보할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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