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 만들기 공론장> 미니포럼 리뷰
✍ 신민준
지난 7월 15일 서울청년예술청에서 <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 만들기 공론장>의 첫 미니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영단 2인과 10인 내외의 예술대학 학생들이 모여 “예술대학의 고질적 문제”에 대해 발제하고 이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견해에 관해 이야기하는 토론 형태로 3시간 남짓 진행되었다. 이들이 나눈 구체적인 이야기는 무엇이며,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이란 무엇일까?
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 만들기 공론장이란?
일단 이름이 장황하다. 최종 기획을 확정하기 전에 더 좋고 간결한 이름이 없을까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고민해봐도 없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가 긴 시간 동안 중첩되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길고 장황한 이름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 포럼의 가장 큰 목적은“문화예술 생태계”라는 장(Field)에서 예술 주체들의 재생산을 일임하고 있는 “예술대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당사자 즉, 예술대학생들의 언어로 발화하고 공론을 통해 더 나은 모습을 상상하며 현장과 조응점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이라는 대주제를 5개의 소주제로 나누고 소주제별로 미니포럼을 구성하였다. 치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밀도 높은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영단 2인은 학생·청년 예술가 4인과 세미나 팀을 구성하였다. 주제별로 진행한 세미나 내용을 바탕으로 예술대학생, 청년 예술가, 문화정책가 등을 섭외하여 기조 발제와 라운드 테이블로 구성된 미니포럼을 운영한다.
5회로 진행되는 미니포럼의 기획은 예술대학의 내부에서 시작해 경계를 경유하고 문화예술 주체로서 권리와 역할을 재고해보고 외부로 나아가는 형태로 구성된다. 연말에는 미니포럼에서 나눈 내용을 더 많은 문화 주체들에게 확산하기 위한 공유포럼 및 아카이브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구분 | 주제 | 내용 |
내부 | 주제 ➀ | [교육] 예술대학의 고질적인 문제 |
주제 ➁ | [직업] 예술. 직업? 작업? | |
경계 | 주제 ➂ | [자격] 예술대학이 아닌 곳에서 예술하기 · 배우기 |
권리 | 주제 ➃ | [권리] 예술대학생의 권리와 역할 찾기 |
외부 | 주제 ➄ | [방향] 예술대학이 나아갈 방향 |
1차 미니포럼 상세
일시 | 2020. 7. 15 (수) 14:00 ~ 17:00
참여 | 서울청년예술인회의 : 신민준, 김재상
참여자 : 고안철(기획자, 시각예술가), 김보경(대학생, 영상예술전공), 김서정(대학생, 피아노전공), 박선아(대학생, 미술전공), 서지민(시각예술가), 송진호(대학원생, 예술경영전공), 유한나(대학생, 미술이론 전공), 장소현(대학생, 미술전공), 주하민(대학생, 성악전공)
예술대학의 고질적인 문제
1차 미니포럼은 ‘예술대학의 고질적 문제’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대학 내 고등예술교육이 현장과 유리되어 현실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2019년에는 국회에서 <예술대학의 열악한 교육여건과 지원정책 방향 토론회>라는 이 내용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예술대학에서는 현장 기반의 창작 및 실연 활동보다는 예술가 개인의 기예를 연마하거나 창작 위주로만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을 벗어나 현장에 갓 진입하는 예술가는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문화예술계에 진입하는 시기에 있는 예술가를 대상으로 청년예술 지원정책이 만들어지거나 현장 실무 중심의 재교육이 진행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예술대학은 기본적으로 문화정책보다는 교육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교육정책에서의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평가체제가 도입되고 대학재정 효율화 경향이 진행됨에 따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예술대학은 직접적인 존폐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에서도 사회에서도 예술을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이다.
1차 미니포럼에서 주요하게 제기된 내용 중 하나는 ‘우리는 예술이 가지는 의미’를 예술대학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많은 예술대학생들은 오늘도 학교에서 예술작품 혹은 예술 활동으로서 인정을 획득하기 위해 미학적 구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배우거나 고민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대학에서 예술을 배우지만, 예술가라는 존재 혹은 예술의 의미 그리고 이들이 사회와 맺는 관계는 예술대학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오롯이 개인이 고민해야 할 영역으로 유보되고 졸업 이후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이에 대해 단편적인 예시로 예술지원사업에서 필수적으로 작성이 요구되는 지원서의 ‘기대효과’란을 현장에 진입해서야 처음 본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동시대 한국의 현실태에서는 예술이 스스로 생존 가능성을 획득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대다수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받기 위해 예술가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런 사회적 가치는 지원사업 지원서의 ‘기대효과’란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는 현장에 진입해서야 이것을 처음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원사업의 기대효과 작성이 ‘예술의 도구화’라는 비판이 있고 이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지만, 여기서는 청년 예술가들이 현장에서 활동하는데 현실적으로 필요한 능력에 관한 것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 글에서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와 함께 공론장에서는 학생과 교수의 위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나 예술교육의 방법론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예술대학생 당사자가 원하는 예술교육의 모습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런 한편, 이러한 평가가 ‘서비스’에 대한 비판자로서 취하는 수동적 태도로만 끝나고 있지 않은지가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예술대학생들 스스로 당사자로서 주체성을 자각하고 예술대학을 또 하나의 예술 현장으로 인식하며 당사자의 언어를 지속해서 발화하고 개선을 요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공감대를 얻었다.
예술대학생, 예술 현장의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 자신의 언어를 찾아 나가다
이번 포럼 진행의 의미는 예술대학생들이 문화예술 현장의 구성원이자 당사자로서 자신의 언어를 발화하는 공식적인 장이 예술현장에서 처음으로 열렸다는 것에 있다. 예술대학의 문제들은 그 원인이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지자체 등 관할 부처가 얽혀있거나 책임 소재가 일치하지 않아서 발생하지만, 여태까지는 주로 ‘대학’의 문제로 인식되어 교육계에서만 문제가 다루어져 왔으며 협소한 문제로 인식되어 그 기회도 많지 않았다.
이번 <문화예술 생태계적 관점에서 포스트 예술대학 만들기 공론장>은 부처 칸막이 구조나 수직적인 관계 구조를 탈피하여, 예술대학생 즉, 당사자 입장에서 문화예술 생태계 중심 사고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사자의 언어가 지속하여 발신되고 확산할수록 이러한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는다.
남아 있는 미니포럼을 비롯하여 예술대학생 및 청년 예술가 당사자들이 자신의 언어를 찾고 발화할 수 있는 공론장이 더 많이 열리길 희망한다. 이를 통해 이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바꿀 힘과 가능성이 있는 현장의 주체라고 생각하길 바라며 현장에서도 이들을 주요한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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