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포스트예술대학 10월 공론장: 예술교육과 자립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3. 1. 9.

<포스트예술대학 10월 공론장: 예술교육과 자립>

 

사전/본공론장 발제자 : 신민준, 권연화

스케치원고 : 정수인

 

예술교육과 자립

자립이라 함은 사전적으로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섬’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예술가에게 자립이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예술대학을 포함하여 예술 관련 기관을 수료한 사람이라면 각자 맡은 바 전공을 살려 일을 하는 것이 되겠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예술계에서 과연 자립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다시 생겨나게 된다. 개인의 질문을 가진 독립적 예술 주체로서의 자립, 예술활동을 통해서 경제적 삶 유지가 가능한 수입 확보로서의 자립, 사회나 타자로부터 ‘예술인’과 ‘예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서의 자립, 개인, 예술가로서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인지로서의 자립, 이와 같이 예술가가 자립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을 수행해야 하며 각각은 연동되어서 작용하여 예술가 자신을 더욱 옥죄게 만든다. 그리고 각자의 자립이 가능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한국 사회는 예술가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된 구조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구조와 예술가의 관계를 파악했을 때 예술가의 자립에 대해 얘기하기가 용 이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회구조가 바뀌어 나가기 위한 출발점으로써 예술교육을 바라보며, 우리는 예술가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그 교육은 어떠한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되었다. 또한, 이는 예술교육의 문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적으로 걸쳐 있는 문제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예술가로 자립하기 위해 사회가, 그리고 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본 공론장의 주된 논의 지점으로 자리잡았다.

예술교육과 자립을 주제로 한 10월 공론장에서는 이러한 논의점들을 토대로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제를 넓혀갔다. 정리하자면 예술가에게 자립의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 정립하고 사회구조와 예술가를 함께 바라보며, 자립의 관점에서 바라본 예술대학에 대한 논의점을 토대로 예술가가 자립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 일시: 2022. 10. 20 (목) 16:00 ~ 18:00
  • 참여: 서울청년예술인회의 권연화, 김나예, 신민준, 이강선, 이기화, 이은, 장소현, 정수인

 

# ‘예술가’에게 자립의 정의란?

“자립이 가능한 사람이 몇이나 될지에 대해 말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자립이란 평생, 죽을 때까지 고민하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고용된 프리랜서면 자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있기도 하네요. 프리랜서도 어찌됐든 일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한데 언 제든지 일이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니,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 생각해 보면 예 술 이외에도 직장이 안정적인 게 없는 것이 현시대 상황인지라, 집중해야 할 것은 이러한 상 황 속에서도 예술인 임금이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안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예술가의 자립은 경제적 자립에만 있진 않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예술가의 자립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단순히 생각해보면 도제식 교육에 기초한 전문 예술교육의 특성상 선생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예술론을 자기검열 없이 펼칠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 우선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예술가로서 자립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겠지만, 제 주변에는 사실 자립을 하고자 하는 사람 을 많이 보진 못했어요. 사실 예술계의 경우 견고한 틀이 존재하는 장르도 많고, 교수님 라인 같은 게 존재를 하다 보니 소위 ‘라인을 잘 타면’ 경제적으로 보장이 된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찌 됐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자립을 추구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라인 안에서 삶을 안주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먹고 사는 문제와 연관된 것이기 때 문에 이걸 나쁘다라고 말할 순 없는 거잖아요. 때문에 예술인 사이의 위계, 권리 보장에 힘써 야 한다는 말에 동의가 되는 것 같아요.”

“자립을 생각하면 우울해지는 면이 있어요. 너무나도 각자의 생존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자기 삶이랑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사실 자립은 사회적 문제랑도 연관 이 많다 보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혁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해요. 그 사이에서 예술의 사회적 힘을, 그리고 예술가들이 가진 가능성을 사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공적인 영역 안에 예술가들이 침투해서 무언가를 해내는 방법 자체가 사회 변혁, 그리고 예술가의 자립과도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사회구조와 예술가 사이의 자립 관계

“얘기를 하다 보면 예술가의 자립 자체가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크다는 쪽으로 집결되지 않나 싶네요. 때문에 보편적인 권리들을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는 것 같은 데, 예술과 사회를 면밀히 생각했을 때 사회 속에서 예술에 대한 지위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이어져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예술의 가치가 인정되는 수준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고, 그래서인지 떠오르는 청년예술가에 대한 지원도 증가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필요 하다는 생각이에요.”

“현재 예술가에게 지원사업은 ‘복지’의 개념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창작을 지원해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도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의 가치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까지 인정받지 못했던 그런 가치들을 어떻게 인정받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예술가들도 크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예술의 상품적 가치 이외에도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사회가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모든 분야들을 바라보다 보니, 예술이 그 안에서 더욱 소외되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리고 법제도적으로도 예술영역에는 사각지대가 많다고 생각해요.”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예술 작품에 대한 수요자를 늘리는 것도 맞을 것 같고, 사회적 관점에서는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을 늘리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예술가를 대중과 만날 수 있게 하는 연결자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게 생각되네요. 지금까지 연결자에 대한 인정이 문화예술계에서 되게 낮았다고 생각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판단돼요. 사실 문화 인프라만 봤을 때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간격이 너무 차이가 크고, 지역 생태계에서 예술을 하려는, 혹은 예술을 연결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에 대한 고민도 많은 것 같아요. 어찌됐든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야 일자리도 있는 것이고,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다 보니깐. 사회 구조 속에서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가치 하니까 생각난 건데, 사회 속에서 성과주의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 문제시 되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특정한 시간을 소요해서 어떠한 성과를 도출했을 때, 그 성과를 보고 노동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예술은 특성 상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공공예술 같은 경우에는 어떤 결과물이 뚜렷이 나오지 않더라도, 참여자들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현상 자체가 성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인데 지금 사회 체제 안에서는 몇 명의 참여를 이끌었는지, 어떤 형식으로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이를 중심으로 평가를 하다 보니까 예술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제도가 더 많아질수록 예술가들은 그 제도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다 보니, 결국은 예술가 스스로도 이런 현상에 수긍하게 되고 작업하는 사람들도 점차 적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자립의 관점에서 바라본 예술대학

“사회 속에서 예술에 대한 지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현재 예술교육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립을 요구할 때 주로 얘기가 되는 것이 현장 중심의 교육인 것 같아요. 현장의 예술이 도대체 어떤 방식인지에 대해 묻고 따지지 않은 채로 둔다면, 이건 그냥 예술 이라고 하는 것들이 지금 현대 사회 안에서 자본에 의해 종속되는 채로 나아가는 것을 방임할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재 예술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육이 경제적 자립을 위한, 상품화된 예술에 대한 것이 크기 때문에 동시대 예술이 처한 본질적 위기들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 라는 생각이에요. 때문에 사회적인 예술에 대한 관념 혹은 자본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노력을 예술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점차 개선되는 사회를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술에 대한 얘기를 예술대학 안에서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예술적 담론이 많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고, 학교에서도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은 부재한 것 같아요. 때문에 미리 현장에서 일해보고 사회적으로 예술을 경험해본 교수님들이 이러한 것들을 이끌어 가고 교육해 나갈 필요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학교 내부에서도 이러 한 분위기를 학생들 위주로 형성해 나가면 좋겠어요. 그저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이런 굴레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계로 나아가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에 대해 논의한다든지 사 회에서 예술인이 더 큰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어떤 예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한다거나, 그 주제는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죠.”

“인식적 자립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에서 스스로가 예술인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예술 대학 내에서 그간 교수 아래 수동적 창작물을 만들어냈다면, 이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 혹은 어딘가에 표출하기 위한 예술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권리 얘기도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문화예술계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권리 문제 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해요. 어찌됐든 개인이 하나의 사회를 구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안전성을 부여받아야 하니깐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동네의 모든 사람들이 도와줘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 개인이 사회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예술대학 및 관련 기관, 국가에서 모두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결국 예술 대학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적으로 제도적인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인 거죠.”

“대학 커리큘럼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요. 일단은 예술대학 성격 상 등록금이 정말 비싸잖아요. 그리고 예술은 특정한 기술과도 연관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할 텐데, 예술 교육 자체가 너무 견고해 보이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어릴 때부터 예술을 했던 사람들이 계속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자리잡아야 하는 것 같고, 예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그 벽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학교 운영도 이에 맞춰서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예술가로 자립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

“자립의 기준이 성공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의 기준은 모두에게 다를 테지만, 사실 이름을 알리고 싶어하는 예술가들이 주위에 많아서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면 ‘나는 자립을 실패했다’, ‘내 예술은 실패했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서 여기에서 오 는 무기력함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예술은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저는 최근 갤러리나 공연장 등을 방문해야 볼 수 있는 예술 작품 보다는 길거리에서 보이는 예술 작품에 더욱 눈 이 가더라고요. 상품성을 띄지 못했다고 실패했다고 단언하기 이전에 작품 자체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지고, 근본주의자적인 성격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고의 전환이 정말 중요 하다는 생각입니다.”

“소위 예술하는 사람들은 가난해야 하고 배부르면 안 된다고 말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그런 이슈들이 되게 팽배한데 사회적 인식에서도 기인했다고 봐요. 그리고 대중예술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콘텐츠화 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상품적 가치를 가지게 되는 거죠. 이러한 자본주의 속에서 예술계가 다양성이 유지되지 않는 큰 원인이 한국 사회의 감정 소비와도 연관이 되는 것 같아요. 내 삶에서 예술 자체를 향유할 여유가 없고, 그저 감정을 자극적인 것으로 소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깐 예술에 대한 수요자는 늘지 않고, 비슷한 형태의 콘텐츠만 계속 생산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바꾸어 나가기 위한 시도는 사회적으로도 필요할 테지만 사람들이 왜 예술을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이 확장될 수 있다면 예술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술계 제도 안에서 예술가 스스로가 피해자라고만 생각하는 방식은 버려야 한다고 봐요. 사실 당연히 힘들 순 있지만,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2차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당사자들의 얘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요새 예술계 토론회, 포럼도 많이 열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당사자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우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이걸 운동 차원으로 만들어 나갔을 때 변화가 생긴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지치지 말고 연대하며 계속 담론을 만들어나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