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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미래를 여는 예술문|<숨은참조 오픈토크> 후기_자기사용설명서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6. 16.

미래를 여는 예술문_자기사용설명서

 

워크숍 참여자: 강정아, 김동현, 박선영, 우희서, 이강호, 전보람

기록: 전보람, 우희서

 

2022년 5월 첫 번째 월요일, 서울청년예술인회의 구성원들은 오프라인으로 <숨은참조 오픈토크: 수신자찾기>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2부 소그룹 모임에서 미래를 여는 예술문(이하 예술문)은 ‘자기 사용설명서’ 워크숍을 진행했다. 본 워크숍은 그동안의 예술문 구성원들의 문제의식이 가진 쟁점을 드러내고 텍스트로 국한되지 않고 개별 예술 활동으로 밀접하고 재밌게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기획하였다.

지난 예술문은 예술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계약서를 쓰고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창작 활동이 노동 혹은 재화로의 타당한 가치로 책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사례들을 찾아보고 볼수록 계약서의 무게감, 계약 내용의 밀도, 작업의 크기, 이를 나누는 기준이 하염없이 다양하고 방대하다는 걸 알게 됐다. 계약 당사자의 규격을 제시하는 계약서의 공명함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부당함이 무엇인지를 비교하며 표준계약서에서 담아낼 수 없는 개인의 경험을 드러내며 계약 당사자로 어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지 개별 경험의 차이를 나열해보기로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계약서가 제시하는 조건에서 존중과 부당함 사이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필요한지 생각하다가 막연함과 막막함이 밀려들어 왔다. 

계약에서 취약한 당사자로 해야 할 일은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는 일만이 다인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최종적으로 일을 결정하기 위해 사인을 하기 전에는 안전한 일터에서 온전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 (중요한 가치, 무엇을 바탕으로 작업해야 하는지, 신뢰를 쌓기 위한 과정 등) 서로의 조건과 상황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정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쌍방의 합의를 통한 ‘최소한의 약속’을 바탕으로 이뤄진 계약은 어떤 의미일까. 예술문은 일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 계약사항에 명시하지 않지만,꼭 보장되어야 하는 것 혹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을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꺼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관행, 법적 언어, 보이지 않는 권력의 위계에서 미약하지만, 계약 안에 재단해 정리하지 않아도 꼭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싶은 사항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예술인의 개별적 독창성, 비록 특이하지 않더라도 예술인 본인의 고유함은 계약으로 울타리 쳐진 높은 담을 넘지 않아도 소중하다. 시스템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아지고 힘 빠지는 이들에게 본인을 들여보며 온전한 시간, 이미 온전한 예술인으로의 행보를 응원하고자 예술문은 <숨은참조 오픈토크: 수신자찾기> 2부에서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당시 질문과 대답을 오가며 60분이라는 시간은 길들고서 다듬어져 보이지 않던 바람으로  들썩였다.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의 범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부터 사회현상을 대변할 만한 것까지 다양했다.

지금 일하는 예술 노동 환경이 낭만적 상상이 갑작스러운 현실이 되듯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본인을 살펴 내는 요구의 목소리는 정교하지 않더라도 울릴 것이고 움직임을 만드는 힘을 가질 것이다. 예술인의 경험과 생생한 현장 언어를 통해 다시 예술문 구성원들이 들여봐야 하는 것은 구조와 개념에 앞서기보다 예술인 존재 자체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계약 체결과 이행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낭만만을 울부짖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계약서를 읽고 바로 사인하는 로봇은 되고 싶지 않다. 상대에게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과 조건이라면, 계약사항과 내용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나를 이렇게 존중해주세요.’라고 자신의 상황 설명하고 나눌 수 있는 상황과 실제 사례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바람과 현실 사이에서 본인을 증명하는 포트폴리오가 중시되는 계약과 값나가는 계약서보다 서로의 일과 가치를 존중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되는 계약이 우선되는 감수성을 기대해 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낭만’을 통해 생생한 욕구를 살펴보니 계약체결과 이행에서 중요한 덕목 은 존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카가 듣는 동요 중 ‘어디에 피어도 꽃은 꽃이야. 이름 없이 피어도 몰래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라는 이야기를 전하는 동요가 있다. 언제 어디에 있어도 꽃은 꽃으로서 존재하고 이를 존중한다는 노래이다. 있는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계약은 체결되고 이행되어야 한다. 존중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한다면 우리의 일은 한결 더 수월하고 즐겁고 아름다울  것이다.

 


 

미래를 여는 예술문_자기 사용설명서 워크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현실과 이상의 사이 어디쯤에 있지만 언젠가 한번은 이야기 될 본인의 욕망의 위치와 농익음을 파악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면 속 겹겹이 스며있는 솔직한 모습과 색을 찾아보세요. 모두들 펜과 용지를 들고 주어진 질문에 답하세요.

 1. 누가 예술을 증명해주는가?

자신이 생각하는 증명제도에 체크해보세요.

2. 나를 예술인으로 명명하는 직업들을 써보세요.

그 업무에서의 특기와 하는 일을 나열한 뒤 내가 선호하는 일의 순위도 정해보아요.

3. 업무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 사용되는 신체부위를 꼽아봐요.

그 부위는 적당한 댓가와 적절한 환경에서 일하는지 생각해 보시죠. 내가 하고 있는 예술은 증명해주는 조건 및 항목들을 추려보아요. 예술가의 정체성과 인정을 위해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해봐요.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지 자세하게 나열해요.

4. 절대 할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글 혹은 그림으로 남겨봐요.

추상적이지만 꼭 지켜져야하는 조건에 대해서 왜그런지 주변에 설명하고 호소합니다. 하는 일을 비추어 내 가치를 위해 버릴 수 있는 패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나는 적어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미리 이야기 할 수 있어요.

5. 이 내용 작성의 소요시간과 진심의 점수를 매겨봐요.내 진심이 담겨있음을 확인하고 싸인으로 마무리하면 됩니다.

표현으로는 아름다고 이해되지만 이성적 사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직업으로의 증명과 인정보다 예술인 개인의 가치와 신념이 너무 와 닿고 멋있네요. 누군가의 인정과 증명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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