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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현장인터뷰 ⑧ ✍ 조완, 옥민아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1. 7. 28.

현장인터뷰 ⑧


2021년 7월로써 꼭 넉 달입니다.

8명의 청년예술가들이 ‘서울청년예술인회의 현장인터뷰, 스터디팀’이라는 장황한 이름의 천막을 마련하여, 그 그늘 아래서 잘 놀고 잘 쉬다 보니 넉 달이 훌쩍입니다. 상대를 경청하고 질문하길 좋아하는 청년예술인 여덟이 격주로 만나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의 목적은 인터뷰 방법론에 대한 스터디였는데, 서로가 궁금해져 질문을 던지느라 목적도 잊고 여름이 온 줄도 몰랐습니다. 분주한 왕래에 그늘이 오목해질 무렵, 현장인터뷰 스터디팀의 1기 활동이 막을 내린다 합니다. 언제나 익숙해질라치면 불쑥 이별입니다.

‘현장인터뷰, 스터디팀’ 1기의 자취를 기록하고자 팀원 각자, 자신이 평소 궁금해하던 청년예술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웹진 ‘숨은 참조’ 위에 그 인터뷰를 순차적으로 공개합니다.


Title : 덕분에, 고맙다.

Prolog : 주는 배우이다. 사람들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있다. 완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다. 공연을 자주 한다. 예술은 이 두 사람과 오랜 시간 함께했고,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가 예술가를 인터뷰하면서 질문과 대답보다는 대화가 되기를, 그리고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며/노래하며 사는 사람의 지금 품고 있는 고민들이 드러나길 바랐다.

Interviewer : 조완 [ 싱어송라이터 / 이하, 완 ]

Interviewee : 주세훈 [ 배우 / 이하, 주]

Interview 일시, 장소 : 2021년 07월 18일 20:00~22:00, 경의선 숲길 인근 카페

 

*

완 | 인터뷰 전의 일정은 무엇이었나?

 

주 | 연기 그룹 레슨이 있어서 다녀왔다. 배달 일도 조금 할까 했는데 오늘 레슨 일정이 길어서 피곤하더라. 그래서 잠시 식사하면서 쉬고 왔다.

 

완 | 연기 수업도 들으러 온 사람들을 끌고 가야 하지 않나? 정신적인 피로도가 있을 듯하다.

 

주 | 요즘은 수업내용도 거의 정해졌고 두어 번 이상 반복했던 과정이라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다만 지하라서 오래 있을 때 살짝 추운 경우가 있고, 내가 계속 말을 해야 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로도가 있다. 오늘은 3타임이라 조금 길게 있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이런 시국에 신규로 수강 신청하는 분들이 있더라.

 

완 |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궁금해지더라. 주는 나 말고는 최근에 사적으로 만난 사람이 혹시 누가 있나? 이렇게 만나서 앉아 얘기하는 게 새삼 오랜만인 것 같았거든.

 

| 3~4주 전에 지인이랑 연극 보러 갔었다.

사실 아는 사람 공연이니까 많은 생각은 안 하고 봤다. 이번에 공연한 사람들이 바로 전에 올렸던 작품도 봤는데 나한테는 이번 작품이 웃음 코드도 더 많고, 조금 더 볼 만했던 것 같다.

 

완 | 아무래도 배우니까 연극 관람을 종종 하겠지. 소위 상업극이라고 하는 작품들도 많이 관람하는가?

 

| 나는 상업극을 더 재밌게 볼 때가 많더라. 대단한 예술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건 없지만 소소하고 재밌게 이야기가 풀어지니까. 그 속의 적당한 신파를 즐기기도 하면서 볼 수 있다.

언젠가부터 신파라는 말에 부정적인 의미가 많이 들어가서 쓰이고 있지만 나는 너무 말이 안 되는 곳에서 등장하는 신파가 아니면 좋아하는 편이다. 가령 비빔밥은 나물, 고추장, 계란 등 여러 가지 재료와 밥이 어우러져서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 비빔밥인데 밥이 한 층, 고추장이 밥 만큼 한층 있다고 상상을 해보면 끔찍하지 않나?

 

완 | 하하. 정말 그렇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주와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예술이 좋은 예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생각은 그렇지만 예술을 하다 보면 대중의 취향과 나의 취향이 멀어질 때가 생기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공연을 할 때, 내 노래를 제외하곤 팝송 위주로 세트리스트를 짜다 보니 국내에서 유행하는 노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부르기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더라.

 

| 나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가, 요즘은 돌아왔다. 내 취향이 너무 멀리 가지 않으려고 노력도 좀 했는데 노력한다고 되는 건 또 아닌 것 같다. 자연스러운 계기가 생겨야지.

작년쯤 인생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은 질문들 중에, “내가 배우인가? 배우가 맞나?” 이런 게 있었는데, 배우로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거든. 그러면서 왜 나는 남들처럼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거 안 하고, 대중적인 드라마 안 좋아하고, 물론 그들도 날 써주지 않지만, 또 굳이 내가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그렇다면 내가 추구하는 연기가 대중적인 것과 많이 다른 걸까? 가령 드라마에서는 극적이고 기술적으로 계산된 연기가 필요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완 | 기술적으로 연기한다는 건 진정 우러나는 대로 연기한다는 것의 반대 느낌인가?

 

주 | 그렇지. 물론 한쪽은 가짜고 한쪽은 진짜다 이런 느낌은 아니다. 비중의 차이라고 할까? 진심은 늘 포함돼있어야 하는데, 기술적인 표현의 비중이 어느 정도가 들어가느냐 하는 거. 그래서 나의 연기 형식이 대중적인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와 아예 다른 걸까 고민이 됐다. 그런데 아니더라.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도 그런 걸 해왔고, 기술을 위주로 하는 연기를 소화해냈다. 나 혼자 다른 길을 걸었다기보단, 자격지심이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원래는 배우의 길은 내려놓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가 최근에 오디션 하나를 준비하게 돼서, 독백 연기를 제대로 시도하고 있다. 이전에도 독백 연기로 영상 만드는 걸 몇 번 해보려 했었는데 거부감 때문에 잘 안 되었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크게 거부감 없이 할 수 있더라.

 

완 | 그런 고민을 하는 시기가 종종 찾아오는 것 같다. 하던 것을 일단 멈추고 지금 이게 맞나 아닌가 살피다 보면, 그 이전에 내가 어려워하던 것을 갑자기 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거나 하는 순간이 있다. 요즘 나는 실력 있다고 평가받는 거랑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일부러 피해가려는 사람은 없을 텐데, 참 자기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큰 관심을 못 받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예술가가 달성해야 하는 가장 우선적인 조건은 사람들이 날 좋아하게 만드는 것일 뿐인가 하고.

 

| 그렇겠지. 그래도 난 실력 있는 사람이 사랑받는다는 믿음 아직 변함이 없다. 조금 모자라는 부분이 있어도 다른 매력이 그걸 메우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TV 쇼 진행자나, 유튜버 혹은 크리에이터,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각각 그 계열에서 요구되는 실력 요소를 갖추고 있을 거다. 너무 다방면이라 알기가 힘든 거지.

이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팝 가수 Ed Sheeran도, 나는 그 사람이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은 몰랐다. 내가 요즘 노래 연습을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깨닫게 됐다. 이 사람은 보컬 기술도 기술이지만, 노래에서 감정 전달? 연기하는 게 정말 많이 느껴지더라. 진짜 예술가구나, 감탄했다.

 

완 | 노래하는 게 편해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편안한 상태로 노래해야 가사를 부를 때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더 많은 감정이 들어가고 전달되지 않나 생각한다. 노래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요즘 주의 생활에서 큰 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 | 애매하다. 그나마 낙이긴 한데, 답답한 부분이 있지. 다른 고민거리들이 있고, 돈도 벌어야 하고, 연기활동에 대한 계획들도 있다. 더 마음 편하게 시간을 쏟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완 | 마치 사람 얘기 같다. 여자친구라든지, 친구 보고 싶은데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많아서 이 친구를 자주 못 보고, 못 놀고 하는 거랑 비슷하다. 예술을 사람처럼 얘기해보자니 이 사람이 날 고통스럽게 하는 부분도 많지 않나?

 

| 맨 처음 극단에 들어가서 1~2년 되었을 때 처음으로 배우를 하지 말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전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니 한참 밑에 있는 것 같더라.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알긴 힘드니까, 그때의 나는 왜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선택을 못 받는지 고민하고 스트레스받았다. 조금 더 정확히 내 실력이나, 나 자신에 대한 것들을 깨닫고 나서는 오히려 편해질 수 있었다.

내가 바라는 바와 나의 위치가 다를 때 가장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 만약 내가 봉준호의 기생충에 출연할 정도로 큰 배우였다면 그런 스트레스는 안 받았겠지. 재미있게 연기하지 않았겠나. 그래서 나를 낮추는 일이 필요한 것 같다. 나의 바람과 기대치가 항상 충족되는 게 아니니까.

 

완 | 그럼 지금은 어떤가? 연기할 때 스트레스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까?

 

| 이번에 독백 영상 촬영하면서 즐거움을 많이 느꼈다. 연습실에 몇 시간 틀어박혀서 연기만 가지고 있었지. 또 다른 영상 준비하면서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거 때문에 지금 의사 수술복이랑 마스크도 사고, 이것저것 준비해 놨다.

 

완 | 좋은 일이다. 연기하면서, 연기를 만나기 전의 자신과 가장 달라진 부분이 혹시 뭐라고 생각하는가?

 

| 변화한 부분? 나를 드러내는 게 아닐까. 나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인정하고, 좋은 모습이든 아니든 ‘나는 이렇구나’ 할 수 있게 된 것. 좀 더 정확히 얘기해보면, 과거나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태도가 생겼다. 예를 들면 내가 굉장히 기분이 안 좋은 날에, 길을 지나다가 어떤 강아지를 봤다. 만약에 보면서 ‘저 강아지, 확 발로 밟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자.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지만, 그러니까 집에 가서는 그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만 있었던 생각이고 나는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 사람’이 되는 거다. 하지만 나는 그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은 맞는 거지.

혹은 어렸을 때, 불량배를 만나고 나서 친구들 앞에서는 별 느낌 없었다, 무섭진 않았고 가만히 있었다지만 사실 그 순간의 나는 굉장히 겁먹고 있었겠지? 남들 앞에선 이런 걸 나도 모르게 합리화하거나 좋은 방향으로 포장해서 얘기하지만, 그때의 나 자신을 더 알게 되고 더 인정하게 되는 그런 거.

 

완 | 노래하는 일에서도 비슷한 전환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긴 하지만 처음 노래를 하면서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모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가수처럼 부르면 맞는 거고, 다르게 부르면 틀린 거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근데 목소리는 사람마다 다른 거라서, 누구나 완전히 그 사람처럼 부를 수는 없고 그게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 자신을 인정해줄수록, 내게서 나오는 것 그대로를 부를수록 더 표현을 잘 하게 되고 결과물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

 

| 맞는 말이다. 나는 연기 외에 다른 유형의 예술도 나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기본적으로 사람은 방어적인 부분이 많은데, 발성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그걸 많이 느낀다. 가령 평소에 친절한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소리가 나오는 걸 억지로 막고 얘기하게 된다. 감정도 많이들 억누르고 살지 않나. 소리 내는 법을 가르치면서 자꾸 이 사람들이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다는 게 보이더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확 질러버리면 감정이든 소리나 행동이든 더 강하게 나올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은데, 스스로 깨닫기는 쉽지 않은 거지.

 

완 | 연기 수업 받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사람들이 변화하는 게 느껴지기도 하나?

 

주 | 미세하게 드러나는 건 있지. 근데 크게는? 내 앞에서 사람들이 굳이 “아! 나를 발견했어!”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니까... (웃음)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완 | 앞으로도 연기를 계속할 생각인가?

 

주 | 그렇다. 다만 준비 중인 드라마 오디션이 기로가 될 것 같다. 지금은 처음 시작했을 때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많이 없어져서 더 연연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엔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그런 종류의 꿈도 품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다만 확인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그동안 고민하고 깨달은 연기의 방식들이 정말 실용적인 걸까, 카메라 연기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더 심플하게는 내 연기력이라는 게 어느 정도일까 하는 것도 궁금하다. 만약 연기로 유명해질 수 있다고 하면, 그 유명한 사람의 삶도 궁금하다. 돈도 많이 벌고 싶다. 어쨌든 내가 살면서 해온 일들 중 가장 많은 발전을 이뤘고, 어떤 가치를 만들기에 가장 가까워져 있는 분야가 연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으론, 나는 결국 어떤 결핍이 예술에 대한 욕망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청담동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돌이켜보니 그 사랑받고 금전적인 부분에서 결핍이 많이 없던 내 주변 친구들은 예술가를 꿈꾸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이 적었던 것 같거든. 요즘의 나는 뭘 해도 잘 할 수 있겠다 싶은 상태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꼭 연기자로서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덜 할 수 있게 되었다. 나 혼자,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소소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완 | 내 경우는 현재 가장 많은 애정이 있는 대상이 노래와 음악이다. 음악을 만나고, 연습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해 알게 해준 게 음악이니, 보답하고 싶은 그런 마음도 있다.

 

주 | 나는 좀 반대 접근인데, 나보다 다른 사람들한테 전파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생겼다.

 

완 | 그렇다면 연기는 그만두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연기 수업은 계속할 것 같다는 건가?

 

주 | 아마 배우를 내려놓으면 오히려 더 열심히 가르칠 거다. 극단을 만들거나 연출가가 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 같기도 하고.

욕심이 있는 부분도 있다. 연극 관람하면서 막연하게 ‘아, 저거 별로야’가 아니라, 분명히 이런 식으로 바꿔보면 더 확실하게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다. 내가 배우를 키우고 연극을 만들어서 공연했을 때, 그게 정말 그런지.

 

완 | 혹시 연기하면서 배운 부분이 일상까지 확대돼서 생긴 어떤 신조 같은 것이 있는지?

가령 나 같은 경우는 ‘예측은 항상 실패한다’가 있다. 공연할 때 오늘은 날씨가 이렇고, 하루의 분위기가 이렇고 하니까 이런 노래들을 부르면 반응이 좋을 것 같다 예상하고 그대로 흐름을 가지고 가면 항상 실패하더라. 미리 잡은 방향성에 얽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나씩 꺼내놓을 때 반응이 더 좋다. 아마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아서가 아닐까? 오늘 인터뷰도 방향성을 가지고는 왔지만, 그대로는 가지 못했다. 항상 현장에 가면 달라지는 것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그런 모토가 있는지?

 

주 | 디테일하게는 너무 많지만, 그중에 하나를 얘기하자면 ‘정답은 없다’는 것. 사실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 없다고 생각해?” 하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할 거다. 그만큼 당연한 얘기라는 거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단히 고집스럽게 정답을 갖고 있지 않나. 나도 이렇게 말하면서도 순간순간 어떤 정답을 갖고 있다고 믿어왔다.

연기를 통해 그게 깨지더라. 최후의 순간까지 ‘그래도 이건 정답이겠지’ 하던 것들마저 깨져나가는 걸 보면서 느끼게 됐다.

 

완 | 공감이 된다. 그래서 내가 어디까지 고집부려야 되는가가 항상 어렵다. 그러면서도 그 때문에 예술을 하는 것, 살아가는 것이 재밌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야, 이거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이런 느낌으로…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만약, 주가 연기를 그만두게 된다면, 연기가 본인에게 있어 사람이라고 상상해 보자. 가령 인생의 스승님이거나 연인이었겠지. 이 사람과 이별했는데 나중에 이 말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더라, 혹은 메시지 한 통을 보낼 수 있다고 하면 이렇게 보내야겠다 하는, 연기에게 보내는 한 마디를 생각해 본다면?.

 

주 | 덕분에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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