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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포스트예술대학 ③|이대로 망할 수는 없다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1. 7. 28.

이대로 망할 수는 없다

 

포스트예술대학 참여자 김나예

 

들어가며

리는 딱히 대단한 기대를 갖고 예술 대학에 들어오지 않았다. 엄청나게 새로운 것을 배운다거나 하기에는 교수님의 나이가 너무 지긋해 보였다. 내가 가진 문제들은 ‘대학에만 들어오면~’이라 말하기는 너무나 큰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들어왔다. 당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활동하며 내가 예술로서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했다. 부족하고 막막했기에. 불안했기에 남들 다 하는 입시를 했고 남들처럼 대학교에 왔다. 그런데 어쩐지 우리는 대학에 오고서 더 불안해져 갔다.

기준을 알 수 없는 평가, 학점을 받는 입장과 주는 입장으로 나뉘는 수직적인 위계 관계, 교류없이 폐쇄적인 구조, 악순환. 20대 초반을 다 보내고 덜컥 졸업한 나를 상상했다. 이대로 망할 수는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한다. 답답함을 안고 여러 장르의 예술 대학생에게 물었다. 너희 과에 무슨 문제가 있니?

 

<교수 복제인간 18호 - 문학창작과 인터뷰>

Q. 예술 대학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재학했고, 대학 입시 준비 자체도 굉장히 늦게 시작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을 접할 기회도 적었으며, 10대 내내 혼자 글을 쓰며 보내왔다. 배움에 있어서 막막한 부분이 많기도 했다. 특히 보완할 점에 대해 타인과 이야기해보고 싶었지만 확실히 관련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완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같은 전공적 지식을 쌓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과 창작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에 대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Q. 문창과의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이에 대한 생각은?

합평 식으로 진행된다. 과제 식으로 몇 주간 교수님과의 피드백을 거치고 만들어진 창작물을 최종 평 느낌으로 학기 말에 진행된다. 해당 학생이 창작물에 관한 발표를 마친 후 이에 관련한 질문이 있거나 크리틱을 1대 다수 형식으로 진행된다. 솔직히 예술 대학 진학의 이유가 합평에 있었던 것 만큼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합평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진행 중 지켜야 하는 룰 조차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합평을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학생들의 태도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말을 하지 않거나, 합평도 결국 점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발언을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의 의견이 다수였다. 좋은 의견을 준 학우도 있지만, 생산적이고 창작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신의 점수를 위해 무조건 남을 깎아내리려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했을 때도 자신의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피드백을 피드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도 존재했다.

 

Q. 강의가 진행되는 커리큘럼에 대한 생각은?

합평은 창작물을 다루는 예술 대학에 있어서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며 없어서는 안 된다. 창작물을 만들고 합평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이론에 대해 너무 간단한 정보전달일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합평 시 진행되는 로테이션뿐만 아니라 상대를 크리틱 할 때의 상황도 사전설명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그 부분의 더 나은 방향성이 있을 때 공격이 아닌 생산적인 피드백이 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의견이 명확하며 의견에 대한 타당성이 있고, 이런 식으로 보완되면 더 좋지 않을까. 이렇게 제안이 있는 크리틱 형식을 갖고 합평을 진행한다는 사전설명이 보충되면 더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창작물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커리큘럼의 이론에 있어서도 간단한 정보전달일 때가 많다고 했지만, 피드백과 평가도 마찬가지다. 먼저 창작물로서의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가끔 교수님이 클라이언트인 외주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내가 돈을 내는. 피드백을 받을 때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이 부분을 빼는 것이 좋겠다. 이유를 묻는다면 이게 전반적인 완성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신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가 가장 큰데,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전반적인 완성과 나의 완성이 다르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빼라는 부분을 쓰려고 그 부분을 위해 기승전결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이것을 빼면 중심이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데 본인이 상상하는 완성물을 떠올리며 빼라고만 한다. 이것은 취향이 짙게 가미되어있다. 이게 내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는가라고 생각했을 때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평가로 이루어진 상하관계가 아주 명확한 상황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입이 아닌 개인이 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의견을 덧붙이고 방향성에 대한 이유를 설명받을 필요가 있다.

 

Q. 문창과의 진로설정과 한계점이 있다면?

진로설정에 대해서는 굉장히 한정적인 편이다. 최종목적이 등단에 있으며 이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단을 꿈꾸면서 문창과에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문창과에 들어온 모두가 등단하지 않는다. 심지어 등단에 필요한 시간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적으로 10년 정도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마다 개개인의 상황이 있다. 그 학생들은 모두 개인의 생활을 영위해야 하며 현실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이렇기 때문에 등단을 하는 학생은 그 과에 한 두명 정도이며 매우 소수를 차지한다. 그럼 나머지 학생은 어떻게 되는가를 분명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도 개인적인 이유로 등단이 아닌 취직이 필요했다.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입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문학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출판사를 지망했다. 하지만 출판사 자체가 굉장히 폐쇄적으로 운영되기도 하며 공고도 나지 않기 때문에 소위 아는 사람을 통해 들어가는 것 만이 가능했다. 교수님께 말씀드려본 적이 있다. 등단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나는 결국 개인적으로 취업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취업준비를 위해 한 학기 남은 학교를 휴학했다. 휴학기간 동안 관련 자격증을 준비했고 결론적으로 취업에 성공하긴 했다. 문학과 관련되어 있으며 출퇴근하는 직종에 있다. 취업을 위해 휴학한다는 말도 굉장히 아이러니하지만, 졸업한 동기들은 등단만을 준비하다가 아무것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업을 맞기도 했다. 이점이 오히려 진로설계의 한계를 설정하고 관련 직종에서 일하기 힘든 구조를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등단 작가 이외에는 존재를 지우고 실패자로 취급하며 당사자조차 말하기 힘든 구조를 만들며 이는 대게 악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수자의 소수자 – 게임창작과 인터뷰>

Q. 예술 대학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디자인 계열의 특성화 고등학교 다니며 관련된 자격증을 하나씩 따며 취미로는 음악을 만드는 것을 즐겼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서 음악 입시를 준비하였으나 게임을 하는 것도 즐기고 있었기에 스스로 게임을 기획해보고, 그 기획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입시학원 다니며 익힌 내용이지만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전문적으로 배워보지 않았기에 게임전공에 들어가 게임을 만드는 데에 대한 전공지식을 얻고 싶었다. 음악과 디자인을 어느 정도 전공하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견문을 넓혔기 때문에 이를 게임과 접목해 작업해보고 싶어 게임과로 진학을 최종결정하였다.

 

Q. 게임과의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이에 대한 생각은?

과목마다 다른데, 일방적으로 교수님께서 평가를 내리시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우들의 평가와 교수님의 평가를 종합하여 피드백을 제공하는 크리틱을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문적인 교수님의 시각으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고, 학우들의 의견으로 일반인이 느낄 감정과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던 기획 의도가 명확히 느껴지는지 판단할 수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수님 한 사람의 의견이라면 자신이 생각해볼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지만, 학우들이 제공하는 피드백 또한 참고해야 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이상적인 부분이며 결론적으로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는 교수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Q. 크리틱 형식의 피드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부 학우들은 작품에 대한 발표를 세세히 듣지 않고 단순히 학점만을 위해 아무 말이나 써놓는 경우가 존재한다. 발표에서 저술한 내용을 그대로 질문한다거나, “복잡해서 단조로울 것 같다”는 등의 모호한 피드백이 도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학우들의 모든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또 반대로 크리틱 시간이 학점에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에 피드백을 공격으로 받아들여 피드백 자체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답변을 할 때도 있다. 이로 인해 개선점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질의응답 시간을 부여하여 의문점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평가가 가능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학우들의 크리틱 이후 교수님의 평가가 이어지는데, 학우들에게서 나온 의견을 종합하여 반복하여 강조되는 부분과 교수님이 주시는 평가가 겹치는 경우 이 부분에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는 이 부분이 확실히 강조할 만한 포인트가 되겠다는 판단을 한다. 사실 이마저도 피드백 양이 아주 적어서 아쉽다. 현재 대다수의 교수님들이 현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바쁘셔서 그런지 피드백에 대한 부분이 오가거나 연락이 쉽지 않다.

 

Q. 창작물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선 평가의 우선은 완성도로 채점된다. 종강일에는 과제전을 하면서 타 학우들 작품도 같이 보며 총평을 하기 때문에 평가에 대해서는 납득을 하는 편이다. 학점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면 메일을 보내는데 교수님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답변을 해주신다. 교수님이 봤을 때 아쉬운 점이나 보완점을 세세히 적어서 보내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정정 기간에 아예 메일을 보지 않는 교수님들도 계신다.

 

Q. 게임과의 진로설정과 한계점이 있다면?

학교 특성상 취직에 목적성을 띄고 있다. 최종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취업하거나, 스스로의 게임을 만드는 인디 개발자가 되는 것으로 게임과의 진로를 크게 나눌 수 있다. 나의 경우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기보단 대중에게 인기를 끌 수 있고 즐기면서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고, 그러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는 대형 게임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신이 지향하는 방법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인디 개발자로 시작하는 것을 학교 목적이 학문보다는 취직인지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더러 있다. 아무래도 안정적이지 못한 탓도 있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인디 개발자를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5만원짜리 예술 - 만화게임영상과 인터뷰>

Q. 예술 대학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나 생각했을 때 시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내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행위라 딱히 그림 이외에 다른 것을 하는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익숙하고 좋아하는 일이며 또래보다 잘하는 일이기도 했기에 자연스레 진로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미술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여느 남들과 같이 미대 입시 준비를 했고, 대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Q. 커리큘럼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1학년에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법과 기초 드로잉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전반적으로 기초적인 내용을 세세히 알려주는 편이다. 하지만 학과 특성상 만화, 게임, 영상 세 가지를 모두 배우고 3학년 때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형식이라 정말 기초적인 부분만 배워 얕게 알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이후 전공 관련 메인 수업은 주제에 대한 자율성이 굉장히 큰 편이다. 대체로 장르만 크게 정해주고, 세부적인 내용들을 학생 개개인이 정해오면 매주 컨펌하여 완성하는 식이다.

 

Q.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이에 대한 생각은?

온라인 강의 특성상 카페나 밴드가 활용되며 댓글로 피드백을 받는 형식이다. 그렇기에 피드백이 일방적인 성향이 강하다. 피드백 자체도 ‘~할것'으로 수직적인 느낌이 강하고 주제 자체에서는 자율성을 주지만,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며 피드백이 오갈수록 방향성을 아예 정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정해지는 방향성에는 물론 교수 개인적인 취향이 짙게 개입되어 있다. 그리고 이마저 피드백이 아예 없는 주도 있다. ‘이대로 진행' 다섯 글자 적혀있는 게 대부분이기도 하다. 피드백이 자세하지 않고 이게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Q. 창작물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코로나 이후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학교 내부에서는 전면 절대평가로 변경되었다. 점수라도 잘 주겠다는 의도인데 이 때문에 과제 퀄리티는 둘째치고 출결을 메인으로 성적이 나뉜다. 앞서 말한 피드백 문제점에 이어서 최종제출 이후에는 또 피드백이 아닌 바로 성적으로 받는 편이다. 최종제출에 대한 평가도 받을 수 없었으니 성적 산출 기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내 생각으로는 이 문제가 예대 내 교수가 부족한 문제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한 학년에 40명이고 과 전체 학생 수가 160명인데 교수가 5명이다. 한 교수 당 여러 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는 듣고 싶은 수업을 듣기 힘들뿐더러 피드백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이유가 된다고도 생각한다.

 

Q. 예대 내 교수 부족으로 인한 다른 문제가 있다면?

교수 부족 문제로 인해 노동력이 모자라는지 아니면 교수 개인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 노동력을 너무 공짜로 쓰려고 한다. 교내 전시를 위해 공모전을 시행했는데, 사실 공모전이라는 이름 하에 공모전 참여 여부는 강제였다. 그리고 뽑힌 작품을 의사도 묻지 않고 출력해 사용한다거나 1년이 지난 지금도 걸려있는 작품도 있다. 전시작은 상금으로 인당 5만원 문화상품권을 주었고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방문하지 못한 학생은 그마저도 받지 못했다. 또, 학교 마스코트 공모전이 열린 적이 있는데 이때도 당선되었다는 상장이나 상금보다 먼저 마스코트 파일을 넘겨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Q. 진로설정과 한계점이 있다면?

내년이면 졸업작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입학 후 아직까지 상담을 못 했다. 학교를 전면 폐쇄하는 게 원칙이고 수업도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진로에 대해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다. 간간이 졸업하고 무엇을 할건지 물어보는 교수님들이 계셨는데 진로상담이라기보다는 예술계가 어렵다는 신세한탄으로 끝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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