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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외부자료)/아카이브 리뷰

[리뷰] 청년예술인과 지역이라는 생태계 만들기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0. 11. 30.

[리뷰] 청년예술인과 지역이라는 생태계 만들기

 

권수빈(문화연구자/ksubinn@hanmil.net)

 

이번에는 서울을 제외한 광역 단위 지역문화재단의 청년문화예술인 지원사업을 살펴봤다. 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라고 판단되는 경기, 인천, 부산, 제주, 대전, 대구, 광주, 울산 8곳을 구체적인 자료수집 대상으로 했다. 범위의 한계 상, 이들 재단 사업 중에서도 2020년도에 신설, 계속 운영 중인 사업 내용만을 검토했다. 지역의 문화재단들은 각각 자신이 위치하는 지역적 조건을 반영하면서 사업을 운영해왔고 나는 이 사업들을 창작지원형, 생태계지원형, 프로젝트형, 일자리창출형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청년예술인에 대한 지원은 기본적인 창작, 제작에 대한 지원형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자리창출형, 지역과 연계된 프로젝트형, 생태계 지원형으로 소수 지원사업이 운영 중이다. 아래 표는 유형에 부합하는 사례 중 몇 가지 2020년 지원사업만을 제시한 것이다.

리뷰 전에 광역 단위 지자체 청년문화예술() 관련 정책사업 운영 배경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들 지역 중 부산과 제주는 청년문화예술에 관한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적극적으로 제정하고 관련 사업을 운영해온 지역이다. 부산은 2013년에 <부산광역시 청년문화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후 2017<부산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하면서 지원 조례를 폐지하고 청년문화예술에 관한 정의 및 내용을 기본 조례에 포함한 이력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부산문화재단은 2020년 이전에도 청년문화육성지원의 이름으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해오고 있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범위의 한계 상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 청년문화포럼, 청년예술가해외진출 등의 사업을 함께 운영중이다. 한편 제주는 2018<제주특별자치도 청년 문화예술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광역 지자체 차원에서 유일하게 청년문화와 관련된 지원 조례를 시행 중인 지역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로 청년문화예술인의 문화에 대한 육성, 역량 강화, 활성화, 발전 등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청년문화예술 활성화를 일자리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주도적이라 한계가 있지만, 부산과 제주를 중심으로 볼 때 지역 주도로 청년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정의해 지원하기 위한 흐름이 이루어져 왔음에는 틀림없다. 이번 리뷰를 통해 내가 중요하게 보고자 하는 점은 그동안의 흐름 속에서 지역이 청년예술인에게 요구해온 역할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관점이 청년예술인이 당면한 위기가 일자리라는데 국한되어 있고, 활기찬 도시 재생을 위해 청년문화예술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표면적으로도 또 암묵적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또한 새롭게 주목할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역문화재단의 몇몇 지원사업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제는 이를 기반 삼아 지역을 청년예술인이 다양하게 살아가고 활동하는 장으로 새로이 발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을 살리는 청년예술가, 혹은 도구화되는 청년예술가

지난 아카이브 리뷰에서 다룬 서울과 국가 주도 청년예술인 정책사업과 거칠게 비교해 볼 때 주된 차이는 지역문화재단들이 청년예술인에게 지역을 기반으로하는 작가일 것을 요청하거나 지역에 남거나혹은 지역과 함께 하라는 조건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지역에 기반했거나 앞으로 활동할 것을 요구하는 정도는 매우 다양했다. 재단들은 지원을 위한 기본 조건으로 주소지나 출신지가 (공고일 기준으로) 해당 지역이거나, 지역 기반 대학을 졸업한 경우, 혹은 2년 이내 지역에서 활동한 근거를 증빙하는 것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 목표 자체가 지역과 청년예술인의 연결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부산문화재단의 원도심 빈집활용 청년마을놀이터 조성사업은 청년예술인에게 지역을 위한 특정 역할을 요청한다. 청년예술인을 도시재생과 결합하는 이 사업은 도심 속 유휴 공간을 발굴하고, 이를 청년예술인에게 창작공간으로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즉 청년예술가에게는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주민에게는 문화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창작공간을 지원받는 청년예술가단체는 상생협력, 공유공간,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부산은 청년예술가들이 지향해야 할 상생협력, 공유공간, 사회적 가치라는 키워드를 각각 시민과 예술가, 예술가와 예술가 등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 및 프로젝트 운영(상생협력), 시민과의 소통 및 커뮤니티 공간 활용과 입주예술가 간 공유오피스로 활용(공유공간), 사회적 가치실현을 위한 단체별 자율 프로젝트 실행(사회적 가치)로 정의한다. 따라서 재단은 청년예술인들이 어떤 예술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혹은 활동 계획이 구체적인가 뿐만 아니라, 제공 받는 공간을 지역민과의 소통 공간으로서 활용할 계획이 있는지, 관련 예술 분야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점치기도 한다.

청년예술가들이 지역주민과 함께함으로써 지역이라는 공간을 달리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예술가 사이에 상호연결점을 만드는 일은 물론 중요하고 의미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보다 노골적일 때, 그들에 대한 지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예술인들은 일종의 도구가 되어버린다. 특히 지역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의 폭이 좁은 경우, 청년예술인들은 자신의 활동이 도구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작은 지원이라도 받기 위해 해당 사업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대구문화재단의 청년예술인 역량강화지원사업지역 청년예술인의 공공일자리 창출로 고용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양질의 일 경험 제공을 통해 직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목적을 갖는다. 예술교육, 사진, 시각디자인, 시각예술(팝아트, 회화, 미디어, 조각, 설치), 공연 분야의 예술 관련 학과 졸업생이나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여 예술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고 내세운 목표와 달리 단지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재단이 지시한 내용만을 수행해야 한다.그들이 활동할 내용들은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 실질적으로 벽화를 제작하고 체험형 전시를 운영하는 것이다. 공연 분야의 예술가에겐 지하철역과 범어스트리트 등에서 21조로 20분에 1팀씩 10분 연주할 것을 요구한다.

청년예술인들이 도대체 이 사업을 통해 어떤 창작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어떻게 그들에 대한 고용의 안정화나 역량 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일까?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지역을 되살리기 위한 도구로써만 쓰이는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예술인에게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줬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과연 청년예술인들이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예술활동을 다채롭게 해보겠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의 ‘삶’과 새로운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일

광주문화재단의 돛단배 프로젝트는 문화예술 관련 창작, 제작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인건비, 제작비, 재료비, 상품개발비, 홍보비 등의 사업 추진 경비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활발한 창작활동과 문화예술적인 삶을 영위하며 살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의 지원 내용이나 범위는 기존의 창작지원형들과 다르지 않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적만큼 다양하게 그들의 예술인으로서의 삶의 환경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광주문화재단이 사용한 생태계라는 단어는 청년예술인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의 조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볼 수 있다. 창작지원형 사업이 그들의 활동에 어느 정도 지속성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지역문화재단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보다 고려해야 할 것은 청년예술인들의 다양한 영역과 위치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가, 그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가, 그래서 지역에 기반할 것이라는 요구가 제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회로 삼을 수 있게 하는가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거칠지만 지역문화재단의 사업들을 창작지원형, 일자리창출형, 프로젝트형, 생태계지원형으로 구분해보고자 한 것이다. 창작지원 한편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프로젝트성 사업과는 별개로, 그들이 지역을 예술 활동과 삶의 기반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마련하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인천문화재단은 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를 만들고 나알람, 인천문화살롱, 항해일지, 인천청년 별별학교, 한달 레지던시, 어쩌면 기획일지 몰라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중 항해일지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 기획자, 예술 활동가의 출판 기록물을 아카이빙하는 사업이다. ‘인천문화살롱은 예술인이 지역에 머물며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과 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활동기구, 법조인 등의 청년예술인의 삶을 지속하는 방법들을 고민할 수 있도록 관련된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로 비추어볼 때, 청년예술인에게 새로운 예술창작이나 지역에 대한 문화 기획을 요청하고 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청년예술인으로서 경험하는 부침들, 즉 경험과 고민들을 나눌 시간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드는 것이다. 청년예술인의 가장 큰 고민과 해결이 작품을 만드는 일과 그것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일이라 보고 여기에만 국한되거나 치중된 사업만이 닮은 꼴로 쏟아내는 것보다 지역에서 항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역문화재단의 일이 되어야 한다.

이번 리뷰를 통해 소개하는 청년예술인들에 지역에서 순항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방법은 경기문화재단의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은 창작, 제작에 대한 비용 지원이 아니라 현재 하고 있는 창작 활동을 기반으로 앞으로 미래에 어떻게 예술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예술인의 자질과 역량을 향상시켜 개인 예술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장려금의 성격을 가진다. 예술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장려금이므로, 근로소득과는 별개의 개념이며 공공예술사업과 파견지원사업, 임차료 지원 등과 중복지원이 가능하다. 물론 자신의 예술활동에 대한 기획, 이행, 증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한계점을 내포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의미 있다. 이 사업이 이행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자립준비금이 경제적인 것을 벗어나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예술인의 홀로 섬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청년예술인들이 지역이라는 생태계를 살도록 하는 다른 하나의 방법은 활동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청년문화매개 특성화사업사업의 두드러진 성격은 창작에 대한 지원의 다양화다. 제주도에 거주한 지 2년 이상이 된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무용, 음악, 연극, 전통), 다원예술, 기획 분야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세부적으로 지원과 기획으로 분류해 운영된다. 지원에는 청년예술처음발표지원, 청년유망예술가육성지원, 청년예술창작공간 임대료지원, 청년문화기획 프로젝트지원을 운영 중이며 기획에는 청년문화 아지트프로그램, 청년문화예술 콘텐츠펀딩, 아트노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은 창작 기회를 마련하고 개발, 활동하는데 대한 지원이라면 기획은 실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매개하거나 컨설팅을 운영하여 실현화하는데에 목적을 둔다.

여기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제주 청년예술처음발표지원사업이 청년예술인의 활동에 있어 무엇을 첫 활동으로 인정하는가다. 청년예술인의 처음’, 즉 예술가의 첫 활동은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발표한 첫 활동은 본인 활동 영역에서 처음 활동한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제주는 청년예술인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역할 실연자, 기획자, 창작자, 매개자, 작가, 기획자등을 인정하며, 이에 따른 해당 분야 첫 활동의 영역과 범위를 보다 넓게 설정한다. 이는 지역에서 살아갈수록 청년예술인들이 다양한 역할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상황을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데 있어 역할 제약을 두기보다 자유로운 넘나듦, 그 속에서 지속적인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인천문화재단의 청년문화창작소 시작공간 일부나알람이라는 프로그램을 창작자인 개인들이 어떤 것을 경험하고 살아가는지를 주제로 한 달 마다 운영한다. 가장 최근 나알람의 주된 주제는 이것이다. “예술가와 제작자를 구태여 구분해 정체성을 매기는 때는 진작 지났지요. 본인 개인작업에 몰두하면서도 기획자로서 여러 창작자들과 뜻을 모아 예술의 지평을 종횡무진 확장시켜 가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각자의 활동반경을 가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영역을 넓혀가는 청년예술인들을 지켜보는 일이며, 그들과 지역에서의 삶과 생태계를 새로이 만드는 일이다.

 


 

참고자료

부산문화재단(2020). 2020년 청년문화육성지원 사업설명회 자료집.

제주문화예술재단(2020). 2020년 청년문화매개 특성화사업 설명회 자료집.

 

-문화재단 홈페이지

부산문화재단(http://www.bscf.or.kr)

경기문화재단(https://www.ggcf.kr)

인천문화재단(http://www.ifac.or.kr)

제주문화예술재단(http://www.jfac.kr)

대전문화재단(https://dcaf.or.kr)

대구문화재단(http://www.dgfc.or.kr)

광주문화재단(http://www.gjc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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