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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타격감|2022년 타격감 :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9. 14.

2022년 타격감 :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

 

한 예술가가 세상을 향해 내지른 주먹이 관객들에게 닿은 후 다시 예술가에게로 돌아온다. 사회적 잣대에 따라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의 취향으로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오롯하게 감각하는 시간. 20228, 타격감에서는 세 명의 예술가와 함께 그들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 진행 : 강동욱, 최지규
  • 참여예술인 : 박선영, 우희서, 전보람
  • 촬영 : 곽혜은

타격감은 서울청년예술인회의에서 조직된 스터디그룹으로,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을 의미한다. 판단하기보다는 감각하기를, 평가보다는 이해와 공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소통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온라인 타격감(2022년 8월 12일 진행)

오프라인 타격감을 진행하기에 앞서, 먼저 온라인으로 예술가들을 만나보았다. 온라인 타격감에서는 참여자들이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타격감만의 감각법을 체험하고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긋고 넘다 그리고 보다> 전보람, 2019

보람 뭘 먼저 봐야할까? 저는 공연 베이스 중에서 무용을 하고 있고, 완벽하게 안무가도 무용수도 아닌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내 작품 보여주기 왜 이렇게 창피하지. 이거는 2019년 초에 극장에서 올렸던 작품이고, 30분정도 했던 건데. 제가 고무줄의 탄성을 가지고 노는 게 신기해서 시작했던 리서치에서 영감을 받아가지고 했던 작업인데요.

모두 | 화들짝. (무대의 양 끝으로 팽팽하게 늘어나있던 고무줄이 갑자기 튕겨지며 사라졌다.)

보람 | 저한테는 되게 중요한 순간이었거든요. 바닥에 있던 선들이 저쪽에서 다시 나온다? 이제 댄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줄을 걸고. 제목처럼 앞의 장면이 나한테는 긋는 거였고, 여기는 나한테 넘는 장면, 그리고 이제 마지막 네 개의 줄을 가지고 들어오는 게, 사용한 줄 개수의 전부였어요. 마지막은 얘네(고무줄)를 가지고 노는 컨셉의 장면.

희서 | 고무줄이 팅! 하는 게 강렬했어요. 실제로 보고 싶어요. 밑에 그려진 게 실제가서 보면 정면으로 보일 텐데, 그림이 너무 궁금했어요. 나중에 영상과 스크린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맨날 후회하거든요. 전시하고 기록을 안 해서. 이런 라이브한 작품들은 기록이 안 되면 너무 아쉬운 거 같아요. ! 하는 게 스펙타클하고 재밌는데 위에서 찍었으면 더 재밌을 거 같아요.

혜은 | 지금도 고무줄 관련 작업을 하세요?

보람 | 마지막 작품 이후로 아직 안했는데, 이 고무줄을 나만 재밌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나는 새로운 뭔가를, 호기심 있는 걸 찾아야하나? 계속 가져가야하나? 고민 중이에요.

혜은 | 과정을 늘어놓고, 과정을 관객이 같이 견디는 것도 좋았고 의미가 있었어요. 이 작품이 디벨롭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욱 | 고무줄이 저한테도 좋은 소재였거든요. 시의 소재랑 비슷하게 느껴졌는데, 뻔한 걸 가져와서 이상하고 낯설게 하잖아요. 동작도 친숙하지 않고, 그런 것들을 모아서 느슨하게 묶어놓는 게, 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횡> 우희서, 2021

희서 | 저도 설치작업을 하다보니까, 이게(사진) 한눈에 안 들어오고, 설명을 엄청 해야 하거든요. 빛으로 작업한 첫 번째 작품인데, 이게 스위치거든요. 관객이 직접 스위치를 켜고 들어가고 다 켜진 일직선상에서 봤을 때의 모습은 이래요. 제 작업의 메커니즘은 뇌에 있는 거를 최대한 현실로 꺼내는 시도를 해보는 거여서. 항상 텍스트처럼 되는 게 아니잖아요.

동욱 | 머릿속에 있는 걸 그대로 꺼내놓을 때, 이미지화 했을 때 볼품없을 때가 많아서 그대로 못 꺼내고 여러 장치와 기능을 덧붙이는데. 용기 있다고 생각했어요.

희서 | 이 기회가 하고 싶을 걸 하는 기회였거든요. 큰 공간은 처음이라, 일주일동안 별 거를 다 했어요. 대충 이런 걸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해도 실제로 하는 건 너무 다른 거라..

보람 | 설치하시는 분들이 그래요. 설치는 노가다다.

모두 | 하하하하.

희서 | 올해는 내 뇌와 현실의 링크를 맞추는 연습이었던 거 같아요. 교육받은 그대로 현실에 내놓는 법을 습관적으로 했던 게 있었는데, (올해는) 뇌에 있는 거를 그냥 해보자. 깨달으니까 이게 내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 것들은 내가 배워서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다 때려치우고 온갖 걸 다 해보는 한 해였어요.

동욱 | 요새는 어떤 걸 생각해요?

희서 | 요새는 이런 것들을 꿰고 있어요. 세달 동안 내가 뭔 짓을 한 거야? 그 동안 제가 이렇게 얘기를 더 못하고 안했거든요. 상반기에 퍼포먼스 하는 게 더 있어서, 세 개를 딱 하니까 하반기에 정리해야겠다, 했어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박선영 출연, 2020

선영 | 일단 메인 예고편 보고 전체적인 걸 볼게요. 처음으로 주연을 한 영화예요. 우여곡절이 많았고 예산도 적었고 장편이기도 했고. 운이 좋게 개봉을 했는데 코로나가 심해서 관객 수가 적었고. 이걸 하면서 제 스스로 연기를 계속 해도 되겠다, 했어요. 진짜 그만두려고 했거든요. 노동환경에 대한 분노가 너무 심해서. 현장에 나가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이 작품하면서 되게 재밌었고 연기라는 게 이렇게 동년배들과 창작하는 게 너무 재밌다.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지규 | 배우란 단순 텍스트를 자기 얼굴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거라 자기 해석능력이 다르잖아요. 그게 재밌었어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게 일종의 투쟁 같았어요. 선영님만의 해석법이 있나요? 연출법이나?

선영 | 일단은 아무래도 처음 인물을 두텁게 그려내야 하잖아요. 계속 쌓아갈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계속 쌓아가고 관찰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드는 생각이 무용하는 분들은 자신의 사유를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멋져 보이더라고요. 배우는 그 인물의 사유를 표현하는 건데.

보람 | 퍼포머가 어떤 장르에 있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내 몸이 현존하는 작업과 캐릭터로 있어야하는 작업의 차이인 것 같아요. 내가 만약 어떤 캐릭터를 입어야하는데 나를 버리고 입을 수 있을까? 나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규 | 쌓아간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연기에 대한 태도 같아서. 미술에서도 쌓아가는 그림과 한 번에 그리는 그림이 느낌이 다르거든요. 자신의 상상 이상의 작품이 있기도 하고. 쌓아간다는 태도가 너무 좋아서 선영님의 연기 스펙트럼이 기대됐어요.

 

#따뜻하고 #훈훈한 #안전제일 #타격감

타격감에서는 예술가가 빠질 수 없다. 예술가는 스스로 작품에 대해, 자신에 대해 자유롭게 말을 꺼내고 다른 사람들도 눈치 보지 않고 소소한 질문과 응원을 날린다. 날카로운 눈으로 작품을 파헤치고 평가하려는 시도는 구태여 하지 않아도 좋다. 혹독한 비평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곳에서 만큼은 사회의 날선 눈빛과 평가쯤 없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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