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한다] 미래를 여는 예술문｜반짝이지 않는 돌에게 들려주는 네 번째 이야기: 열정

반짝이지 않는 돌에게 들려주는 네 번째 이야기: 열정

 

블랙 다이아몬드 (조재홍)

 

<미래를 여는 예술문>(이하 예술문)은 ‘예술노동’, 우리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부합하지 않는 예술노동’이라는 단조로운 논의를 재구성하고, 예술노동 내부의 사이와 틈새를 구성하는 모호한 지점을 검토하여, 협소한 범주의 ‘예술노동’을 넘어서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창작자/창작자 범주에 속하지 않은 예술계 노동자/근로자 등으로 중첩되는 정체성과 모호한 경계를 비춰주는 5인의 인터뷰를 구성하였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예술노동’을 수집하면서,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는 결과와, 협력과 협업으로 이루어진 생산 과정에서 작은 범주의 예술노동을 비껴가는 실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인이 들려주는 어긋남과 모호함을 팟캐스트로 담아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문은 당신 안의 반짝이지 않는 돌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나만의 돌찾기’는 잠들어 있는, 당신 안의 반짝이지 않는 돌을 (다시) 반짝이도록 도와주는 웹 기반의 가이드이자 또 다른 원석들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입니다. 연결된 원석들은 당신 안의 반짝이는 돌을 설명해주는 또 다른 가이드이자, 예술노동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하는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우리의 일은 결코 혼자 할 수 없기에 서로가 서로의 현장이 되어줍니다.

 

https://artgatefrom.me/

 

블랙 다이아몬드는 다재재능한 감각과 이를 실행시킬 ‘열정'을 품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는 블랙 다이아몬드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당신과 같은 블랙 다이아몬드의 열정을 품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트랩반의 조재홍 작가입니다. 재치와 언변,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아트랩반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술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입시학원, 미술 유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어요. 6~7년 작업을 안 했는지, 못했는지 정체되었던 시기에 작업을 재시작하는 마음으로 홍대 부근에서 5평 안팎으로 공간을 열었어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가정집의 거실을 개조해서 만들어 시작했어요. 이렇게 만든 공간이 기존의 것을 답습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공간의 의미인 ‘반反'의 정체성을 담은 ‘아트랩반’입니다. 공간 내 작품이 디스플레이 방식에 따라 전시 자체가 돋보이는 구성에 관심을 두며 전시장 화이트 벽 너머 안쪽 공간에는 목공방에 꾸려져 있습니다. 창작자로 아트랩반을 운영하면서 작가들에게 필요한 작업 환경은 무엇일까, 작가로서의 작업과 공간 운영자로서 작업의 의미는 어떻게 다른지 사적인 담소를 나누며 예술적으로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진행자: 아트랩반은 공모가 따로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간 운영 방침이 있으실까요?

조재홍: 기관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은 서류를 쓰고 평가받고 증명하는 심사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주로 전시 경험이 없으면 아예 서류 조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또, 이름있는 갤러리에 기회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 서 있죠. 저 역시 미술계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공모전에 떨어지면서 제가 있을 곳은 제가 직접 만들자는 생각으로 공간을 만들었기에 공모로 작가를 뽑지 않아요.

진행자: 창작 과정에서 작가에게 중요한 작업 환경은 무엇일까요? 공간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여러 작가들이 만나 인적인 자원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재홍: 금전적인 부분이 중요하죠. 금전이 환경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학벌에 따른 네트워크나 기획서를 잘 쓰는 글재주도 필요하겠지만, 자신이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큰 작업이 하고 싶지만 그럴 환경이 안 되고 돈이 없다고 발을 동동 굴러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잖아요. 책상 하나가 주어졌다면 주로 노트북으로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고 사진을 찍고 편집해서 매체를 전환할 수 있으니 환경 안에서 주도적으로 조율하고 작업의 능력을 끌어올려야하죠. 또, 공간이 됐든 뭐가 됐든 본인이 현재를 정확하게 카운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저의 경제적 상황을 중요하게 여겨요. 통장의 입출금 내역을 잘 알고 있죠. 여러 계좌가 있어도 거기서 얼만큼을 써야 하는지가 계산을 해요. 제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부분에서 공간 내 자재, 나무 합판이 몇 개가 있는지 외우고 있어요.

진행자: 아트랩반에서 하는 전시에서 공간디자인에 조재홍 이름이 적혀있는 걸 많이 봤어요. 작가와 공간디자인 때 협력하는 사항은 무엇일까요?  작가들과의 관계 맺는 소통의 방식도 중요할 것 같아요.

조재홍: 전시할 때 디스플레이와 공간 연출에 따라서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 자체를 돋보일 수 있는 효과를 인식하게 됐어요. 그런 의미에서 홍대에서 연희동으로 공간을 옮길 때, 일부러 길쭉한 정사각형을 얻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다 만들 수 있고 공간에서 연출되는 가벽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동선이 확정되기에 매번 똑같은 전시 동선이 아니라 새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되죠. 전시장 옆 목공방이 있는 것도 즉각 즉각 바로 뭔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이렇게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작가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간 디자인은 일종의 아트랩반으로 전시에 개입하는 계기로도 작동되어요. 공간 연출에 대한 서로 간의 아이디어를 내비치면서 단순하게 공간 대관을 넘는 접점을 찾기도 하죠.

진행자: 그렇다면 공간디자인은 작업으로 의도된 걸까요? 작가로서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있으실 텐데.

조재홍: 아니죠. 제 작업은 아니죠. 그리고 작가로서 보여주겠다는 열망도 없어요. 공간을 운영하며 월세를 내야 하는 현재에 집중하고 있어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예술적이면 예술가이지 아닐까요? 삶이 예술적이지 않으면서 그림만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림을 그리느냐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버느냐, 작업 활동에 직접적인 수입이 되느냐 이걸로 생활하느냐를 놓고 프로 작가냐 아니냐고 말하는 것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위를 놓고 삶의 태도가 예술적인 게 중요하죠. 예를 들면 카페를 운영하는데 삶 자체가 예술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작업하는 작가들보다 그런 분들이 훨씬 예술가로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기금을 썼니, 기금에 누가 선정이 됐니, 누구랑 누구는 친하고 심사위원이 누구냐 질투하고 시기하면 그게 어떻게 예술가인지, 예술적인지에 대해 반문하게 됩니다. 꼭 예술가로 살아야 할지, 뭐가 예술적일지, 그럼 예술가는 어떻게 인정받아야 할지 여러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진행자: 올해의 아트랩반의 방향성에 궁금합니다. 예술 노동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조재홍: 아트랩반은 내년 여름까지는 합니다. 그때까지 부동산 계약이 되어 있어요. 재계약을 하거나 계약이 중간에 끝나거나 모를 일이지만, 혼자 운영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공간에 대한 월세를 내야 하는 입장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올해 기획 특강을 하면서 워크숍이나 큐레이터, 작가가 모여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트랩반은 전시장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내년에는 다른 방향성도 모색하고 싶어요. 저는 최근에 아는 동료들과 밴드를  하게 됐고 광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여전히 저는 그림을 그리고 또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하겠죠.

예술 노동은 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그냥 예술 노동을 하는 게 제 삶인 거죠. 멋있게 말하는 게 아니라 예술계에서 하는 노동이 예술 노동인 거죠.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고 제 직업이기도 하고 또 이걸 안 하면 도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라는 정체성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니 그냥 하는 거예요. 그래서 영향을 줬다 내 삶이 바뀌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생략)

자신의 집을 개조해 공간을 만들었고 현재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아트랩반을 운영하는 조재홍 작가는 심사와 공모를 통해 공간을 운영하지 않고 작품을 꾸준하게 해나갈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합니다. 전시의 공간 구성과 연출을 함께 논의하며 작품이 공간 내에서 돋보이는 여러 방식을 고안합니다. 자생적인 구조, 수평적인 관계, 일과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은 특정한 역할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냉철하게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정진하며 예술적인 삶으로 살아가려는 조재홍 작가와의 시간은 반짝였습니다. 본 글에는 다 실리지 못한 다재다능한 열정을 품은 조재홍 작가와 예술문의 자세한 대화가 궁금하다면 - 링크 접속해주세요!

팟캐스트로 듣기

미래를 여는 예술문(2022)

인터뷰이: 조재홍 

인터뷰어 및 글: 강정아, 최은영

웹 기획: 박선영, 우희서, 전보람

웹 개발: 우희서, 최진저(최진저 오피스)

녹음 편집: 이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