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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말한다

[말한다] 포스트예술대학 ①|그 많던 예술전공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1. 7. 28.

그 많던 예술전공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포스트예술대학 참여자 박세린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이 되니 학부시절에 갔던 합숙캠프가 떠올랐다. 우리는 여름방학마다 캠프에 참여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빽빽하게 짜여진 일정대로 학과의 큰 행사인 정기연주회를 준비했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연습 강당에서 수십명의 학생들이 하나의 목표로 일사불란하게 호흡을 맞추며 집중하던 후끈한 열기가 생각난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나와 함께 공연연습에 열중하던 학생들은 다 무얼 하고 살고 있을 지문득 궁금해졌다.

요즘 누가 전공 따라 취업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¹⁾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취직하는 전공과 직업간 '미스매치'가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은 대학 전공에 대한 정원 규제로 학생들이 진로 탐색보다 성적에 맞춰 급하게 학과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다른 학생들보다 비교적 진로를 빨리 정한 예술 전공생 들은 어떨까?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일찍부터 본인의 진로를 선택한다. 예술계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기 위해서 적게는 10살 전후의 어린 나이 때부터 전문적인 레슨을 받으며 예술중∙고등학교의 입시 준비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예술 전공생들은 10여년간 한 우물만 파다가 대학교를 졸업한다. 졸업 이후에는 학과에서 10명도 채 안되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전업 예술인으로 살아가거나 문화예술과 관련된 진로를 준비한다. 아니면 문화예술 바닥을 떠나 전혀 다른 진로로 결정하기도 한다.

예술 전공생의 인력 낭비가 아닐까?

앞서 KDI의 보고서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에서 2명 중 1명은 전공과 직업이 불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술분야에서는 그 수치보다 높게 학과생의 절반 이상이 전공과 상관없이 진로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부분이 퍽 아쉬웠다. 왜냐하면 문화예술 분야가 오랜 시간 전공을 공부했던 고급 인력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예술 대학교 졸업생의 관점에서 예술 대학교 및 예술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재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 대학교 졸업생(공연 및 시각예술 전공) 4명을 선정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학과 동기 중에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비중은?

# 그 많던 예술전공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졸업생 중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동기는 진짜 적어요. 2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공연 관련 분야에서 20%쯤 활동을 하고 있어요.”

“연주자와 기획자 쪽으로 일하는 동기들 다 합치면 20% 입니다.”

“현재 연극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기들은 절반 정도예요. 그리고 전업 배우로 활동하는 동기는 25% 정도. 배우 이외에 연극 강사나 연출, 기획 쪽은 25% 정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예술대학교 졸업 후에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낮은 돈벌이 #불확실한 미래

“가장 큰 이유는 돈벌이가 안되는 거죠. 예술대 등록금이 진짜 비싸잖아요. 또 등록금만 내는 게 아니라 계속 레슨도 받고… 부가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문화예술 분야에서 계속해서 일하려면 등록금 투자 대비 졸업 후에 소득이 너무 낮아요. 직업으로써 전망 가능성도 낮은 편이고 수요가 없는 장르일수록 더 힘들어요. 그래서 다른 분야로 전환하려는 동기들은 석사를 다른 과로 진학을 많이 했어요.”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본인의 재능이 뛰어나도 쉽게 무대에 서거나 출품을 하여 데뷔할 수 있는 자리는 매우 한정적이에요. 이러한 점이 금전, 경제적 타격으로 직결되니까요. 그래서 대부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예술분야를 벗어나 타분야를 도전하는 거죠. 더군다나 예술대에서 별도의 진로교육이 없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인 준비과정이 없다면 타대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동일 선상에서 출발할 수 없어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전망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요. 전업 예술인으로 성장하려면 석박사나 유학도 다녀오고 그러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그 과정을 다 거쳐도 미래가 불확실하죠. 그래서 선뜻 전업 예술인으로 계속 나아가기가 힘들어요.”

“제일 큰 이유는 돈이 안되니까요. 현재 예술활동을 지속하는 동기들도 오로지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도 겸업하면서 하거든요.”

 

Q. 예술 대학교 커리큘럼이 졸업 후 예술 현장에서 도움이 되었는가?

#실기 위주의 교육과정 #현장과 맞닿아 있는 커리큘럼 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 대학교  커리큘럼은 대체로 만족했어요. 제가 예술계 특목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학교에서 했던 실내악이나 합주, 편곡 등 이러한 실기과목이 현장에서 많이 도움이 됐어요. 반대로 예술계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부분을 대학교에서도 배우니 불만인 동기들도 좀 있었죠. 대체적으로 커리큘럼이 도제식 교육이긴 했지만… 장르 특성상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괜찮았어요. 아쉬운 점은 창작이나 기획 관련 쪽이에요. 현장에 나가면 기획서 작성할 일이나 곡 작업 등의 창작 쪽 역량이 필요한 데 교육과정에는 없거든요. 덧붙여 말하면 학년이 올라갈 수록 커리큘럼이 반복되는 느낌이 많았고 석사 과정 또한 교육내용이 거의 동일해서 아쉬웠어요.”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부 현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음악 활동이나 예술활동을 하기위한 시창청음, 합주와 같은 기본 소양의 교육은 유의미해요. 그리고 이론적인 교육 역시 예술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경우 그 모티브가 될 수 있으니까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예술가, 연주자가 아닌 유관직종(예술 경영, 예술 행정, 큐레이터 등)의 경우 현재 예술대의 커리큘럼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문화 평론이나 예술경영수업은 교양과목으로만 수강이 가능했는데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듣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기관을 찾거나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교수역량에 따라 커리큘럼이 달라지는데, 제 학부시절에는 전업 작가 교수님이 많이 계셔서 작가 위주의 교육 과정이어서 대체로 만족했어요. 나중에 작업과정에는 도움이 됐었거든요. 하지만 도제식 교육의 한계와 트렌디하지 않은 내용이 좀 아쉬웠어요. 트렌드에 맞게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내용을 배우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 지망생이 아닌 학생에게는 한정적인 커리큘럼이었어요. 제가 졸업한 이후에는 취업률로 대학평가를 하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교수진이 바뀌면서 취업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2~3개씩 하면서 겉핥기식의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너무 취직 위주의 커리큘럼도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작 실습 수업이나 조명, 음향까지 배웠던 경험이 현장에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제가 배운 시스템대로 공연 현장에서도 똑같이 활용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할 때 아예 무지한 상태가 아니어서 어느정도 수월했어요. 대학로에서 하는 공연 제작의 전통 방식을 배웠거든요. 그러다 보니 커리큘럼이 늘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계가 있죠. 그리고 교육 과정에 있어서 위계질서 있고 정형적인 것은 좋지 않았어요.”

 

Q. 예술 대학에서 진로교육을 하였는가?

#예술인의 사회 진입

“딱히 없었어요. 교수님과 면담을 한 적은 있지만 같은 전공의 석사 진학을 권유하셨어요. 연주자 이외에 다른 진로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지 않았어요. 교내에서는 정보가 부족했고 사실 몰라서 못한 게 많아요. 오히려 졸업 후에 문화예술 교육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통해 진로교육이나 정보를 알 수 있었고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예술인으로 현장에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거기에서 지원사업 정보나 기획서 작성을 어떻게 하는지 등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예술대학교 교육과정에서 진로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진예술인이 되려면 필요한 정보가 있고 유관직종으로 가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니까요.”

“예술대에서는 연주자 이외의 길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졸업이 가까워지는 3학년 말, 4학년에 많은 예술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방황기를 겪어요. 예중-예고-예대에서 '연주자 양성'이라는 일관된 목표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연주자를 하지 않겠다고 진로를 결정했을 때 전공을 살리면서도 유관 예술분야, 혹은 타분야로 취업을 도전하기가 쉽지 않아요. 학교에서는 연주자가 아닌 다른 진로교육을 통해 연주자가 아닌 양질의 예술사업분야의 인재양성에도 힘써야 해요. 모든 예술대 학생들이 연주자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다닐 때는 진로교육을 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육과정 자체가 취업 위주의 분위기로 바뀌었으니까요.”

“네. 대학교 졸업하기 전 4학년 때부터 교수님이 연극계 배우 외의 진로를 알려줬어요. 다양한 직종을 알려준 건 아니고 연극 관련 스태프 쪽으로 알려주셨죠. 요즘은 연극 분야와 관련해서 교육이나 다른 쪽도 알려준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정식 커리큘럼에는 없었으나 교수 재량으로 카메라 연기 수업도 있었어요. 이렇게 다양한 진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교수님과 소통이 원활했기 때문이에요. 정식으로 수업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교수님이 정보를 알려준 거죠. 하나 아쉬운 거는 지원사업 구조를 배운 적이 없고 기획서 쓰는 법을 배우지 않았던 거 에요. 실제 현장에서 보면 꼭 필요한 부분이고 예술인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라서 이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네 명의 예술대 졸업생의 이야기가 주는 시사점

앞서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 전공생의 낮은 비중 및 문제점과 예술 대학교 커리큘럼의 현장성 및 진료교육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예술 대학생의 장르가 서로 다른 데도 불구하고 예술 전공생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 공통적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을 해야 하며 예술 대학교 커리큘럼의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예술 대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화예술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탐색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 예술 대학교에서는 전통적인 예술인 양성 위주의 교육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예술 전공자들이 예술대학교에서 제시하는 한 가지의 길을 갈 수는 없다. 문화예술분야는 순수 창작활동의 영역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둘러싼 예술경영, 예술정책, 문화예술 교육, 문화도시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따라서 예술전공생으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 예술의 영역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인터뷰 내용 중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 전공생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연극 분야에서만 비공식적으로나마 교수님을 통해 진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예술 전공생의 인력을 다른 곳에서 낭비하지 않도록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관련 직업의 취∙창업 정보 및 교육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둘째, 예술 대학교 커리큘럼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교육 내용을 담아야 한다. 기존의 커리큘럼은 장르와 상관없이 대체적으로 오랜 시간 도제식 교육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각 전공별로 학년이 올라갈 수록 실기 수업의 내용이 심화가 될 뿐 큰 차별성이 있지 않다. 인터뷰 결과에도 나와 있듯이, 학생들은 기존의 커리큘럼 및 도제식 교육을 어느정도 수용했으나 현장에서 요구하는 트렌디한 교육 내용이 누락되어 있는 점을 아쉬워하였다. 따라서 예술 대학교는 커리큘럼과 현장의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해 단순히 기량을 연마하는 실기 수업에서 나아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교육 내용으로 보완하여 보다 능동적인 커리큘럼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우리는 우물 밖으로 나오는 방법을 몰랐다.

예술 전공생들이 대학교 졸업에 가까워지면 느끼는 감정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그 당시 누구는 일종의 번아웃이 찾아왔다고 하였고 누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혼란스러워 본인을 자책하였다.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연주자로, 배우로, 작가로 가는 길만 걷다가 갑자기 어딘가로 내쳐진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감정을 느꼈던 이유는 예술 전공생들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예술 대학교 커리큘럼 안에서 사회진입시기에 있는 예술인에게 현장과 맞닿아 있는 교육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며 또한 문화예술 분야의 진로 관련 정보 및 교육 지원의 부족에서 기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본 글은 인터뷰 대상의 규모가 한정적이지만 예술 대학교 졸업생의 관점에서 커리큘럼의 문제점을 살펴본 데에 있어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예술 대학교가 문화예술 현장 내 다양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1) 한요셉(2020),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KDI FOCUS, 통권 제99호,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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