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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잡담회 | 타격감 1차 모임 ① ✍ 장일수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0. 8. 14.

 

<잡담회> 

타격감

타인을 향한 격한 공감


✍ 장일수

 

예술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이따금 무기력하다. “이 작업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돌아오는 날엔 더욱더 그렇다. 골몰한 시간만큼 머무르는 이가 없으면, 세상을 향했던 주먹은 허공을 지나 어느새 내 관자놀이에 꽂힌다. 예술은 종종 가혹한 눈으로 내려다본다.

주먹이 허공을 지나지 않기 위해 닿고 돌아오는 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공감으로 채워본다. 작품을 내어놓고 서로가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평가가 아닌 이해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만나본다. 세상에 내놓은 주먹이 닿고 돌아오는 경험. 타격감이다.

참여자 : 구은정(설치미술), 김범무(촬영), 김은나(서울문화재단), 배소현(서울문화재단), 이려진(설치미술), 이정현(연극배우), 장일수(서울청년예술인회의 운영단)

 

#1
이해해보려는 시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이 모임을 기획했습니다. 먼저 은정 작가님, 작품 소개 부탁드려요.

구은정, 〈Serendipity Orbit 뜻밖의 궤도〉, variable dimensions, pencil on wall, mixed materials, sound installation, performance, 2018


은정 : 뜻밖의 궤도라는 작품이에요. 사막과 샘이 있는 베트남의 ‘무이네’라는 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을 저의 옛날 경험들과 연결해서 궤도를 만들어봤어요. 이것들을 연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평면에 설치작업을, 후면 벽에는 드로잉, 한쪽엔 기억들을 형성하는 오브제들을 놓았어요. ‘무이네’라는 지역이 과거와 공명하는 느낌이 들어서 악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이를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었어요. (퍼포먼스 영상)


한 분씩 이야기해보면 좋겠어요. 어떤 게 제일 눈에 띄었나요?

정현 : 작품의 이름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그다음엔 황금빛 구가 눈에 띄었고요. 보다 보니까, 왠지 소외당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작은 오브제 친구들에게 눈이 돌아갔어요. 다음에 눈에 띈 건, 저 나무에 걸려 있는 조금 찌그러진 원이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뒤쪽에 드로잉은 무슨 말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앞에 있는 오브제 친구들의 언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에 나열된 오브제들은 정체되어 있는데 뒤에서는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자유로운 말들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려진 : 저는 보이는 것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호기심이 들었어요. 작품에서 순환하는 에너지 혹은 파동 에너지와 같은 시각적이지 않은 메시지들이 강하게 오는 것 같아요. 보이는 것의 그 이면….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연주의 공명도 비슷한 느낌일까요?

려진 : 네. 뒷면의 드로잉도 그렇고. 에너지의 순환 같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주문 같아요. 작가님께서 악보라고 말씀하셨듯이, 연주를 통해서 기억을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일까 궁금해요.


언제나 소환하고자 하는 거면 여행의 기억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려진 : 네. 뭔가… 저는 저 사운드를 듣자마자 이국적인 곳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현 : 전시장에서 실제로 봤을 때 소리와 함께 퍼포먼스를 진행하신 것이 인상 깊었어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마치 악기처럼 오브제를 사용하셨는지 궁금해요.

은정 : 모르겠어요. 사실 다 섞여 있었는데, 그게 그냥 여행 자체가 중요했던 건 아니고. 어떤 경험을 했을 때 연상되거나 이따금 데자뷔 같은 것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뭐라 그럴까. 그런 감각들이 명명되거나 시각적인 이미지로 강하게 오는 게 아니라, 음악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그걸 표현하면 좋겠다.” 싶어서 음악을 잘 모르지만 제 습관대로 분류를 해봤어요. 더불어 기억이나 감정은 단계적으로 분류되어있지 않으니까 상징적인 오브제들을 넣었어요. 같은 맥락으로 소리를 선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브제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제일 마지막에 선택했고요. 오히려 소리에 조금 더 집중했었어요.


기억이나 감정들을 음악적인 느낌으로 치환하신 거네요?

은정 : 네. 그런데 이 버전을 하고 나서, 연주처럼 들리는 느낌이 너무 설명적이라고 생각해서 다음 버전에 연주의 느낌을 많이 지웠어요.

 은정 : 궤도를 그린 뒷면에 글도 적고 재밌는 요소가 있긴 있었는데, 이것도 좀 아쉬워서 두 번째 버전에선 없앴어요. 또 황금볼이 잘 보인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봤을 때도 너무 튀는 거예요. 그래서 두 번째부터는 없애버렸어요. 


궤도나 설명적인 것을 없애셨는데, 그런 것들은 어떤 이유에서 없애신 걸까요?

은정 : 중복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중복적이고 설명적이고.


가장 최적의 형태로서 작품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거군요.

은정: 네. 제일 심플한 형태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구은정 작가는 감정 혹은 경험을 작가의 방식으로 분류하고 기록했다. 작품을 통해 지극히 언어적이지만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가장 심플하게. 참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려 노력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언어를 찾아 이해하려는 과정. 그것이 대화의 방식이다.


 

#2

려진 :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 저는 자신을 작업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창작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뭔가를 만들기는 하는데, 전시가 하기 싫고, 보여주고 싶지 않고, 작업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요. 작업하는 게 제가 하는 일 중에 세상 제일 어렵고 제일 싫어요. 그런데도 모종의 애증 때문에 결국 작업을 하면서 시달리고 고통받고 있는 이상한 상태에 있습니다. 너무 혼자서 하고 안 하고 이러다 보니까 동료 작가와 주제를 정해서 매일매일 하나씩 그리는 것을 숙제로 삼았어요. 챌린지라고 이름을 붙였고, 그리면 무조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예를 들어서 동료 작가가 “오늘 주제는 ‘날카로운 것’이야.” 이렇게 주면, 날카로운 것에 대해서 온종일 고민하다가 그림을 그리고 제목을 붙이는 거예요. 매일매일 작은 전시회를 연다는 느낌으로 3개월 정도 했어요. 그런데 못 올리겠다고 하면 이제 동료 작가한테 뭔가, 뭐를 당해야 해요. 약속을 안 지킨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그림을 그리니까 그림 그리는 게 점점 힘들지 않아지더라고요.


챌린지를 결심한 때가 겨울이었는데, 이대로 내가 손을 안 쓰면 동파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손에게 조금씩… 왜 동파되지 말라고 수도꼭지를 조금씩 틀어놓잖아요. 그것처럼, 딱 그 정도로 드로잉을 지속했던 것 같아요.

려진 : 제가 그림 그리다가 대차게 욕먹었던 그림이거든요? 제목이 <Never Die>인데, 개인적으로 이건 인생 역작이다 싶을 정도로 너무 잘 그린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동료 작가 중 한 분이 여기다 “와, 미대 나온 사람 맞나?” 이렇게 코멘트를 달아주신 거예요. 이게 너무 웃겨가지고. 댓글이 밑에 또 있는데, “이거 그리려고 미술학원 다니고 대학 다니고 했냐?” 이렇게 남겨주셨는데, 이게 너무 웃긴 거예요. 무척 상징적인 코멘트로 느껴졌어요.

이려진, 〈네버다이〉, 14.9 x 10.5cm, 종이에 연필, 2019

이유는,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배운 선들 있잖아요. 입시 같은 거로 고통받은 세월과 일련의 것. 너무 지겹고 다 싫고, 전시도 싫고, 미술계에서 세련됐다고 하는 모든 게 다 지긋지긋했어요. 그래서 그림 그리는 관성, 잘 그리려는 집착에서 탈피하고 싶었는데 이 그림이 그 욕구가 해소되는 타이밍이었어요. 주제가 ‘긴장하지 마’였어요. 그림도 보시다시피 10초대로 그리고요. 도리어 제목을 고민하는 데 10분 걸렸어요. 근데 이걸 제가 작가라고 이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이걸 이래도 되는지 좀 그러네요.


아뇨, 좋습니다! 표정이 없어서 왜 표정이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긴 하네요.

정현 : 이 작품을 보면서 제일 먼저 생각이 난 건, “아 저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였어요. 그리고 표정을 그리지 않은 이유가 그림 속에 저 사람이 원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못 죽는 것(never die)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은정 : 긴장되고 있는 상탠데 지금, 애써서 해보려고 하는 그런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엄청 긴장하고 있는데, 글씨체도 애써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은. 쿨하면서도 미묘하게 생기 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지금 막 자유로워진 상태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고. 노력하고 있는 순수한 모습의 순간인 것 같아요.


그럼 이다음 장면이 있다면 무서워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이 애써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순간의 단면이라면,

은정 : 모르겠어요. 아닐 것 같아요. 왠지 작가님은 무서워하진 않을 것 같아요.

범무(촬영):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신 그림이잖아요. 탈피하고 싶은 욕심은 아티스트로서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도 그런 부분에 공감하고 있고. 그래서 한편으로 이 그림에 대해서 되게 “잘 그렸다.”, “어떻다.”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도 좀 실례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좀 들어요.
제 경우에 작업물을 늘어놓고서는 한꺼번에 봤을 때 패턴이 반복되고 안정적이고 예쁜 선이 반복될 때 스스로 짜증 같은 것도 느끼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벗어났다고 한다면, 누군가가 어떻게 보는 것을 떠나서 굉장히 행복한 그림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사실 그 댓글을 봤을 땐 마음이 철렁했어요. 이게 괜찮은 댓글인가. 그런데 만약에 그 댓글이 정말 자유를 주는 댓글이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림을 보고 느끼는 바라고 한다면, 너무 좋아요. 따뜻한 느낌도 있고, 자유분방한 감각 자체에서 오는, 상상력이랄까. 새로운 관점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인 것 같아서 되게 좋고. 짧은 사이에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했어요. 다른 그림들도 다 좋은 것 같아요. 선을 포함해서 그림 자체에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아요.


이려진 작가는 곳곳에 스며든 [   ]가 싫다. [   ]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이려진 자신을 작가가 아니게 한다. 하지만 10초 만에 그려낸 어느 날의 그림에 참여자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   ]가 아니라 좋다.




#3

구은정, 〈Tide  조수〉, variable dimensions, performancecollected flotsams, 2018. 5. 4. P.M. 7:27 (at full tide, Performance view)

 

은정 : <뜻밖의 궤도>와 연결되었던, 바로 이전 작품 <Tide>라는 작품이에요. 조수. 바다에 떠밀려오는 오브제들을 좀 주워와 전시장에다 늘어뜨려 놓고 퍼포먼스를 했어요. 물때 시간에 맞춰서. 그러니까 실제로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제가 파도를 치는 거죠. 

려진 : 이전 작업도 그렇고 시각적으로 보이는 물성이 강렬하지만 이면에 작가님이 의도하신 에너지들이 흥미로워요. 무엇보다 몸짓으로 파도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행동이 뭔가 에너지 있잖아요. “내가 이렇게 퍼포먼스로 같이 쓸려보겠다, 쓸어보겠다.” 하는 에너지. 그 동력이 너무 궁금해요. 그것도, 본인의 신체를 이용해서 저 단단하고 뭔가 버려지고 거친 물성들과 상충하는 에너지잖아요. 어떤 연유로, 어떻게 무엇을 표현하시고 싶었을까. 그런 게 되게 궁금해요. 

은정 : 저 퍼포먼스를 할 때 살풀이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어떤 면에서 신나더라고요. 뭔가 저를 꽁꽁 싸매고 있던 것들이 풀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다 망가지고 다 쓸려가는 느낌. 해소된 것 같아요. 

배우 이정현


조수라는 자연의 거대한 흐름에 시간 맞춰 흔들리는 퍼포먼스를 한다. 살풀이 같은, 망가지고 쓸려가는 느낌, 해소. 쓸려온 작은 오브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자 각자의 해석들. 쭉 흘러내려 갔다 바짝 밀려들어 온다.

 


#4

 

콜렉티브 말탁진, 〈가가도넛〉, 가변설치, 혼합매체, 2019

 

려진 : 이것도 혼자 완성한 작품은 아니고 협업 작품인데, 친구들이랑 싸워가면서 만들었어요. 예를 들면 “너의 그 자동을 향한 욕망 받아들이겠어, 하지만 나무는 내가 깎을 거야.” 이런 느낌으로. 긴 세월 그러다 보니 각자의 색채들이 다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세 명의 작가에게 애정이 크게 남아 있는 작품이에요.

앞서 드로잉에서도 그랬는데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투쟁이 많이 쌓여 있네요. 이 작품에서는 친구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작업을 이어가시는데요.


려진 : 이 작업을 하고 이 콜렉티브는 폭발했거든요? “너랑 다시 작업 안 해.” 이러고. 근데 또 지금은 친하게 지내요. 그 재미로 하는 것 같아요. 떼쓰고, 싸우고, 멱살 잡고.


그렇게 떼쓰고 멱살 잡으면서까지 지키는 어떤 그 고집, 혹은 어떤 신념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무엇 때문에 작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려진 : 진짜 너무 재밌어요. 한 99%는 고통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맨날 싸우고, 돈 없고, 고장 나고, 잃어버리고, 진짜 서로 정말. 저 스스로 혼자 작업할 때도 저를 엄청나게 괴롭히는 편인데, 그런데 딱 99일, 99%로 그렇게 시달리다가 작품을 만드는 어떤 하루, 1% 혹은 1초 정도 핵 재밌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중독성에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게 어떤 재미일까요? 

려진 : 정말 다 날아가고, 집중된 순간. 그게 되게 재밌어요. 그러니까 딴생각 하나도 안 들고, 이 순간 이걸 돌리는 것만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이 생각밖에 안 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잠시 물 한 잔 마시다가 환기되잖아요? 그때 “어? 내가 방금까지 되게 재밌는 거 하고 있었는데, 뭐였지?” 이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 찰나의 감각 때문에 계속하는 게 아닐까요? 아직 방향성을 못 찾았지만, 또 이런 작업을 구상하면서 사는 게 제 낙인 것 같기도 하고요.


회전 장치에서부터 시작된 기계장치에 대한 욕망. 찰나의 핵 재밌는 순간. 
핵 재밌는 순간은 지탱하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속하게 하는 시간이다. 



#5

마지막으로 각자 하고 싶은 말 한 줄씩 적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구한테 하고 싶은 말이어도 괜찮을 것 같고. 문화예술계에 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겠고 자기한테 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어요. 함께 공유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정현 : 네, 저는 오늘 아침에 눈뜰 때부터 오늘 하루를 포기하고 싶었는데, 한 줄을 이렇게 썼어요. “감사한 하루의 시작을 얻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정: 려진 작가님, 인상 깊었어요. 그림도 벽에 걸어놓고 싶었어요. “긴장하지 마. 난 어쨌든 나다.”라고 썼습니다.

려진 : 저는 “그래도 작업하는 사람이랑 있는 게 참 좋다.”라고 썼습니다. 이렇게 작업 얘기해 본 적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왜 아까, 왜 이렇게 투쟁하면서도 작업을 했지? 물으셨었는데, 싸워도 작업하는 사람들이랑 있는 게 좋아서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썼습니다.

소현 : 이런 광경은 처음 봤어요. 보통 작업 얘기를 하게 되면 사업 같은 프로그램이든지 피드백이라든지 평가 같은 게 따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긴장감 없이 편하게 작업 얘기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은나 : 작품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어요. 제 한 줄은 표현은, “이제 세계를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여러분, 긴장하지 마, Never die.” 작품이 되게 재밌었고, 팬이 될 것 같아요. 잘 들었습니다.

기획단계에서 예술인 개인의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거기까지 연결할 수 없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눈빛, 관심, 공감. 서로를 향한 지지. 한 예술가의 작품을 보았다는 것. 예술 과정의 노력과 팽팽히 맞서는 참여자들의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첫 번째 타격감이 지니는 의미가 되지 않았을까. 

“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는 것은 돌아올 메아리가 있기 때문이다. 닿고 돌아오는 감각이 우리를 소리치게 한다.”

타격감은 계속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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