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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잡담회 | 타격감 ③ ✍ 장일수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0. 11. 29.

 

<잡담회> 

타격감 ③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


✍ 장일수

 

예술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이따금 무기력하다. “이 작업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돌아오는 날엔 더욱더 그렇다. 골몰한 시간만큼 머무르는 이가 없으면, 세상을 향했던 주먹은 허공을 지나 어느새 내 관자놀이에 꽂힌다. 예술은 종종 가혹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주먹이 허공을 지나지 않기 위해 닿고 돌아오는 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공감으로 채워본다. 작품을 내어놓고 서로가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평가가 아닌 이해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만나본다. 세상에 내놓은 주먹이 닿고 돌아오는 경험. 타격감이다.

진행자 :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영단 장일수
참여자 : 배인숙(사운드 아티스트), 신관수(기획, 전시, 퍼포머), 황순원(배우, 감독)

 

#1 
풍선 모뉴먼트
간직하고픈 놀이의 순간

 

 

<풍선 모뉴멘트> 23000*300*300 mm, 혼합재료, 2017

관수 : 이건 풍선 모뉴먼트라는 작업이에요. 풍선이라는 물건이 놀이성을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잖아요. 저 당시에 웃음 가스라는 게 엄청 유행했었어요. 휘핑크림을 만드는 데 쓰는 가슨데요, 그걸 풍선에 넣고 호흡을 하면 잠깐 웃음이 나와요. 한 10초 정도? 그게 유행을 했다가 몇 달 뒤에 규제가 됐어요. 그것과 관련해 보존하는 장치를 만들었어요. 2m 30cm짜리 아크릴 관을 주워서, 안에 물을 가득 채우고 펌프로 풍선에 공기를 주입했어요. 사진이라서 안 보이는데 실제론 공기 방울이 보글보글 올라가요. 그리고 놀이 공간에서 조명이 중요하잖아요. 공간 안에서 조명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해요. 

J : 시각 작품 같은 경우는, 어떤 것들이 먼저 보이는지부터 접근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설명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작품을 보고 의미를 찾아가 보는 방향도 재밌을 것 같아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숙 : 저는 놀이라는 느낌보다 시험관처럼 보이니까… 바이오 아트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 안에 생물학적인 혹은 화학작용이 일어나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순원 : 신기하네요. 관심이 가요. 어쨌든 보는 것도 즐거우면 놀이가 되잖아요. 신기해서 뭐지 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뭔가 박물관처럼 내용이 쓰여 있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들어요.

J : 저는 조명이 먼저 눈에 왔어요. 밝기도 밝거니와, 색감이라는 것이 가장 먼저 들어왔던 것 같은데, 초록색 조명 때문에 약간 늪 같은 느낌도 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관은 왜 꼬여 있을까? 살펴보니 풍성과 연결된 모습이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과학실의 액침표본 같기도 해요. 그 밑에 보면 천이 내려와 있는데, 구도가 이 중간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비교적 덮는 쪽에 가까운 이미지 같기도 해요. 그래서 보여준다는 느낌보다 숨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관수 : 이 천은 이사할 때 많이 쓰는, 트럭에 많이 덮는 방수천이죠. 저는 이 작업이 이 공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이 공간 자체를 위해서 설계했던 거기 때문에, 갤러리로 끌고 들어가야 했을 때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이사 왔다는 뉘앙스를 주기 위해 더했어요. 결국엔 이 풍선 모뉴먼트라는 작업이 완전히 조명 용도로 사용되는 버전으로까지 제작돼요. 

 

어떤 놀이의 화학적 웃음이 규제됐다. 놀이만 남기고 웃음의 순간을 잡는다. 그 사이에서 유희를 찾는다.

 

 

#
100명의 사운드 픽토그램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

 

 

 

인숙 :<사운드 픽토그램>이라는 작품인데. 제가 작년에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아이들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도해 본 작품을 웹페이지로 정리를 해 본 거예요. 참가한 가족들이 픽토그램을 그리고 소리를 녹음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J : 사운드를 기호화하는 작업이잖아요. 이걸 모아서 어떤 식으로 활용할 생각이신가요, 아니면 열심히 모으셨는데 어떤 식으로 이용하실 생각인지?

인숙 :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끝나고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전시를 했어요. 아까 웹 페이지에 있는 그대로인데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요. 대부분 작업이 끝나고 재활용한 부품들만 빼고 버리는데 이 작품은 버리지 않았어요. 디지털화하기도 편해서 정말 좋아요. 100장을 모아놓은 사운드 픽토그램을 보고 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했고, 지금은 기회를 찾고 있는 중이예요.

J : 단순화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기호, 소리, 그리고 어떤 촉각적인 체험, 다른 감각이랑 연결하는 것을 재밌어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숙 : 그런데 가끔 사운드를 넣어야 하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사운드를 넣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자물쇠들을 전시했고, 비밀번호는 세 자리에요. 숫자는 0, 1 외에는 없어요. 

J : 아, 이진법인 거죠?

인숙 : 네. 그러니까 000부터 111까지의 경우의 수가 여기의 비밀번호예요. 그런데 는 관객들이 푼 거예요. 전시장 안에서 특별히 할 일 없잖아요. 이 작업은 작품이 아니라 그냥 휴식공간처럼 풀고 가라고 있는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쉬워서 그런지 되게 많은 분이 풀더라고요.

 

J : 그렇죠. 그리고 또 이상한 도전 욕구가 생기기도 하고.

인숙 : 네. 여기 의자를 하나 갖다 놓고, 이거라도 하면 기분이 좋거든요.

J : 단순한 이유라고 설명해주셨는데,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밌을 것 같은데요. 자물쇠의 숫자는 의미가 있나요?

인숙 : 아 저 같은 경우는 이제… 돈에 맞게?

(웃음소리)

인숙 : 저 작품은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했던거래서 거의 재료비가 들지 않는 선에서 작업을 했어요. 위치에 관한 전시였기 10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자물쇠가 열린다는 것이 재미있었고 관객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한테는 관객이 매우 중해요. 지금까지 작업에서 대부분 관객의 개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했고 또 관객이 제 작업을 만지는 것도 좋아요. 더불어 지인이나 친구가 의견을 내면 작업하는 도중에도 반영하는 편이예요. 좋은 생각들이 많거든요. 가끔 그냥 놀러 온 친구가 그려주기도 해요. 저는 제가 어떤 생각을 하면 그걸 만드는 형태나 디자인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요. 누가 만들어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구상합니다. 오히려 제가 더 못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배인숙 작가

 

J : 뭔가 다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분들이 작품 더 좋게 발전시키는 부분이 좋은 거 같아요.  

인숙 : 저도 아이디어만 있는 거죠. 

J : 아이디어만 있어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용할 수 있는지도 정말 중요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고집이 있는 편이거든요. 

인숙 : 네 저는 너무 잘 들어요. 너무 바로 반응해요, 이상하다고 하면.

J : 그것도 작업의 일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숙 : 저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전시에 늦게 입문해서 아직 고집 같은 게 없어요. “내가 이렇게 조사를 해왔다.” 거기에 누가 끼어들면 그냥 끼어드는 대로 받아들여서 좋은 걸 만드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움켜쥐고 있어봤자 뭐 하겠어요. 그래야 기회도 많이 생기고, 사람들이 많이 불러줘요. 

 

배인숙 작가의 작품은 여러 사람의 손이 탄다. 작가는 너털웃음 짓는다. 

 

 

#
비밀번호
열고 싶은 기회의 문

 

순원 : 영상을 통해 우리를 팔아보려는 시도로 만든 거예요. 가장 공을 들인 영상이 이 작품인데, 사비를 써서 단편영화를 만든 거죠. 그런데 일부 촬영분이 망해서, 광고 영상만 만들어놨어요. 마지막 부분을 찍기엔 시간이 모자라서, 투자한 만큼 만들지 못했던 거 같아요. 작품의 제목은 <비밀번호>예요. 한 여성이 이사를 했는데 비밀번호를 까먹는 바람에 옛날 집을 찾아가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에요. 

<비밀번호> 영상링크
www.youtube.com/watch?v=2B6vP3IcdQ8


인숙
: 진짜 영화… 영화 같은 느낌이네요.

순원 : 제가 시나리오도 썼어요. 참여하는 배우들이 주인공도 해보고 배우로서 능력을 뽐낼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영화제에 출품도 하고 관계자들이 보게 되면 배우로서 캐스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상으로 만들었어요.

J : 인숙 작가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인숙 : 기대감이 좀 있어요. 그런 걸 노린 작품 같아요.

순원 : 네 그걸 노려서 만든 거예요. 예고편에 이어서 본편에도 참신하게 내용을 담았으면 성공적인 단편영화가 됐을 거란 생각을 해요. 그런데 저희가 집을 빌렸는데, 다음날에 세입자가 들어오기로 한 집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고, 콘티 문제로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후반부 영상을 풀샷으로 찍어버렸어요. 다양한 방법으로 연출했어야 했는데 후반부에 롱테이크로 가니까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볼만한 영상은 보여드린 30초 영상밖에 안 남았어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J : 영상의 톤이나 색감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숙 : 그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많이 쓴 거죠.

순원 : 맞아요. 카메라도 실제로 영화작업에 많이 쓰이는 걸 대여했고 웬만한 영화에서 하는 수준의 것들은 다 했죠. 아무래도 촬영 현장이나 영화계에 있는 분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경험한 것이 있으니까. 기본적인 퀄리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맘만 먹으면 저 정도 느낌은 낼 수 있는데, 아시다시피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J : 보면서 느꼈던 건, 얼굴을 유난히 많이 클로즈업하더라고요. 영상 전체적으로도 비율이 높았어요. 

순원 : 그렇죠. 배우에 대한 시점을 좀 많이 잡고, 분위기나 이미지로 영화의 색깔을 보여주는 영화에요. 이미지 영화라고 할 수 있죠. 

J : 말씀하셨던 것처럼 배우들의 연기를 응원하기 위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아요.

인숙 : 저예산 영화가 인물 위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나요?

순원 : 그것보다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이 작품의 경우는 배우들의 캐스팅에 도움이 되고자 했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나 이미지적인 것을 강조해서 제작했어요.

 

언젠가, 언젠가라는 말이 힘을 잃을 때쯤. ‘해보자’라는 말로 시작했다고 한다. 더이상 기다림이 아닌 닿고 싶은 욕망이다.

 

 

#
이끼 축제와 전자 잼
놀아보자

이끼 축제

관수 : 놀이하는 현장, 공연이나 축제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합니다. 친구랑 같이했던 팀이고요. 한국 지역축제의 패러디 버전입니다. 서대문 이끼축제라는 축제예요. 축제형 작품입니다. 인삼, 장미같은 유명한 작물들은 축제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이끼도 자세히 보면 작고 귀여운데 주목받지 못하잖아요. 이끼 가지고 축제를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한국에 이끼 박사님이 세 분 계시는데요. 그 중에 한 분은 인터뷰한다거나 이끼 가지고 조형물을 만들었어요.  이끼옷을 입은 이끼맨도 나와요. 축제 마스코트죠.

인숙 : 약간 ‘바야바’ 같아요.

관수 : 그 바야바 같이 생긴 이끼맨이 이끼의 노래로 공연을 합니다. (웃음)이 페스티벌이 실제로 어떤 집에서 했던 전시였는데요. 여기가 입구예요. 차고를 통해서 마당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동선이 있었어요. 


순원
: 다 매치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좀 지저분해 보이네요. (웃음소리) 근데 이끼라고 한다면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연출을 하신 것 같고….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공간도 재밌고 공연도 해서 막걸리 한 잔 먹기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런 느낌은 애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인숙 : 저는 이끼맨의 디테일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관수 : 이끼맨으로 인형 탈 알바 같은 거 엄청 많이 했거든요. 애들이 엄청나게 좋아해요.

인숙 : 눈코입이 없는 것도 너무 좋아요. 이끼니까… 익명성이 보장되고. 뭔가 되게 새로운 존재로 연상되기도 하고요.

순원 : 이끼 식품도 나오면 기가 막힐 것 같아요. 이끼 과자.

관수 : 그래서 여기서 이끼 칵테일도 팔았습니다.

인숙 : 그럼 이끼가 돈이 되는 거예요? 이끼로 먹을 수 있는 나물을 개발해야 하나?

관수 : 아까 말씀드렸던 이끼 박사님이 이끼로 차를 만드는 곳을 알고 계셨는데, 실제로 맛을 보면 엄청 비리대요. (웃음) 이건 서교에서 했던 건데요. 개인적으로 전자음악에 관심이 있어요. 그 전자음악이, 즉흥연주를 많이 하거든요. 다른 음악도 그렇지만… 한국에선 전자음악 공연이 엄청 활발하지 않아서 전자음악의 즉흥연주 공연을 보기 되게 어려워요. 이걸 기획하면서 전자음악가 9분과 영상작가 3분을 초대했어요. 공연 당일에 만나서 팀을 뽑기로 짜고, 음악가 3명과 비디오 작가 1명, 총 4인이 한 팀으로 즉흥 협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근데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셔서 다른 구성의 공연 3편이 나오게 되었어요. 

J : 재밌는 것 같네요. 영상하시는 분들도 즉흥이 가능한가요?

관수 :  가능합니다. 팀을 구성하기 전에 작업하시는 분들이 BPM(*Beats per minute)이라도 알려달라, 속도나 느낌이라도 알려달라 하는데 저는 “몰라요, 몰라요.” 했어요. 

J : 그러니까 원래는 이런 작업이 어려운 분들인 거죠?

관수 : 아뇨, 영상작가분들도… 어떤 분들은 카드 넣는 슬라이드 쓰셔서 슬라이드 앞에다 유리컵을 놓고 하는 식으로 즉흥을 하기도 하고, 컴퓨터에서 벌어지는 영상이 아닌 매체도 있었고…. TV 모니터 같은 다른 방식을 사용해도 얼마든지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J : 전자기기나 영상이란 것에 관해서는 어떻게 기획이 시작되었나요?

관수 : 전자 잼이라는 단어에 집착했죠. 잼은 악기를 다루는 분들은 처음 만나서도 그냥 연주를 같이 막 하잖아요. 전자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잼이라고 주장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가능할까? 전자 즉흥 협연, 모르는 사람들이랑, 이런 공연이 많지 않거든요. 저는 한국에서 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런 걸 한번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진행하게 된 거 같아요. 


J
: 공연장의 물거품이랑 이끼랑도 닮은 것 같아요. 녹색을 많이 쓰시는 것 같고요.

관수 : 맞아요. 저는 녹색 조명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15분 동안 인터미션이 공연마다 있고, 그 합의를 하고, 30분이었나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사실 제가 보고 싶어서 한 것 같아요. 모든 공연을 만들 때 제가 보고 싶어서, 이 상황을 제공하고 관객이 어떻게 볼까 하는 것이 제 관심사이거든요. 음악가한테도 처음 본 두 사람이랑 같이 공연하라니까 당연히 불협도 많았을 거고 어색한 상황이었을 텐데…. 그래도 되게 재밌게 진행이 됐죠.

 

신관수 작가는 놀이 공원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한다. 롯데월드를 배경으로 빙글빙글 도는 스크류바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높은 롯데 타워의 그늘 밑에. 어쩜 그 모습이 이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늘 밑에서 차근차근 자라는, 들여다보면 매력적인

 

 

#
자기소개 단편
응원의 힘

 

순원 : 한 인물에 대한 단편영화, 간단한 자기소개 영화를 만들었어요. 뭐 별 내용은 없는데, 홍보영상이죠. 제가 촬영했습니다. 이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어필하라고 만들어 준 거예요. 주인공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썼죠. 

배우 황순원


<자기소개> 단편

영상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dhhn1nkhLMI

인숙 : 영화 라라랜드를 봤을 때, 여자 주인공이 오디션 보러 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이런 표현방식도 재밌는 거 같아요. 현실적인 부분들을 영상 그대로 활용해도 좋은 방법일 것 같고….

J : 저는 순원님의 작업을 보면서 느낀 게, 배우들 소개하는 차원에서 〈비밀번호〉의 티저 영상을 보여주셨고, 방금 본 영상은 〈자기소개 단편〉이라고 만들어 주셨는데, 이야기적으로 구성이 탄탄한 건 아니더라도, 관객을 배우들의 삶 속으로 계속 침투시키고 싶은 욕망들을 느꼈어요. 보통 내 삶에만 관심이 있지 남의 삶에는 별로 관심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배우분들의 현실적인 모습들을 그려 넣고, 관객들이 그것들을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라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느꼈고, 또 한편으로는 장면적으로 궁상맞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 가볍게 나열돼 있어서 그들의 삶을 유쾌하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순원 : 맞아요. 우울하게 가면 처음 30초 보다가 꺼 버리니까, 최대한, 뭔가 재밌을 것 같으면서도, 관객을 끌어올 힘이 뭐가 있을까 해서 좀 밝은 톤으로 갔죠.

J : 작업할 때, 그런 톤들은 어떻게 조절을 하나요?

순원 :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장면을 상상하잖아요. 먼저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작업에 들어가는 거예요. 우울하게 갈 건가, 슬프게 갈 건가. 만약 재밌게 찍겠다고 생각하면 정하면 보여드렸던 영상과 같은 장면이 나오는 거고. 다른 방향이라면 그에 맞춰 차근차근 글을 써가는 거죠. 

J : 그러면 그런 과정에서, 배우분들과 소통하잖아요.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시나요?

순원 : 저희 팀의 경우 꽤 오래 함께해서 합이 잘 맞아요. 작업 중에 바로바로 요청해요. 이런 식으로 해줘, 하고 부탁하면, 배우들이 캐치해서 연기를 하는 거죠. 영상 중에 전에 앉아서 둘이 술 먹는 씬 있잖아요? 그거를 한… 20컷 정도 찍었어요. 요렇게 술을 먹는 장면에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진짜 술을 먹기도 해요. 그래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인공 맡았던 친구가 이 영상을 통해 웹드라마에 캐스팅이 되어서,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황순원 배우의 영상극단 ‘향인들’에서는 닿기 위한 노력이 결실로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영상 이후로 꽤 많은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다. 이것이 지속할 수 있는 힘일까. 에너지를 모아 새로운 영상을 기획중이라고 한다.

 

 

#
연주회 하울링
씬의 확장

 

인숙 : 제가 제일 열심히 하는 일을 뽑자면 하울링 라이브라는 공연을 비정기적으로 여는 것인데요. 2013년도에 시작해서 어느덧 8년차가 되었어요. 단순히 저를 위해 만들었어요. 왜냐하면 연주를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거 하지 말고 연주회만 하자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운영하고 있어서 계속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공간을 무료로 대관하거나 저렴하게 대관하고 입장료를 받아서 n분의 1로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하울링을 거친 사람이 30여 명 되는 거 같아요. 지금은 전자음악, 실험음악을 하는 분들이 많아져 행복합니다.

<하울링 라이브> 
영상링크 https://youtu.be/LQgL_xKGWlg

 이 작업은 2019년에 서서울 예술교육센터에서 했던 것인데 지인의 친구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급하게 라인업에 넣어주어서 했던 공연이에요. 하울링 라인업 짤 때 가장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처음 하울링 라이브에 참여하는 분이예요.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장르에 입문하거나 그동안 작업을 하지 않았어도 부담 없이 무대에 설 수 있는 편안한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J : 운영하는 멤버가 따로 있으신가요?

인숙 : 간혹 도와주는 분이 계시지만 거의 혼자 운영한다고 봐야할거 같아요. 운영자로 힘든 점도 있어요. 예를 들면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데 연주시간을 넘으면 이걸 끊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런 갈등도 있어요. 대부분 그냥 있지만요. 장르적 정체성의 혼란도 있어요. 하울링 라이브가 앞으로 나아갈 장르적 방향을 조금 정리해야 하나 그런 고민도 있어요.

J : 장비나 이런 것들은 어떻게 구비하시나요?

인숙 : 제가 그냥 갖고 다녀요. 왜냐하면 아주 큰 공간에 가면 장비가 다 있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장소도 빨리 구해야 해서 게릴라식으로 하고 빠져요. 따로 교류는 하지 않고요.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외부 사람들은 엄청 친절하게 받아들이죠. 목표가 씬의 확장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누구고 친구니 이런 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실험 음악의 씬을 만들기 위해서 하울링을 계속하려고 해요. 2018년에 하울링에 나왔던 사람 중에서 한 10팀을 모아서 페스티벌도 했어요. 마을 전체를 공짜로 빌려서 할 수 있었는데, 실험 음악은 약간 지루하잖아요. 그러니까 공간을 10개로 나눴어요. 찾아가서 볼 수 있도록. 이 건물 저 건물을 다 쓸 수 있었죠. 


그리고 페스티벌이라는 게 저는 일반 관객들과의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이름을 사운드 투어라고 했는데, 관광객들이 보고 다니는 걸 공연으로 생각한 거예요. 요즘에 잘 나가는 전자음악 작곡가들의 음악을 한옥 같은 공간에서 듣고 그러면 좋잖아요. 

J : 공간에서 주는 힘도 있는 것 같아요. 마을이라고 하면 거기서 오래 쌓여온 그런 게 있는데 전자음악이랑 그게 만나는 것이 묘하기도 하네요.

인숙 : 네. 우리나라도 실험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단지 활동할 데가 많지 않아요. 하울링을 지속하는 것은 저한테는 중요한 일이에요. 제 작업보다도 중요할 정도로요. 

 

#
마지막 한마디

 

인숙 : “쭉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관수 : 전 타격감이라 그래서, 좀 무서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재밌었습니다.

J : 이거 한마디 아니잖아요. (웃음)

관수 : 두 마디죠. 타격감이라고 그래서 무서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네요.

 J : 알겠습니다. 순원님 한마디 해주시면?

순원 : 어… 누구한테 하는 거에요?

 J : 오늘의 한 마디. 누구한테 하셔도 좋습니다. 

 순원 : 각자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

 J : 개인적으로 영화같은 진지하고 멋있는 멘트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순원 : 소소한 예술이 세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박수소리)

 J :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시간내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함께 설 자리를 만드는 청년예술인들을 만났다. 예술의 방향성은 각자 다른 이유들로 채워졌지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자리’에 대한 필요는 한목소리로 나왔다. 괜히 이끼가 떠오른다. 어딘가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을, 단단한 뿌리와 큰 줄기는 없어도 조용히 포자를 날리며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아직은 그늘진 곳에서 작은 영양으로 살고 있지만 언젠가 군락을 이루고 축제처럼 함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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