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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포스트예술대학 7월 공론장: 예술교육과 입시문화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3. 1. 9.

<포스트예술대학 7월 공론장: 예술교육과 입시문화>

 

사전/본공론장 발제자 : 김나예

스케치원고 : 장소현

 

포스트예술대학 공론장

예술대학 혹은 예술 교육의 문제에 대한 주제로 매달 공론장을 진행한다. 공론장을 진행하기 에 앞서 문제의식이 더욱 예리하게 심화될 수 있도록 내부 운영 그룹이 밀도 있는 사전 스터디를 진행하고 이를 공론장에서 토론 형식으로 진행한다. 총 4회로 진행되는 연속 공론장 이후 공론장에서 이야기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내용을 중심으로 마지막 프로 그램을 구성할 예정이다.

 

예술교육과 입시문화

예술대학에 진학하면 예술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나누는 동료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작금의 예술교육과 입시문화는 제도권 예술계로 진입하기 위한 끝없는 통과지점으로 이루어진 듯하다. 예술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술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예술대학 내에서는 소위 ‘라인’이라고 하는 예술대학 내 위계가 마치 통상적인 관행으로 여겨진다. 예술 대학 전공자로 거듭나기 위해 예술중학교, 예술고등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명망 있는 선생님의 레슨을 쟁취하기 위한 달리기가 시작된다.

7월 포스트예술대학 공론장에서는 예술 입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더불어 예술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폐해에 대해 예술대학생과 청년예술인 당사자의 경험부터 견해까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모두가 공감했던 것은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수월성 위주의 예술교육의 문제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학생이 직접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부재하다는 것을 예술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았다.

예술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입시 시험에서 요구하는 범위에 맞는 숙련된 기술을 쌓아야 하지만, 예술대학 입학 후 첫 수업에서 들었던 말은 ‘입시에서 배웠던 것을 모두 잊어라’ 였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다. 예술대학 진학을 위해 입시는 참고 견뎌야 하는 침묵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예술대학을 진학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교육자 중심의 평가, 도제식 교육을 악용한 위계 등 예술교육 주체자로서의 학생은 지워진다. 이 같은 문제는 어떤 양상으로, 어떤 연유로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걸까?

공론장 참여자들은 위와 같은 문제 원인을 톺아 보고 선생님이 없는 대학을 상상하기도 했다. 지식을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수업 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방안과 배우고 싶은 수업 내용들을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론장에서 나눈 생생한 목소리를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정리하였다.

 

  • 일시: 2022. 07. 28 (목) 16:00 ~ 18:00
  • 참여: 서울청년예술인회의 김나예, 신민준, 이강선, 이기화, 이은, 장소현, 정수인

 

#예술 입시, 뭐가 문제일까?

“학생들의 니즈가 저마다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입시라는 제도에서는 그런 다양성이 고려되지 않고 오로지 수월성이라는 기준으로만 평가되고 있어서 문제라고 생각해요.”

“평가 기준을 일부 교수가 결정하는 것에 의문이 있어요. 예술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면 입시 기준도 사회에서 함께 협의해야 한다고 봐요. 다양성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해요.”

“입시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일부 교수의 영역으로만 인식되는 게 문제 악순환의 원인 중 하나라고 봐요.”

“작업 중에 색보정을 하는데 입시 준비 과정에서 배웠던, 명암을 통해 덩어리를 표현하는 방법과 관련한 스킬을 제가 쓰고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입시 과정은 예술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색보정 작업 중에도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일부 이런 스킬이 필요한 분야도 있겠지만 예술대학에 가기 위해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스킬인지는 의문이에요.”

 

#입시 이후, 예술대학의 상상과 현실

“예술대학에서 기대한 것은 같은 또래의 커뮤니티였어요. 그렇지만 제가 실제로 학교에서 목격했던 것은 카르텔과 배척이었고 상생하기보다는 서로 질투하고 깎아 내리는 모습이었어요.”

“예술 자체가 제도 안에 안착되어서, 학교 안에서만 또는 예술 학교를 졸업해야만 예술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동료로서의 커뮤니티를 기대했지만 학교에서의 인맥과 라인을 통해서 예술 현장에 들어가는 경우를 더 많이 봤거든요. 인맥 같은 상징 자본이 예술대학 입학 준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을 시작하는 역할도 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 담론이 시작되어야 할 곳에서 담론을 이끄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거죠.”

 

#수월성이 아닌 다양성이 있는 수업

“입시뿐만 아니라 예술대학 수업도 다양성이 필요해요. 지금 학교 커리큘럼은 취업을 위해 기술을 연마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판화 수업을 할 때도 판화 방식을 배우는 것과 판화 형식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던지고 싶은지에 대한 수업이 모두 진행되면 좋겠어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 방법을 함께 논의하기를 바랐는데 실제로 학교에서는 짧은 기한 내에 해결해야 하는 숙제 정도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껴서 휴학을 결심하게 됐어요.”

“작업할 때 사회적 의제나 본인이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기한에 맞춰서 과제를 끝내야 하는 수업 방식이 아쉬워요. 수업을 담당할 교원의 수에 비해 학생 수는 많아서 팀플로 과제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 경우에는 더더욱 과제 제출 목적으로만 작업이 진행되잖아요. 구성원들이 각자 추구하는 목표가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힘들었어요.”

“시험 성적에 따라 전공 수업이 배치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내가 레벨 2단계라고 하면 그 단계의 전공 수업만 들을 수 있는 거예요. 다른 교수님 수업을 듣고 싶어도 절대 들을 수 없는 거죠. 시험 성적으로 a, b, c 반을 나누는데 이 반의 성적 순위를 다들 공공연하게 알고 있고... 성적 평가 기준도 애매하다고 생각해요. 평가를 하는 것이 교수 개인이다 보니 그 사람 마음에 안 들면 점수에도 영향이 있을 테니까요.”

“다양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교수님이 같은 내용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 대학을 다니면서 사교육을 또 해야 한다는 게 제일 허탈했어요.”

“현장이나 실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많고 이것을 전공에서 배울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잖아 요. 팀으로 활동하지 않고서야 혼자서 그 역량을 갖추기가 학교 안에서는 상당히 힘들어요. 다들 배우고 싶어서라기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이것도 가져야 할 역량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업을 선택하는 게 슬펐어요.

 

#선생님 없는 대학을 상상한다면?

“주체적으로 연구와 실험을 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선생님 한 명이 제시하는 한 가지의 길이 아니라 새로운 여러 가지 갈래의 길을 상상할 때 예술 작업과 예술 진로의 방향 또한 다양해지지 않을까요?”

“같은 주제라도 선생님마다 강의하는 내용이 달라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나는 선생님의 사상을 배우는 것뿐인가 하는 회의감이 많이 들더라고요. 학생들의 모여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토론하고 작업으로 만들어가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작업 과정 중의 고민을 선생님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에 대한 예술적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선생님과 학생 모두 동료의 위치에서 나누었으면 해요.”

 

#문제 개선을 위해 직접 시작하기

“전공 수업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것을 학교가 강조하다 보니 교양 수업의 다양성과 질이 떨어 진다는 학생 의견이 많았어요. 학생들이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서 학교에서도 교양 커리큘럼을 연구하는 센터를 만들고, 학생이 직접 수업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 공모전을 진행 해서 실제 수업이 생기기도 했었고요.”

“교내 편성된 수업은 아니지만 수업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직접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수업 구성과 진행, 신청, 결과물 제작까지 모두 학 생이 직접 한 거죠.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닌 공통의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해 대안책을 고민 하고 주체적으로 실행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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