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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타격감|<숨은참조 오픈토크> 미니 타격감 후기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6. 16.

<숨은참조 오픈토크> 미니 타격감 후기

 

원고 작성: 강동욱, 곽혜은, 문지원 (가나다 순)

 

작품을 감각하는 것은 다양한 레이어를 통해 이루어진다. 작품에 대한 생각이 발생하기 전에 기저에 느껴지는 느낌이나 감정 같은 원초적인 요소들도 그 레이어에 포함된다.

이번 <미니 타격감>은 진행자 4인이 다양한 참여자를 고려하여 각자 무용’, ‘그림(NFT)’, ‘영화 예고편’, ‘조형(도자기)’ 작품을 준비하였다. 진행자 1인당 3~4인의 참여자가 함께할 것을 고려하고 기획했다. 또한 작품을 감각하고 나누는 방법으로 다음의 3가지의 질문을 제시하고 이를 참여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하였다.

  1. 이 작품이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2. 이 작품에서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요소나 감각은 무엇이며, 왜 그런가요?
  3. 이 작품에서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이며, 왜 그런가요?

하지만 인생에는 이따금씩 계획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한다. 북토크에 참여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던 탓에 우리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연구릴레이팀과 함께 서로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터디그룹에 주어진 50분의 시간을 절반으로 나누어 각 소그룹 모임을 진행하였다.

(2개의 조로 나뉘어 미니 타격감이 진행되고 있다 .)

연구릴레이팀의 소그룹 모임에 참여하고 나니 타격감 팀에게 남은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타격감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자, 기존에 계획했던 4인 진행 방식 대신 2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에서 2명이 진행자와 보조진행자 역할을 하기로 했다. 각 그룹의 진행은 2022년 타격감 팀에 합류한 강동욱, 문지원이 맡았고, 최지규, 박세은이 보조진행을 맡았다.


#1

< 북촌방향 >(2011)&nbsp; 공식 예고편을 시청하는 김정엽님 ( 좌 ),&nbsp; 불나방님 ( 우 )

  • 진행자: 강동욱
  • 보조진행자: 최지규
  • 참여자: 김정엽, 불나방

강동욱: 금방 감상하셨던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2011) 공식 예고편입니다.

이게 예고편이어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이 예고편에서 홍상수 감독만의 인장을 발견하거나, 영화 자체와는 다른 특별한 감흥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져와봤습니다. 순서는 정엽님, 불나방님 순서로 진행해볼까요

 

이 작품이 여러분을 불편하게 만드는 점이 있었다면 어떤 요소를 뽑을 수 있을까요?

김정엽: 저는 (화면에 뜨는) 폰트가 마음에 안 들었어요.

강동욱: 폰트요?

김정엽: . 행갈이를 그렇게 해서 배치하는 것도 별로였어요. 예를 들어, 모험심 많고/ 반듯한/ 영화과 교수 이런 문법적 분절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리고 폰트 디자인도 안 그래도 화면이 어둡고 흐릿한데 타이포 자체도 막 날아갈 것 같고. 그런 요소가 제일 불편했어요.

강동욱: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불나방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불나방: 아 저는 하나도 안 불편했거든요. 저는 오히려 폰트가 마음에 들었어요.(웃음)

강동욱: (반갑) 저도 사실 폰트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불나방: 그 아날로그틱함과 무언가 성의 없음이 영화의 무드와 연결이 더 잘 된다고 생각했어요.

김정엽: 맞아요. 성의가 없어서 불편했던 것 같아요.

강동욱: 그런데 그 성의 없음이 저는 뭔가 의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이나 눈에 확 들어오는 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김정엽: 아무래도 역행하는 영상 흐름이 가장 눈에 들어오기는 했어요. 처음에는 택시가 후진을 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 안에서 사람들이 뒷걸음으로 다시 나오고 결국 모든 게 다 되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어요.

강동욱: 그런 문법이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키던가요?

김정엽: 낯섦이죠. 이게 평범하고 친숙한 게 아니라는 어떤 긴장 같은 거.

강동욱: 불나방님은 어떠셨나요?

불나방: 저는 말씀해주신 것과는 완전히 다른 지점에서 계속 궁금했던 건, 등장하는 사람들의 관계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연유에 대한 것이었던 것 같아요. 또 이 예고편을 통해 영화의 어떤 것을, 어떤 메시지를 말하려고 하는지도요. 예고편이라는 게 결국은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시각적으로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추운 겨울이고, 도로에서 쉽게 잡히지 않는 택시를 잡고 있고, 우중충한 날씨까지 겹쳐서 우울하기는 한데, 이 전반적인 우울감은 분명 그런 요소들을 넘어서는 무언가로부터 기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동욱: 그것에 대해서 조금만 더 얘기를 해보자면

불나방: 이 관계를 보면, 영화과 교수, 영화평론가, 누구의 제자, 뭐 이런 사람들이 한 데 모였는데, 그들 사이의 사연을 제가 막 그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좋아하는 사이일 수도 있고 싫어하는 사이일 수도 있고 다툼이 있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 와중에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고. 그래서 이들의 관계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 생각하게 되는? 

강동욱: 그러니까 이게, 차가 가야 하는 곳이 영화의 제목대로라면 북촌방향일 테고, 원래대로라면 차는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 건데, 영상은 역재생되고 있으니까 자꾸 어디론가 가지 못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부터는 멀어지게 되고, 그런 퇴행하는 정서가 전체적인 우울감에 기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근데 그 와중에 제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점은, 이 영상에서 목소리만 순행재생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감독이 너희들 너무 단순하게 내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지 마.’ 하면서 함정을 설치해놓은 게 아닌가 하는 감독의 심리가 헤아려지기도 하면서, 더 재밌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불나방님은 우울감이 느껴진다고 하셨는데 정엽님은 어떤 감정을 느끼셨을지 궁금합니다.

김정엽: 이게 제 개인 성향인데, 뭔가 선명하지 않고, 뚜렷하지 않고, 불투명하고, 이런 표현이 사실싫거든요.

강동욱: 오 그럼 원래 향유할 영상물을 선택할 때 조금 더 밝고 희망차고 선명한 분위기를 선호하시는 편인가요?

김정엽: 희망찰 것까지는 없지만,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야 하는 거죠.

일동: 아아~.

김정엽: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흐리지 않고, 무책임하게 열어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해피 아니면 새드로 확실해야 되는데, 홍상수 영화가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되게 모호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주로 들었어요.

불나방: (정엽)랑 같이 영화 한 번 봐야겠다. 성향 나오겠는데.(웃음)

강동욱: 불나방님은 원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보시는 편이었나요?

불나방: 그런 건 아니지만 사실 저는 이런 모호성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뭔가 이런 것들을 보고 나면 은연중에 그 모호한 구석을 추측하거나, 내가 느낀 알 수 없는 감각을 들여다보게 돼요. 그런 감각하기가 저는 즐거운 것 같아요.

강동욱: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미니타격감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솔직한 답변 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2

Jade. Lee,&nbsp; 블루홀 (Blue Hole),&nbsp; 디퓨저 용기

  • 진행자: 문지원
  • 보조진행자: 박세은
  • 참여자: 참여자1, 참여자2 (참여자는 요청에 따라 익명처리 하였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도드라지게 느끼셨나요?

참여자1: 약간 통통하고 반짝반짝거린다? 이런 느낌. 일단 먼저 직관적으로 질감과 형태의 느낌을 전달받은 것 같아요. 근데 그냥 직관적인, 일차원적인 느낌만 받았지, 거기서 평가나 비평으로 더 들어가지 않은 단계여서, 그냥 반짝인다, 정도.

문지원: 질감을 더 도드라지게 느끼셨네요. 왜 그렇게 느끼셨을까요?

참여자1: 평소엔 이런 경우 왜인지 파고들지는 않는 것 같네요. 지금도 이런 감각을 느끼는 것에서 멈췄어요.

문지원: 그럼 평소에도, 이렇게 만질 수 있는 작품을 보실 때는 질감이라던가, 시각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감상을 하시는 편인가요?

참여자1: 장르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참여자2: 저는 라인이요.

문지원: 어떤 라인이요?

참여자2: 제가 도자기를 볼 때, 이게 어떤 각도로 선이 전개되는지를 개인적으로 되게 중요하게 여겨요. 요즘 도자기에 관심이 더 생겨서 반갑네요. 이 도자기는 주둥이에서부터 그냥 이렇게 떨어지는 라인. 그냥 라인을 봤어요.

문지원: 도자기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참여자2: 그렇게 많다기보다는, 관심이 생기고 있어요, 최근에. 정확히는 그릇이라고 표현할게요. 만드는 건 아니고 이런 도자기류나 단순한 그릇들을 사는 데 관심이 있었는데요, 최근에 이런, 백자를 만드시거나 하는 작가 분들의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그냥 그런 걸 느꼈어요. 저 라인이 조금만 더 봉긋했으면 내가 사고 싶었을 텐데. 이렇게 깎인 것은, 내 취향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여기(주둥이 부분)를 봤어요.

참여자1: 저도 처음에는 이 도자기의 형태, 프레임만 집중해서 봤다면,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이것의 용도와, 이 작품에 뭔가 다른 것이 꽂혀 있는 상태들을 좀 더 넓게 상상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어떤 용도로 쓸 때 이 도자기는 제일 아름답거나 혹은 제일 편리하거나 적절할지도 상상해보게 되고요.

문지원: 혹시 무얼 상상하셨나요?

참석자1: 내용물이 되어야 할 게 뭘까 싶었어요. 꽃일까?

참석자2: 저는 답을 못 찾았어요.

참석자1: 술인가, 역시. , .

참석자2: 술을 따르기엔, 제가 손이 작아가지고 그런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또 술 취하고 이러면 이게 잡았을 때 잘 잡혀야 하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이 주둥이에서 술이 떨어질 때 잘 떨어져야 되잖아요. 이거는 한 번 물을 넣어서 따라봐야 되는 것 같아요. (웃음)

참석자1: 용도를 고정된 어떤 한 가지로 특화시키지 않고 여러 쓰임을 상상해 보라고 일부러 열어놓은 작품인가요? 얘기를 하다 보니까 궁금해지네요.

 

이 작품을 보시면서 어떤 감정이 드셨나요?

참여자1: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근데 이거 안 깨지겠죠? 안정감인 것 같아요. 그 감각을 말하자면, 깨지지 않은 채로 동글동글, 바닥에 밀착되어 있는, 구조적 안정감이에요. 이대로 좀 오래 갔으면 좋겠다. 깨지지 않고. 이런 생각.

참여자2: 첫인상은 귀엽다. 두 번째는 어떤 물음. 동글동글 귀여운데, 동글동글한 너의 정체성은? 너는 작품이니, 아니면 어떤 쓰임이 있는 아이니? 이런.

 

이 작품을 보셨을 때 불편함을 느꼈나요?

참여자1: 불편함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반짝반짝하게 한 이유는 뭘까요? 제 취향은 조금 더 까끌까끌한 그런 도자기거든요.

문지원: 취향을 발견하셨네요. 저는 한편으로 이 작품에서 파란색이 되게 좀 신선했어요. 처음에 눈알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가만히 보면 명상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성찰의 충동 같은 것도 느꼈습니다.

참석자2: 개인적으로 푸른 기가 도는 유광을 매우 안 좋아해요. 약간 매트한 거 좋아하는 편이라. 지극히 개인의 취향이에요. 촌스러워 보이는 것 하고는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지만, 모르겠어요. 저는 대체적으로 반짝인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유광과 무광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 유광을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무엇이 되었든.

문지원: (웃음) 이제 용도 알려드릴게요. 이 작품은 제가 작가님께 듣기로 디퓨저 용기라고 합니다.

참석자1: 제가 상상한 다른 용도들보다 디퓨저라면 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웃음)

문지원: 디퓨저 용기라면 좀 잘 어울리는 것 같나요? 아마도 작가님께서는 실용자기와 순수예술 두 영역의 경계에 위치하는 작업을 추구하고 계신 것 같아요.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간관계상 미니타격감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2022년 타격감의 주요 사업은 <온라인 타격감><오프라인 타격감 잡담회>를 여는 것이다. 이번 <미니 타격감>을 진행한 후 얻은 수확이 있다면, <온라인 타격감>에 접목하기 좋은 요소들을 발견한 것이다. <오프라인 타격감 잡담회>는 참여자의 작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행시간이 길고, 깊은 대화가 오가는 반면 <온라인 타격감>은 다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가볍게 작품에 대한 인상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시간은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타격감 잡담회>를 구상할 단초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이번 <미니 타격감>에 연구릴레이팀이 참여해주신 덕분에 서울청년예술인회의의 구성원이 평소 예술작품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 접할 수 있었고, 나아가 서로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었다. <미니 타격감>을 마친 뒤, 올해의 첫 번째 타격감을 외부가 아닌 서울청년예술인회의 구성원과 함께하자는 의견에 팀원 모두가 동의하였다. 대상이 구체화되면서 잡담회에 대한 그림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준다면, 그 명확함이 얼마나 삶을 편하게 해줄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예측이 엇나가며 틈이 벌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시야가 또 하나 열리는 게 아닐까. 인생도, 작품에 대한 관점에 있어서도 말이다.

타격감 역시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우연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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