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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살롱 A 테이블의 기록 ✍최서윤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9. 14.

미니살롱 A 테이블의 기록

 

✍최서윤

서울청년예술인회의의 활동을 주변 동료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고민에서 신규 프로그램 기획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여러 차례 논의 결과, 적합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미니살롱이 제시됐다. 서울청년예술인회의가 살롱의 주최자가 되어 청년예술인들, 혹은 적극적인 문화향유자들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이다. 뜨거운 동시대의 이슈부터 시시콜콜한 수다까지, 청년예술인과 적극적인 문화향유자들이 모여 자유로이 이야기 나누고 연결되기를 의도한 것이다.

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운영하기에 앞서 우선 내부자들을 상대로 시범운영을 해보기로 의견이 모였다. AB로 그룹을 나눠 다르게 운영하며 일종의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A그룹은 진행자가 미리 정한 주제를 공지하고 이에 대해 현장에서 참석자들과 얘기 나누는 방식, B그룹은 그 날 참석한 사람들이 각각 주제를 제안한 뒤 임의로 선정하여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실험의 날은 많은 구성원들이 모이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 8월 총회일로 정해졌다.

8월 총회에서 미니살롱 A그룹이 나눈 이야기는 창작자로서 동시대 사회 이슈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함께 논의해보기로 진행자가 꼽은 동시대적 사건은 장애인 이동권 시위, Y대 청소노동자 고소, 윌스미스 아카데미 시상식 폭력 사건이다. 진행을 맡은 이는 이강호, 진행보조 및 기록을 맡은 이 최서윤, 그리고 참여자는 김정엽, 박세은, 옥민아, 우희서, 윤동주로 모두 서울청년예술인회의의 구성원들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자의 몸 상태, 마음 상태를 점수로 체크한 뒤(10점 만점) 그 이유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정엽은 오는 길에 장애인 시위로 인해 지하철 안에서 한 시간 반 갇혔다5점을 부과하며 피곤한 몸 상태를 표현했는데, 이는 준비된 이야기 소재 중 중 하나인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자연스레 연결됐다.

김정엽은 처음에 목격했을 때는 얼마나 힘들고 답답하면 그럴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피해를 겪으니까 답답했고,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지만, 이 또한 책임 안에서의 자유여야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게 정말 자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옥민아는 내가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최후의 수단이고 선택이 집회일 때 (집회하는 입장에서는) 피해를 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만 피해가 발생할 때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회로 인해 늦더라도 각자 속한 곳에서 패널티를 받지 않게끔 하는 안전장치 말이다라는 의견을 밝혔고, 이강호는 “‘장애인이 시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이 연착되고 있다고 연착의 이유를 설명하면 분노의 대상이 시위하는 사람이 된다. 이로써 본질적인 문제의 구조를 가리는 것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우희서는 그 분들도 여러 시위 방법이 있을 텐데 이것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불편을 겪는 시민들은 목소리 낼 때 불편하니까 빨리 집회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줘라는 방향으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는 데에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윤동주도 장애인 이동권 시위는 일종의 거대한 미러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장애인들이 이동하지 못하는 불편을 시민들도 경험하게 만드는, 장애인의 불편을 미러링하는 것이라며, 이런 핵심이 전달되는 데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다음은 임금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집회 중인 청소노동자들을 Y대학교 재학생 3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 vs 청소노동자의 프레임을 가지고 보는 게 온당한가? 학교 vs 청소노동자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학교가 실제로 청소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고, “Y, S대 같이 서울권 유명 대학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주목받았을까? 엘리트의 학습권에 대한 인식을 사회에서도, 학생들도 가지고 있고 많은 이가 동의한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집회와 성명도 있었는데 주목을 덜 받았다는 꼬집음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발언에 대해 참여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

마지막으로 꺼내진 화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배우 윌 스미스가 아내에 대해 공개적으로 조롱한 진행자 크리스 록에게 주먹을 휘두른 일이었다. 그가 생방송 중 무대로 올라가 폭력을 가하고 그 뒤로도 욕설을 퍼부은 장면은 그대로 송출됐고, 이것을 본 이강호는 처음에는 윌 스미스의 폭력을 보고 멋있다, 남자다라고 느꼈다가 하루가 지나고서야 이게 아니구나, 느꼈다. 나도 유교 가부장제에 찌들었다는 자아성찰과 반성을 했다고 고백하며 함께 이야기 하고 싶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윤동주는 해외에서는 윌 스미스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지배적인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칭찬 받는 게 이상했다. 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이 극명하게 다를까? 한국인들의 폭력감수성이 덜 한 걸까? 사이다와 참교육을 좋아하는 한국의 최근 경향성을 드러내는 일일까?”라고 의문을 표했고, 우희서는 사건에 거리감이 느껴져서 더 괜찮게 받아들인 것 같다. 미국영화의 등장인물이 그렇게 하니까 너무 영화 같고 뭔가 괜찮은 것 같았다. 그 뒤 그가 수상하며 무대에 올랐는데 거의 가족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다른 감상이 들지 않았을까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박세은은 언어폭력도 폭력이다. 공공의 장소에서 윌 스미스 아내의 탈모 사실을 조롱하며 전 세계에 알린 크리스 록의 폭력도 경시해서는 안 된다. 그 문제를 인지한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가부장제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이해하며 옹호한 측면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옥민아는 앞선 세 가지 화두를 관통하는 질문이 공공의 공간에서 나의 주장을 어떻게 관철할 수 있을까?’라고 본다. 윌스미스도 사석에서 그랬다면 지금만큼의 반향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제를 환기했고 이강호는 결국 이런 동시대 이슈가 우리의 창작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반겼다.

동시대 사건에 영감 받고 창작을 한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정엽은 동시대 사건을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자신의 일에 대해 소개했다. 최서윤은 윌스미스 사건이 자신이 작년에 펴낸 책자 <일요개그연구회>와 닿아있음을 설명했다. 우희서는 예술인 증명제도의 허점을 밝히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차려 참가자들에게 계약서를 보내는 퍼포먼스· 전시를 하며 동시대의 예술인과 교류한 자신의 사례를 말했고, 옥민아는 몇 년 전 청년예술가들을 인터뷰한 사례를 공유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급하게 마무리 하던 중 주어진 시간이 끝나버렸다. 다음 살롱에는 시간 배분 및 활용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깨달음을 남기며 실험은 종료됐다. 9월부터는 서울청년예술인회의 참여자가 아닌 이들을 초대하며 살롱을 진행할 것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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