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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숨은참조'/듣는다

[듣는다] 현장인터뷰 <무지개 빛 돌고래가 어디로 갈까?> ✍다이미

by 서울청년예술인회의 2022. 9. 14.

 Title : 무지개 빛 돌고래가 어디로 갈까?

 

Prolog : 돌핀배와 처음 만나게 된 건 전시도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였다. 처음 보는 나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말을 걸어왔고,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도. 내가 예술을 한다는 걸 알고 친해지고 싶다고 했는데, 당시의 나는 예술가 되기에 흥미를 잃었을 때라 돌핀의 호기심이 되려 신기했다. 

줄곧 나에게 질문을 던져주는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할 수 있을까?”

“응, 이번 인터뷰 질문이 정해지는 순간, 너 밖에 안 떠올랐어.”

인터뷰는 존댓말로 진행했다. 말을 놔 버리는 순간 몇 시간 짜리가 돼 버릴지 모르니까,

최대한 형식적으로. 

  • Interviewer : 다이미 [시각 매개자/ 이하, D]
  • Interviewee : 돌핀배 [퍼포머 / 이하, P]
  • Interview 일시, 장소 : 2022년8월 4일 18:00 ~ 19:00, 용산, 평화공원 옥상

 

D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P | 저는 나약한 사람이고요. 자기소개가 어려운 사람입니다. (웃음)

 

D | 나약한 돌핀배 님은 요즘에 무엇에 빠져서 사시나요?

 

P | 저는 원래 생각이 많은데 요즘에 빠져 있는 생각은 어떻게 것인가’예.

그런 시기여서 굉장히 나약하고 방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생계에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D | 그동안은 생계에 집중을 안하고 사셨나요?

 

P | 원래 생계에 관해서라면 굉장히 적은 에너지만 투입만 하면서 살았어요.

지금은 마음가짐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상태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요. 부딪혀야 해요. 처음에는 씩씩하게 헤쳐 나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있다 없다 해요. 현재는 생계에 집중해 보고 그것으로 안정을 찾아서 재밌는 것들을 다시 벌여보고 싶은 상태입니다. 그렇게 나약하지는 않은 상태인가요? (웃음)

 

D | 나는 나약한지, 아니면 나약하지 않은 지 고민하면서 살고 있는 상태일까요?

 

P | 나를 제대로 다시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시기인 같아.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와 고민없이 행동하고 다니는 나. 어느 순간 나를 내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려고 하는, 그러다 보니 힘든 같아요.

 

D | 나를 찾는 데에 빠져 있다, 이렇게 들려요.

제가 돌핀님을 알고 지내면서 느낀 것은 예술가로서의 자신과 돌핀님 자체로 서의 자신의 경계에서 정말 많은, 잦은, 또 깊은 고민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이 인터뷰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또 스스로에게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P | (웃음) 예술치유 인터뷰인가요?

 

D | (웃음) 공식 질문이 있는데요, 나는 스스로를 청년이라고 / 혹은 청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에서 선택해주세요.

 

P | , 저는 청년입니다.

 

D | 그러나/그리고 사회는 저를 청년이라고 / 혹은 청년 아니라고 합니다.

중에서 골라 본다면요?

 

P | 사회는 저를 청년이라고 하죠. 그런데 어머니는 저를 청년이라고 하세요. (웃음)

 

D | 그러면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 혹은 예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에 대한 답은요?

 

P | 저는 나약한 사람이니까 스스로가 예술가였다가 아니었다가 하는데, 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지금은 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 잠깐, 잠정 은퇴한 상태라고 할까요?

 

D | 아,,, 벌써 은퇴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그러나 사회는 저를 예술가라고 / 예술가 아니라고 합니다. 중에서는 무엇을 고르시겠어요?

 

P | 제가 느끼는 거니까, 사회는 저를 예술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저를 (웃음)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모르시는 것 같아요.

 

D | 정리해 보면 나는 나를 청년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도 나를 청년이라고 보는 것 같다.

부분에 대해 조금 설명해주세요. 본인이 생각하는 청년에 부합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는 누구를 청년으로 규정하는 같은 지에 대해서요.

 

P | 아직까지 스스로 젊다고 느끼는 같아요.

신체적으로 제가 큰 노화의 징후를 느낀다던 지 20대나 10대에 비해서 굉장히 변했다는 느낌은 없어요. 제가 추구하는 가치도 많이 변하지는 않은 같고요. 한가지 다른 부분이 있다면 되려 전에는 어린 사람이었다면 지금에서 청년 정도가 같거든요.

 

D | 이제 청년이 된 것 같다는 말이 재밌게 들려요.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P | 서른 살입니다. 만으로 서른 살이에요.

이 나이쯤 되면 직업적인 측면에서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업을 시작한지 좀 되었고 현재도 그것을 지속하고 있고, 또 향후 년간 변화가 없을 예정인 상태의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안 되고 싶었던 같아요. 전 까지만 해도 그러한 상태를 거부하면서 지냈던 같고, 지금은 나름의 안정을 찾고 싶어서 고군분투하는 중입니다.

 

D | 돌핀배님이 말씀하시는 ‘안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P | 경제적 안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이 있어야 다른 생각을 수가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야 다른 꿍꿍이를 도모할 여력이 되는 것 같거든요.

또 다른 하나는 정서적 안정. 그런데 정서적안정은 스스로 이룩해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혼자서는 어려운 같아요. 내가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나를 소중하다고 생각해주고 응원해주는 그런 부분들이 필요한 같거든요.

 

D | 정서적 안정을 충족시킬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P | 한동안 책을 읽다가, 요즘은 다시 책속에서 안정을 구해보려는 중이에요.

저는 오랫동안 음악에 위로를 받아왔어요. 음악의 힘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저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고 말아요.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한테 털어놓기도 하고 자조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에잇, 세상아!’ 하면서 흘려보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책을 읽기도 하지만 정말 잠이 없는 정도의 그런 밤이 찾아오면 항상 음악을 찾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김창완 씨의 앨범을 들어요. ’문이라는 앨범인데요. 거기에 수록되어 있는 시간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잠들어요. 이 노래는 음악적으로 멜로디가 엄청 좋거나, 혹은 너무너무 만든 음악이라 기 보다는 다른 것 들에서 받기 힘든 어떤 힘이 있어요. 나의 활동이 돈도 안 되고 하찮게 느껴지고 ‘이거 쓸모 없어, 뭐야!’ 하면서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때가 있거든요? 이러나저러나 해도 다시 나의 작업으로 되돌아 오게 될 때 음악에서 정서적 안정을 구하게 되요.

 

D | 번째 공식 질문이에요. 나는 청년예술가가 맞다고 /  청년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에서는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P | 예술가가 나는 아니라고 했어요.

 

D | 그럼 청년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P | 예술가에서 부정이 되었으니….

 

D | 청년이라는 선택에서는 긍정이었으니 반반이잖아요. 선택하시겠어요?

 

P | 어쨌든 청년은 수식할 뿐이지, 예술가이냐 아니냐 가 핵심인 질문 같아요.

 

D | 그럼 예술적인 청년입니까? (웃음)

 

P | 그것은 . 확실하게 말할 있을 같아요.

 

D | 좋아요. 예술적인 청년 돌핀배 님.

당신이 생각하는 청년예술가는 어때야 하길래 자신은 청년예술가가 아니라고 하신 건지 궁금해요.

 

P |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그런데 이게 어려워요. ‘작업을 꾸준히 해야만 예술가인가? 라는 질문이 생기거든요.  그 사람이 예술가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으로 쉬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하는 사람만이 예술가야!’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건 너무 가혹하다고 느껴요. 그런데 내 작업에 있어서만큼은 창작을 위한 준비를 하거나 창작을 실행하고 있지 않다 싶으면 나는 예술가가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보통 예술작업 하는 분들이 공모사업에 지원해서 공연을 올린다든지 전시를 한다든지 하잖아요? 그런 활동을 꾸준히 하려면 계속해서 다음의 무언가가 있어야 되는 같은데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요. 상황에 의해서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을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싶은 생각이 들어요.

 

D | 본인에게는 좀더 엄격한 기준이네요.

말씀 중에 은퇴하신다는 얘기가 생각나요. 은퇴하기 전 무엇을 하는 예술가였나요?

 

P | 제가 처음으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했던 음악이었는데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재밌는게 많아서 음악뿐만 아니, 연주를 하거나 만들어 보기도 하고 움직임 작업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인터뷰어이신 다이미님 덕분에 글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자꾸만 스스로에게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정체성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데, 큰 범위에서 저는 퍼포머이고 싶은 가봐요. 무대에 서는 좋아하는 같아요. 저는 모든 사람에게 그런 욕구가 있는 알았거든요. 이게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D |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않아요. (웃음)

 

P |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말해야 하나 나름대로 고민했어요.

스스로 나는 별로 눈치 안 보고 남의 시선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입는 스타일 같은 외적인 표현에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좀 뚜렷해요. 그래서 누군가 ‘너되게 이상하게 입는다’ 그런 얘기 들을 때도 별로 신경 쓰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저는 남의 시선을 엄청 의식하고 어떤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거나 튀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특이하다, 특별하다 아니라, 쟤 이상하다같은 반응. 불쾌해하는 반응을 힘들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무대에서는 가능하잖아요. 약간 미친 행동, 그런 것들이 무대에서는 이뤄지잖아요. 그래서 무대를 좋아하는 같아요.

일상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가질 수 없는 긴장감이 무대에 있어요. 그 긴장이 엄청나게 팽팽해졌다가 내가하고 있는 지도 잊을 만큼 몰입되고 또 빠져나오는 순간들이 참 매력 있어요.

 

D | 어머니는 돌핀배 님을 중년으로 생각하신다고 했잖아요? 인상깊었어요. (웃음)

 

P | 저에게만 하시는 말씀은 아닌 것 같아요.

30대 초반이라는 제 나이 때,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이미 저를 낳고 책임감을 갖고 키우면서 경제활동에 매진하는 삶을 사셨죠. 30대라면 응당 사회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아야 하고요. (웃음) 30대라면 아주 단단하게 사회에 자리를 잡고 결혼도 이미 하고 애가 있어도 시원 찮을 나이니까 30대는 당연히 중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왜 아직까지 사춘기 소녀에 머물러 있냐고 항상 말씀하시죠.

 

D | 사춘기 소녀이면서 청년도 됐다가 엄마한테는 중년이기도 하고 다양한 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분이 시네요 (웃음).

 

P | 무지개 사람이네요.

 

D | 무지개 돌핀님. 마지막으로 생계가 안정적으로 해결이 된다면 가장 먼저 빠져보고 싶은 것이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P | 제가 최근에 지원한 사업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발표가 연기가 되었어요. 만약 그게 선정 된다면 재밌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움직임 즉흥에 관한 것이에요. 어떤 것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표현수단을 가지고 와서 함께 놀고 나누는 그런 자리가 될 것 같아요. 움직임과 음악이 함께하니 말하자면 예술파티라고 할 수 있겠어요.

 

D | 예술파티에 초대되고 싶네요. 무지갯빛 삶에 풍덩 빠지시길 바랄 게요.

 

P | 중년의 삶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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