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한다] 미래를 여는 예술문｜반짝이지 않는 돌에게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 용기

 반짝이지 않는 돌에게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 용기

 

페르도트 (신민주)

<미래를 여는 예술문>(이하 예술문)은 ‘예술노동’, 우리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부합하지 않는 예술노동’이라는 단조로운 논의를 재구성하고, 예술노동 내부의 사이와 틈새를 구성하는 모호한 지점을 검토하여, 협소한 범주의 ‘예술노동’을 넘어서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창작자/창작자 범주에 속하지 않은 예술계 노동자/근로자 등으로 중첩되는 정체성과 모호한 경계를 비춰주는 5인의 인터뷰를 구성하였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예술노동’을 수집하면서,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는 결과와, 협력과 협업으로 이루어진 생산 과정에서 작은 범주의 예술노동을 비껴가는 실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인이 들려주는 어긋남과 모호함을 팟캐스트로 담아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문은 당신 안의 반짝이지 않는 돌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돌찾기’는 잠들어 있는, 당신 안의 반짝이지 않는 돌을 (다시) 반짝이도록 도와주는 웹 기반의 가이드이자 또 다른 원석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입니다. 연결된 원석들은 당신 안의 반짝이는 돌을 설명해주는 또 다른 가이드이자, 예술노동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하는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우리의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없기에 서로가 서로의 현장이 되어줍니다.

 

https://artgatefrom.me/

 

페리도트는 ‘용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페리도트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당신과 같은 페리도트의 용기를 품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민주 연구원입니다. 현재 모 대학 연구센터에서 선임연구원 재직 중이며 MZ세대, 플랫폼 노동, 성차별, 예술노동에 관련한 담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술애호가이자 예술가의 작품을 매개할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술문은 신민주 연구원과 예술가의 고용보험 체계와 예술가의 노사관계가 어떻게 정의되며 일반적인 노사관계와 예술인의 노사관계는 어떤 차이가 있고 성립되는지,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이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진행자: 노사 관계 기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많고 연구도 하셨는데 특히 예술노동에 관심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신민주: 예술에 관해 문외한이지만 그림을 좋아합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에 대한 추앙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나랑 다르다는 사람에 대한 경외심이 있지만, 육아를 하다보니 관람을 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SNS를 통해 작가를 찾아보게 되면서 멋진 세계관을 가진 작가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실제 예술계에서 좋은 작가와 작업이 현실에서는 녹록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에 대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예술에 대한 관심이 예술 노동에 이야기로 확장한 계기이기도 해요.

진행자: 어떤 부분이 안타까웠을까요?

신민주: 누구라도, 자신이 예술가라면 작품을 소개하고 싶고 그럴 것 같아요. 하지만 전시 자체를 할 기회를 얻는 것, 그 과정에서 고군분투에 대한 것들이 안타깝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밑그림을 칠해준다든지, 어떤 학교의 석사 박사 했다는 이유, 또는 지인, 자식이라는 이유로, 능력이 있어도 비전공자라는 이유로 또는 주류에 편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 자체에서 예술은 안 그래도 되지 않냐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잘 모르지만, 기회가 불공정하다는 것 같아요. 아니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를 매개하는 플랫폼에 대한 생각들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기존 플랫폼을 보니 그 과정 또한 큰 허들이더라고요. 수수료 문제는 물론 자기 작품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과정들이 켜켜이 쌓여있죠.

진행자: 기회가 없다고 느껴진 부분은 어떤 점일까요?

신민주: 아, 저는 미술의 경우 원하면 얼마든지 전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도 않죠. 갤러리와의 관계, 장소를 빌리는 부분 모든 게 비용으로 기울이다 보니.

진행자: 네. 그렇죠. 공간 또한 지원사업으로 대관하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저는 ‘기회 자체’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 궁금합니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요즘 실업난, 구직난 문제가 심각하죠. 예술 자체도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장이 협소합니다. 실업률이 높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예술은 좋아서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부딪히기도 합니다. 만약 예술 활동을 노동이라는 범주로 접근하고자 했을 때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신민주: 힘듦을 줄을 세워야 한다는 방식으로 보는 것 같아요. 청년실업이 심각하냐 노인 빈곤이 심각하냐 등 당장 먹고사는 문제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은 노동이고 아니냐의 논의가 갑갑하기도 하지만, 노동이 중요한 이슈인 이유는 사회 안전망에 들어간다는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죠. 예술 노동뿐만 아니라 노동자에 대한 기준 자체를 살펴보면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자 부합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있고 그게 아니라면 근로자가 아닌 거잖아요.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제가 알기로는 1950년대 제정된 공장 아니면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이에요. 그 사업장의 사용자가 노동자와 관계 맺는 종속관계에 대한 법이기 때문에 이 근로기준법을 2022년에 접목하는 것은 놓치는 게 있을 수 있단 거죠. 노동자와 사용자가 정의 또는 구분 짓기 모호한 기준으로 근로자냐 아니냐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노동이라는 것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신적, 육체적 노력이 필요한 활동을 말하는 것인데 먹고 사는 행위로만 보는 것은 아닌 거죠. 우리가 향유하는 모든 활동을 노동으로 보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모든 노력, 활동을 노동이라고 하면 예술은 노동이라 말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한편으로 예술계에서도 예술은 노동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진행자: 예술 활동이 노동이라고 정의가 된다면 예술-일하는 당사자들에게 안전한 상황을 만들어줄까요?

신민주: 예술이 노동이 된다, 예술인이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인정된다는 점은 사용자와 어떤 노사 관계, 고용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고 사회 안전망 안에 임금 노동 테두리에 들어간다는 것은 제도적 보호를 받게 되는 거겠죠.

진행자: 여기서 임금 노동이 어려운 것 같아요.

신민주: 임금 노동이 근로자거든요. 사용자와의 종속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죠. 사회적 조건에 따라 시간과 급여에 대한 조건이 생성되는데 예술 노동은 근로자성 지위를 인정하기에는 괴리가 큰 것 같아요. 저는 예술 노동을 근로자의 종속성 - 1950년대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노사 관계에 따라 사용자를 지정하는 게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노동조합은 교섭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교섭해야 협약을 맺는데 예술은 교섭 상대와 누구를 지정하느냐와 노동자성을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노사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문제는 어렵죠.

진행자: 예술문에서 작업이 노동으로 읽혔을 때 안전한 권리로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 노동을 통해 시대 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본과 생산, 상품으로 등가교환 가치가 일어나는 기존체계가 심각한 문제에 당면하고 있다는 점을 예술 노동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신민주: 1950년대 근로기준법을  예술 노동을 옮겨 넣고 예술노동의 특성을 담는다는 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 넣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죠. 현재 예술 노동뿐만 아니라 고용 형태의 다양화와 노동자 판단 기준에 대해 정책 토론회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때 봤던 자료를 공유해드려요. 플랫폼 노동에서 노동자성 판단 기준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에 문제 제기에 대해 발표한 선생님께서는 노동자 적용 대상은 불변의 원칙이 아니고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수정할 수 있는 아니 수정해야 하는 기준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과거의 기준으로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들을 배제한다면 노동법의 운명은 점점 희소해질 것이고 했어요. 예술 노동을 공간과 장소, 시간으로 규정하기 어렵고 노동의 특수성이 다양함에도 불구한 상황에서 예술인이 노동자로 자신을 입증한다는 건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생략)

기존의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 또는 노동자가 아닌 새로운 변화하는 시대로부터 우리의 일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기존의 노사관계에서 서로의 안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면 새롭게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시도는 무엇일까? 추앙하는 마음을 담으며, 작품에 정진하는 예술가와 아름다움의 힘을 믿는 신민주 연구원의 시간은 반짝였습니다. 본 글에서 다 실리지 못한 용기를 품을 수 있게 한 신민주 연구원과 예술문의 자세한 대화가 궁금하다면 - 링크 접속해주세요 !

팟캐스트로 듣기

미래를 여는 예술문(2022)

인터뷰이: 신민주

인터뷰어 및 글: 강정아, 최은영

웹 기획: 박선영, 우희서, 전보람

웹 개발: 우희서, 최진저(최진저 오피스)

녹음 편집: 이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